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프랑스·베트남 순방서 두둑한 성과
입력 2023.06.26 00:15
수정 2023.06.26 19:44
파리선 '2030 부산엑스포' 유치 총력·韓佛 정상회담
尹, 영어로 PT…직전까지 리허설·원고 수차례 직접 수정
베트남과 안보·공급망 협력 강화키로…中 견제 이해 일치
희토류 등 핵심 광물 공급망 센터 설립·MOU 111건 체결 등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한 윤석열 대통령이 4박 6일간의 프랑스·베트남 순방에서 두둑한 성과물을 안고 24일 돌아왔다.
윤 대통령은 프랑스 파리에선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전 전면에 나섰고, '파리 이니셔티브'를 통해 현 정부의 디지털 국정 어젠다를 전 세계에 공유했다.
국빈 방문한 베트남에선 안보·공급망 협력 강화를 비롯해 양국 기업·기관 간 MOU(양해각서) 111건을 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 맺은 최대 규모의 MOU다.
윤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보 반 트엉 베트남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외교·안보 협력 강화 △교역·교류 확대 △희토류 등 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 강화 △양국 국민 교류 증진 △베트남 유·무상 원조 확대 등의 내용이 담긴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이행을 위한 행동계획'을 채택했다.
특히 첨단 산업의 필수 재료인 희토류 등 핵심 광물 공급망 센터를 설립하기로 한 것은 주요 성과로 꼽히는데, 미국·중국 간 전략 경쟁이 심화함에 따라 공급망 탈중국화가 가속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협력 기반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베트남은 희토류(매장량 세계 2위), 보크사이트(세계 2위), 텅스텐(3위) 등 핵심 광물이 풍부하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이날 하노이 현지 프레스룸 브리핑에서 "베트남은 자원이 풍부하지만 채굴·가공 기술에 있어 우리가 앞서 있다"며 "그런 부분을 협력해서 양국이 윈윈할 수 있는 수평모델을 구축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은 베트남 해양 치안 역량 강화 지원, 마약 불법 거래 등 국제범죄 관련 양국 간 정보 공유, 수색구조 협력 등을 위해 해경의 퇴역함정 양도, 해군·해경 간 협력 강화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남중국해에서 베트남을 비롯해 아세안 국가들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다만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프레스룸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 해양경찰청이 일정 한도 사용한 이후 베트남에 넘겨주는 함정의 톤수 규모가 남중국해 갈등에 투사될 수 있을만한 크기는 아니다"라고 했다.
아울러 양국 정상은 한반도 비핵화에도 협력하기로 했다.
같은 날 열린 한·베트남 비즈니스 포럼에선 역대 최다인 111건의 MOU가 체결되며 다방면에 걸친 협력 기반이 마련됐다. 방위산업(방산)·소비재·헬스케어·식품 등 교역 분야 54건, 전기차·첨단산업 등 기술협력 28건, 핵심 광물·온실가스 감축 등 공급망·미래협력 분야 29건 등이다. 지난해 기준 베트남은 중국·미국에 이은 한국의 3대 교역국이자, 최대 무역 흑자국(342억 달러·한화 약 44조4258억 원)으로 부상했다.
이번 베트남 국빈 방문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사장, 구자은 LS 회장, 박정원 두산 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 등 현 정부 들어 최대 규모인 205명의 경제사절단이 동행했다.
윤 대통령은 베트남 국빈 방문에 앞서 방문한 파리에서 열린 제172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 참석해 직접 영어로 프레젠테이션(PT)을 하며 2030 엑스포 부산 유치를 위한 홍보전을 펼쳤다.
윤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오후 파리 팔레 드 콩그레에서 열린 BIE 총회의 4차 경쟁 PT에서 9분간의 영어 연설로 부산 엑스포 개최 당위성을 전 세계에 알렸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역사상 가장 완벽한 세계박람회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에 앞서 '강남스타일'을 부른 가수 싸이, 부산 엑스포 회장의 마스터플랜을 총괄했던 진양교 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 교수, 이수인 에듀테크 스타트업 에누마 대표는 현장 발표를 통해, 성악가 조수미 씨와 걸그룹 에스파 멤버 카리나, 프랑스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도는 영상 발표를 통해 부산 엑스포 유치 지지를 호소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PT 무대에 오르기 직전까지 현지 숙소 1층에 PT 행사장과 유사한 환경을 만들어놓고 리허설(사전연습)을 했다. 윤 대통령은 2차례 리허설을 통해 참모진들로부터 피드백을 받으며 PT에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PT 발표문 초안 대부분을 작성한 것은 물론 3~4차례 가량 직접 수정하며 심혈을 기울였다.
윤 대통령은 21일에는 파리 인근 이시레물리노시 스포츠센터에서 개최된 '2030 부산 엑스포 공식 리셉션'에 참석해 한국의 '맨주먹 정신'과 '기여 외교'를 강조하며 개최지 투표권을 보유한 국제박람회기구(BIE) 170여 개국 대표단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윤 대통령은 20일 파리 엘리제궁에서 진행된 한·프랑스 정상회담에선 유럽연합(EU)의 신규 무역입법 조치들로 한국 기업들이 차별받는 일이 없도록 각별한 관심을 가져 달라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에게 요청했다.
윤 대통령은 프랑스 순방 계기로 유럽 첨단 기업 6곳으로부터 총 9억 4000만 달러(약 1조 2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21일 파리 소르본 대학교에서 개최된 '파리 디지털 비전 포럼'에선 새로운 디지털 질서 정립을 구체화한 '파리 이니셔티브'를 선언하고, 글로벌 차원의 규범 정립을 위해 국제기구 설치를 제안했다.
한편 프랑스·베트남 순방 일정을 마무리한 윤 대통령은 25일 참모들로부터 국내 주요 현안을 보고받고 현안별 대응 방안을 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이 지난 23일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제기한 면직 처분 집행 정지 신청을 기각하면서, 윤 대통령은 이번 주 후반께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보를 방통위원장 후보로자로 지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함께 10개 부처 이상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차관급 인사도 단행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가정보원 인사 파동으로 교체 가능성이 제기됐던 김규현 국정원장에 대해선 조직 안정을 위해 유임시키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