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여성 및 공범 연쇄살인' 권재찬, 2심서 감형…왜 '사형→무기징역'?

재판부 "사형, 생명 박탈하는 극히 예외적인 형벌…특별한 사정 때만 선고해야"

"피고인 강도 범행 기획한 점 인정하지만…살인 기획했다고 단정하긴 어려워"

권재찬, 최후진술서 "사형 판결에 만족…살 의욕 없고, 내겐 사형도 의미 없어"

평소 알고 지낸 중년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유기를 도운 공범마저 살해한 권재찬이 지난해 12월 14일 오전 인천시 미추홀구 미추홀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알고 지내던 중년 여성을 살해해 시신을 유기하고, 공범까지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권재찬(54)이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받았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이규홍 이지영 김슬기)는 23일 오전 강도살인·사체유기 등 혐의를 받는 권 씨에게 1심 사형 판결을 파기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형은 인간의 생명 자체를 영원히 박탈하는 극히 예외적인 형벌로 특별한 사정이 있다는 점이 분명한 경우에만 선고해야 한다"며 "피고인이 강도 범행을 기획하였음은 인정되나 나아가 살인까지 기획했는지는 단정하기 어렵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권 씨는 2021년 12월4일 오전7시께 인천 미추홀구 한 상가 지하 주차장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50대 여성 A 씨를 목 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승용차 트렁크에 유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이 과정에서 A 씨의 신용카드로 현금 450만원을 인출하고 1100만원 상당의 소지품을 빼앗았다.

권 씨는 A 씨의 시신 유기와 현금 인출에 도움을 준 직장 동료 B 씨를 이튿날 인천 중구 을왕리 근처 야산에서 둔기로 살해한 뒤 시신을 암매장한 혐의도 함께 받는다.

그는 2003년 인천에서 전당포 업주를 때려 살해한 뒤 일본으로 밀항했다가 뒤늦게 잡혀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복역한 전과가 있다.

1심은 지난해 6월 "피고인에게 교화 가능성이나 인간성 회복을 기대할 수 없다"며 사형을 선고했다. 1심 사형 선고는 2019년 11월 진주 아파트 방화 살인범 안인득 이후 2년 7개월 만에 처음이었다.

검찰은 1심이 공범 살해를 강도살인이 아닌 단순 살인으로 판단한 점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소했고, 항소심에서도 1심과 같이 사형을 구형했다.

권 씨는 최후진술에서 "사형을 받은 것에 만족한다. 살 의욕도 없고 사형이 내게는 의미가 없다"며 "피해자 가족에게 죽을죄를 지었고 죽어서라도 용서를 빌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