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로 사람 살해 정유정, 갱생 여지 있을까?…최소 징역 20년~무기징역" [법조계에 물어보니 171]
입력 2023.06.23 05:39
수정 2023.06.23 05:39
정유정, 과외앱 통해 대상 54명 물색…피해자 접근 후 범행,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 기소
법조계 "가장 중요한 것은 살해 동기…살해동기 명확한 만큼 매우 중한 처벌 면하기 힘들어"
"살인 및 사체유기 범죄, 통상 징역 20년 이상…전 남편 살해 고유정은 무기징역"
"살인 검색하고 교복 입고 계획성도 인정…사회로 다시 내보낼 만한 유리한 정황 있는지 의문"
부산에서 20대 또래 여성을 살인하고 시신을 훼손 및 유기한 혐의를 받는 정유정(23)이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법조계에서는 "그저 재미로 일면식 없는 사람을 살해했다. 이런 동기만으로도 살인죄 중에서 가장 중한 처벌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며 최소 징역 20년 이상, 더 나아가 무기징역까지도 선고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송영인 형사3부장)은 지난 21일 살인 및 사체손괴, 사체유기 등 혐의로 정유정을 구속기소했다. 정유정은 지난달 26일 오후 5시50분께 과외 앱을 통해 물색한 20대 여성 B씨에게 접근, 미리 준비한 흉기로 B씨의 전신을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유정은 또 같은 날 오후 6시10분부터 9시까지 미리 준비한 흉기로 사체를 훼손하고, 다음날인 27일 오전 1시15분께 피해자의 사체 일부를 양산시에 있는 한 공원에 시체를 유기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정유정의 범행 동기로 '어린 시절부터 쌓인 분노'와 '사이코패스적 성격'을 꼽았다. 정유정이 어린 시절부터 쌓인 억눌린 분노를 표출할 대상이 필요했고, 그러한 행동을 저지르는 데에 사이코패스적인 성격이 어우러져 이번 범행에 이르렀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특히, 정유정의 범행이 철저히 준비된 계획범죄라고 판단했다. 실제 정유정은 범행에 앞서 과외 앱을 통해 총 54명의 과외 강사에게 대화를 시도하며 혼자 거주하거나 여성인 대상을 물색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유정의 집에서는 '안 죽이면 분이 안 풀린다'고 적힌 살인 암시 메모와 '살인 방법', '사체 유기' 등 살인 관련 인터넷 검색내역도 발견됐다.
신민영 변호사(법무법인 호암)는 "형량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요소가 살해 동기다. 정유정은 피해자와 원한 관계가 있었다거나 화가 날만한 이유도 없이 그저 재미로 일면식 없는 사람을 살해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동기 하나만으로도 살인죄 중에서 가장 중한 처벌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며 "법원의 양형기준을 보면 이번 사건의 경우 형량에 부정적인 요소를 두루 내포하고 있다. 충분히 무기징역까지도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현재 정유정이 받고 있는 사체유기, 사체훼손 등의 혐의는 오히려 형량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다. 사체유기는 자차가 없는 범죄자들이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흔히 하는 수법이다. 실제 정유정도 본인의 차가 없어 사체를 유기하기 위해 택시를 이용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정유정의 살해 동기다. 살해 동기가 매우 명확한 만큼,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지 않고 조용히 넘어갔다고 해도 매우 중한 처벌이 내려졌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강대규 변호사(법무법인 대한중앙)는 "피해자 유족과의 합의 여부, 정신의학적 분석을 통한 심신미약 등 양형사유가 인정된다면 형량이 다소 깎일 여지는 있으나 그런 점을 감안해도 20~25년 정도의 징역이 선고될 것이다"며 "그러나 정유정의 범행에서는 미필적고의를 찾아볼 수 없고 고의성과 계획성이 매우 짙으며 다분한 만큼 아마도 무기징역 선고가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희란 변호사(법무법인 리더스)는 "사건마다 조금씩 달라지기는 하나, 통상 살인 및 사체유기 등을 범죄를 저지른 사건의 경우 피고인에게 최소 징역 20년 이상의 중형이 내려진다. 이번 사건과 비슷한 사례로, 2019년 전 남편을 잔혹하게 살해 후 사체를 훼손한 고유정(40)의 경우 범행에 사용한 흉기와 정황 등으로 미뤄 계획범죄라는 것이 인정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두 사건의 경우 범행은 동일하나 살해 경위와 동기 등이 달라 같은 케이스라고 볼 수는 없다. 정유정의 경우 피해자와 친분이 있는 사이도 아니었고, 상대방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는 등의 원한 관계를 짐작할 수 있는 부분도 없었다"며 "미리 살인에 대해 검색을 하고 범행 당일 교복을 입고 피해자를 찾아가는 등 계획성이 충분히 인정된다. 또 '살인을 하고 싶다'는 취지의 글도 자택에서 발견된 사실 등을 보면 과연 이 사람에게 갱생의 여지가 있고 사회로 다시 내보낼 만한 유리한 정황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