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대사, 제1야당 대표 불러놓고 훈계…이재명에 "韓, 대만 문제 우려 존중하라"
입력 2023.06.09 00:00
수정 2023.06.09 08:04
싱하이밍 "韓 무역적자 '탈중국화' 추진 때문"
"美 승리 베팅 잘못된 판단…반드시 후회한다"
李는 "韓이 '하나의 중국' 원칙 적극적으로 지지"
마치 우리 정부 공식 입장인 듯 언급해 논란 예상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8일 자신의 관저를 찾아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중한관계가 많은 어려움에 부딪혔는데, 솔직히 그 책임은 중국에 있지 않다"며 "한국이 대만 문제 등에서 중국의 핵심 우려를 확실히 존중해주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싱 대사는 또 "한국의 대중국 무역적자가 확대되고 있는 건 '탈중국화' 추진을 시도했기 때문"이라고도 주장했다. 싱 대사가 한국의 제1야당 대표를 불러 놓고 사실상 훈시를 한 것으로, 이 대표가 중국에 한국 외교정책을 비판할 수 있는 판을 깔아준 셈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싱 대사는 이날 오후 주한 중국대사 관저에서 이 대표와 만났다. 싱 대사와 이 대표의 만남은 중국 측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이 자리에서 싱 대사는 "중국 정부는 항상 한국과 중한관계를 매우 중시하고 있다. 그래서 중한관계를 잘 발전시키려 하고 있고 이를 위해 굉장히 심혈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한국의 핵심 관심 사항을 시종일관 존중하고 한국도 중국의 핵심 관심 사항을 존중해야 한다. 대만문제는 중국 핵심 이익 중의 핵심이고 중한관계의 기초에 관계돼 있다"며 "우리는 한국 측이 약속을 제대로 지키고 대만 문제 등에서 중국의 핵심 우려를 확실히 존중해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의 대중 무역 적자에 대해 "글로벌 경제 상황이 좋지 않고 반도체 경기가 하강 국면에 들어서는 등 객관적인 원인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각에서 '탈중국화' 추진을 시도한 것이 더욱 주요한 원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한국이 대중국 협력에 대한 믿음을 굳건히 하고 중국 시장과 산업 구조의 변화에 순응하며 대중 투자 전략을 시기적절하게 조정하기만 한다면 분명히 중국 경제 성장의 보너스를 지속적으로 누릴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싱 대사는 한미관계에 대해서도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한국이 중국과의 관계를 처리할 때 외부 요소의 방해에서 벗어나기를 바란다"며 "미국이 전력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상황 속에서 일각에서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베팅을 하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들이 중국의 역사와 사회 제도를 이해하지 못하고, 중국인민들이 시진핑 주석님의 지도하에 '중국몽(中國夢)'이라는 위대한 꿈을 한결같이 이루려는 확고한 의지를 모르면 그저 탁상공론만 할 수 있다"며 "단언할 수 있는 것은 현재 중국의 패배를 베팅하는 이들이 나중에 반드시 후회한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한중관계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까지 격상이 됐는데 최근에 국제 정세나 경제 상황들이 한중관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특히 최근에 경제 문제와 관련해서 한국과 중국의 경제 관계가 한국 입장에서 보면 중국이 최대 흑자국에서 지금은 최대 적자국으로 전환이 되면서 경제가 매우 많은 곤란에 봉착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대사의 초청을 받고 국내 기업들, 수출기업 그리고 현지에 진출한 기업, 현지 교민들의 의견을 조금 들어봤는데 여러 가지 어려움들을 호소하고 있다"며 "대사님께서, 또 중국 정부에서 각별한 관심을 가져주시기를 오늘도 부탁을 드리려고 한다"고 했다.
특히 이 대표는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대한민국이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며 "중국 정부 역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라는 대원칙에 공감하고 지지를 표명하는 것으로 안다. 한반도의 비핵화, 그리고 평화의 정착, 또 지역 안정을 위한 그간의 노력을 계속 이어가주시기를 부탁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하나의 중국' 원칙은 합법적인 중국 정부는 오직 하나이기 때문에 대만과 홍콩, 마카오를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중국 중심적 외교 개념이다. 이 원칙은 양안문제에서 주로 거론되는 개념으로, 제1야당 대표가 마치 한국 정부의 공식 입장인 것처럼 이 원칙을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논란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에서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문제도 언급됐다. 이 대표는 싱 대사에게 "최근 일본의 핵 오염수 해양 투기 문제 때문에 주변국들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데 이 문제에 대한 대응도 가능하면 목소리도 함께 내고 또 공동의 대응책도 강구해봤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싱 대사는 "일본이 경제적 이익을 위해 태평양을 자신의 집의 하수도로 삼고 있다. 이것은 지극히 무책임한 일"이라며 "일본은 곧 정식으로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이는데 우리는 결연히 반대한다. 한국과도 이런 면에서 잘 협력하고 그렇게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