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 포르쉐 탄다" 가세연 발언, 명예훼손 아닌 이유 [디케의 눈물 85]
입력 2023.06.22 05:27
수정 2023.07.11 09:15
법조계 "포르쉐 의혹, 공적 관심사로 분류…언론이 '사회적 평가' 가능토록 해준 것"
"대법서도 무죄 선고되면…언론인들, 명예훼손 고소당해도 처벌 가능성 낮아질 것"
"언론자유 측면서 '사실적시 명예훼손 없애야 한다' 논의 진행中…검찰은 당연히 항소할 것"
"자극적이고 선정적 경향 강한 유튜브의 명예훼손 면책 기준, 기성 언론보다 더욱 엄격해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 씨가 포르쉐 자동차를 탄다고 주장했던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 전·현직 출연진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조계에서는 재판부가 포르쉐 의혹에 대해 사회적 평가를 할 수 있는 공적 관심사로 봤고, 그래서 보도의 정당성에 힘을 실어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다만, 유튜브 방송들은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내용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명예훼손 면책 기준을 기성 언론보다 더욱 엄격하게 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이종민 판사는 지난 20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강용석 변호사와 김세의 전 MBC 기자, 김용호 전 스포츠월드 기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은 지난 2019년 8월 유튜브에서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주차된 포르쉐 차량 사진을 공개하며 '조 씨가 빨간색 스포츠카를 타고 다닌다'고 허위사실을 말한 혐의로 기소됐다. 조 씨는 지난 3월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한 번도 외제차나 스포츠카를 몰아본 적이 없다"며 가세연이 조씨가 탔다고 지목한 '빨간색 포르쉐'는 다른 사람의 차량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이번 사건 관련한 1심 판단이 대법원에서도 동일하게 판단된다면, 공적 관심 대상자에 대한 비판과 의혹을 제기하는 언론인들이 명예훼손으로부터 고소 및 고발을 당하더라도 처벌받게 될 가능성이 낮아질 것이다. 법원에서 이같은 판결을 내린다는 것은 언론의 자유를 넓게 인정해준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며 "다만, 가세연 출연진들이 보도 창구로 이용하는 유튜브 플랫폼 특성상 자극적이고 날 것의 보도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에 유튜브 언론에 대한 명예훼손 면책 기준은 기성 언론보다 더 엄격하게 보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곽 변호사는 "유죄가 나오는 게 더 맞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특히 가세연 출연진들이 조 씨가 포르쉐를 탔다는 내용에 관한 보도를 하려면 이에 대한 조사를 충분히 해야 했다"며 "조금만 알아봤으면, 사실 여부를 판단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했더라면 오보 방지도 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심목 김예림 변호사는 "포르쉐 의혹을 공적 관심사로 봤다는 것은 가세연이 조 씨에 대해 사회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도록 용인해준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포르쉐 탄다'는 발언 자체는 허위사실이기에 명예 훼손으로 보여진다. 실제 사실이 아닌 부분을 말함으로써 조 씨에 대한 나쁜 이미지를 만들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1심 판단이 가짜 뉴스를 양산할 수 있다는 토대를 사법부가 마련해준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일부 공감한다"며 "실제로 재판부가 유튜브 방송의 자유에 유리한 판결을 함으로써 선례를 남겨준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성훈 법률사무소 김성훈 변호사는 "명예훼손죄에 대한 처벌 수위는 실제로 낮은 편에 속한다. 다만, 이번 건과 같이 출판물 및 사이버 명예훼손은 전파성이 크기에 일반 명예훼손죄보다 형량이 높은 편이다"며 "언론의 자유 측면에서 사실적시 명예훼손은 없애야 하지 않느냐는 논의는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변호사는 "검찰이 1심 판결에 대해 당연히 항소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나경원 전 국회의원에 대해 '피부에 1억원을 투자했다'는 루머가 있었다"며 "하지만 나 전 의원은 공인이었고, 조 씨는 공인의 가족에 해당한다. 그렇기에 항소를 하게 된다면, 2심에서 1심과 다른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