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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 포상금은 그림의 떡, 이대로 가면 여자배구도 암흑기 [기자수첩-스포츠]

김평호 기자 (kimrard16@dailian.co.kr)
입력 2023.07.01 07:00
수정 2023.07.01 10:18

발리볼네이션스리그서 끝없는 추락, 2021년부터 25연패 수렁

다가오는 항저우아시안게임서 메달도 장담하기 어려운 현실

파리올림픽 전망도 어두워, 16년 만에 올림픽 출전 무산 위기

29일 오후 경기 수원시 서수원칠보체육관에서 열린 2023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3주차 여자배구 대한민국 대 도미니카공화국의 경기서 세트스코어 0-3으로 패배한 대한민국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 뉴시스

여자배구대표팀 강소휘(GS칼텍스)는 지난 27일 수원 서수원칠보체육관에서 열린 2023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불가리아와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1-3으로 패한 뒤 기자회견장에 들어와 “세계적인 선수들과 격차가 너무 크다는 걸 느낀다.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며 “국내에서 너무 안일하게 배구를 한 것 같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V리그 정상급 아웃사이드 히터이자 대표팀 주포이기도 한 강소휘는 ‘부끄럽다’는 표현으로 현재 한국 여자배구가 처한 현실을 대변했다.


강소휘의 진단처럼 현재 여자배구는 암울 그 자체다.


현재 한국은 이번 VNL서 10연패 늪에 빠져 있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16개 팀 중 최하위로 추락한지 오래고, 아직까지 유일한 무승팀으로 남아 있다. VNL서 연패는 길어지고 있다. 지난해 성적을 더하면 22연패, 2021년부터는 25연패를 기록 중이다.


국제배구연맹(FIVB) 랭킹도 급추락했다. 여자배구대표팀은 최근 FIVB가 발표한 세계랭킹에서 두 계단이 떨어져 34위까지 밀렸다.


도쿄올림픽에서 선전 등으로 2021년 12월 세계랭킹 14위에 올랐던 한국 여자배구는 1년 6개월 만에 무려 20계단이나 추락했다. 이로 인해 오는 9월로 다가온 항저우아시안게임과 2024 파리올림픽 세계예선에 대한 전망이 어둡다.


우선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은 커녕 메달도 쉽지 않다. 아시아로 한정해도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중국과 일본은 물론, 이제는 태국에게도 밀리는 실정이다.


한국배구연맹(KOVO)이 오는 9월 항저우아시안게임서 금메달 획득할 경우 남녀부 각각 1억원의 포상금을 내걸었지만 냉정하게 이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대한민구 여자 배구 국가대표팀 김연경 어드바이저와 세자르 에르난데스 곤잘레스 감독이 29일 오후 경기 수원시 서수원칠보체육관에서 열린 2023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3주차 여자배구 대한민국 대 도미니카공화국의 경기에서 워밍업을 지켜보고 있다. ⓒ 뉴시스

올림픽 본선 진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은 세계 예선에서 미국(1위), 이탈리아(3위), 폴란드(8위), 독일(9위), 태국(14위), 콜롬비아(18위), 슬로베니아(24위)와 C조에 편성됐다. 상위 2위 안에 들어야 하는데 지금 분위기와 전력이라면 1승도 쉽지 않다. 여자배구가 올림픽에 나가지 못하게 된다면 이는 2008년 베이징 대회 이후 무려 16년 만이다.


자칫 남자에 이어 여자배구도 암흑기가 도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남자배구의 경우 2000년 시드니 대회 이후 올림픽 무대를 밟지 못하고 있다. 국제경쟁력이 떨어지면서 현재 V리그서 남자부 인기는 여자부에 수년 째 밀리고 있다.


반면 여자배구는 ‘배구 여제’ 김연경(흥국생명)을 앞세워 2012년 런던 올림픽과 2020 도쿄올림픽에서 4강 신화를 달성하면서 인기가 한껏 치솟았다. 지난 시즌에는 김연경이 V리그로 다시 복귀하면서 여자배구 인기가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시들해 질 수 있는 것이 인기다. 여자배구도 언제까지 김연경이란 ‘슈퍼스타’ 한 명에게만 의존할 수 없다. 김연경이 현역서 은퇴한 뒤에도 국제대회서 성적 부진이 이어진다면 여자배구 또한 암흑기를 보낼 수밖에 없다.


더 늦기 전에 VNL 부진을 ‘반면교사’로 삼아 이제는 모든 배구인들이 대표팀의 국제경쟁력 향상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할 때다.

김평호 기자 (kimrard1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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