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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스패너' 놓고 '코딩' 열공하는 이유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입력 2023.06.04 06:00
수정 2023.06.04 06:00

'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SDV)' 체제 전환 추진

자율주행, 공유경제 등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 전환 대응

현대자동차그룹이 구상하는 미래 모빌리티가 조화된 도시의 모습. ⓒ현대자동차그룹

정통 제조업 분야인 자동차 산업을 이끌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이 소프트웨어(SW) 부문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 변화가 급격하게 이뤄지는 상황에서 완성차 조립을 주력으로 하는 기존 사업구조로는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Software Defined Vehicle, SDV)’ 체제로의 전환을 목표로 관련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기능 장착


SDV 체제 전환의 핵심은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다. 기존 내연기관 플랫폼, 혹은 현대차그룹의 첫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와 같이 자동차의 구동계를 이루는 하드웨어 부분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 소프트웨어 기능까지 공용화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2025년 완성을 목표로 개발 중인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은 1회 충전 주행거리 등 물리적 성능을 대폭 업그레이드될 뿐 아니라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레벨 3 이상 자율주행 등 자동차의 ‘두뇌’에 해당하는 기능도 장착된다.


현대차그룹의 통합 모듈러 아키텍처(IMA) 개념도. ⓒ현대자동차그룹

범위를 좀 더 넓혀보면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은 현대차그룹의 통합 모듈러 아키텍처(IMA)의 한 구성 요소다. IMA는 전기모터, 배터리 등의 전기차 핵심 부품을 표준화하고 모듈화한 개발 체계로, 다양한 차급에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어 라인업을 효율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가 미래 자동차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현대차그룹으로서는 다양한 목적에 대응할 수 있는 유현한 생산체제 구축이 필수적이다. 기존의 소품종 대량생산체제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체제로의 전환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모듈러 아키텍처는 다품종 소량생산체제에 필연적으로 동반되는 생산 효율성 저하를 완화해주는 역할을 한다. 플랫폼을 비롯, 모듈화된 부품들을 공용화하면서 부품 조달이나 조립 과정에서의 복잡성이 줄어드는 것이다.


SDV 체제 전환에서도 모듈러 아키텍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플랫폼과 주요 부품을 공용화하면 차량별 개발 복잡도가 낮아져 개발 시간을 단축할 수 있고, 신뢰성도 높일 수 있다.


커넥티드카, 자율주행차 기술 고도화…'구독경제', '공유경제' 시대 대응


현대차그룹이 SDV 체제 전환에 나선 것은 ‘커넥티드카’, ‘자율주행차’로의 기술적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는 한편, 자동차 시장에서 ‘구독경제’와 ‘공유경제’가 보편화되는 상황에서도 지속성장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는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해줌과 동시에 현대차그룹에 새로운 먹거리가 될 기술이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전 세계에서 판매하는 모든 차량에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출시하는 모든 전기차는 물론, 내연기관차까지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가능하도록 개발하고 있다.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기능을 지원하는 코나 일렉트릭에서 업데이트를 실항하는 모습. ⓒ현대자동차그룹

제네시스 GV60를 시작으로 제어기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기술을 선보인 현대차그룹은 제네시스 G90, 현대차 아이오닉 6, 현대차 디 올 뉴 그랜저, 기아 EV9 등의 차량에 확대 적용했다. 또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범위를 기존 인포테인먼트에서 주요 전자 제어장치까지 대폭 확대했다.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자동차를 항상 최신의 상태로 유지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차량의 기능이 더욱 발전하고 똑똑해지는 것은 물론, 잔존가치도 높아진다.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는 필요에 따라 기능을 선택적으로 구입할 수 있는 FoD(Feature on Demand) 서비스 제공에도 사용된다. FoD 서비스는 기아 EV9을 통해 현대차그룹 최초로 선보일 예정이다. EV9 고객은 ‘기아 커넥트 스토어’를 통해 차량을 구입한 이후에도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디지털 사양을 자유롭게 추가할 수 있다.


현재는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2(RSPA 2), 디지털 패턴 라이팅 그릴, 비디오 및 고음질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등의 사양을 판매하고 있으며, 앞으로 영화,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관련 상품과 고객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디지털 상품도 지속 선보일 예정이다.


차량용 운영체제가 디스플레이에 표시된 모습.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그룹은 차량용 운영체제 개발을 통해 커넥티드카 시대에도 대비하고 있다. 이 운영체제는 방대한 차량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수많은 전장 부품을 효과적으로 제어한다. 또, 고도의 컴퓨팅 파워를 통해 커넥티드카를 구현하는 밑바탕이 된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OS 등을 개발하는 다양한 기업들과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자율주행 고도화 기술이 가장 주목된다. 레벨 3 자율주행 기술인 ‘고속도로 부분 자율주행(HDP)’이 대표적이다.


HDP는 고속도로나 자동차 전용도로 주행 시 전방 주시를 전제로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을 잡지 않아도 차가 스스로 앞 차와의 안전거리를 유지할 뿐 아니라 차로를 벗어나지 않고 주행하는 기술이다. 현대차그룹은 2세대 통합 제어기를 기반으로 HDP 기술 구현에 성공했으며, 제네시스 G90와 기아 EV9을 통해 해당 기술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 밖에도, 현대차그룹은 차세대 고성능 프로세서 기반의 3세대 자율주행 통합 제어기를 개발 중이다. 3세대 통합 제어기는 2세대에 적용한 프로세서보다 더욱 고성능의 하드웨어를 탑재하고, 제어기 통합 수준을 높여 더 빠른 연산과 효율적인 제어 기능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통해 현대차그룹은 더 고도화된 자율주행 기술을 양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글로벌SW센터, SW 중심 모빌리티 디바이스‧솔루션 개발 주도


현대차그룹의 SDV 개발 체제 전환의 핵심 기지는 지난해 설립된 글로벌 소프트웨어 센터다. 센터 설립을 위해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및 모빌리티 플랫폼을 개발해 온 스타트업 포티투닷(42dot)을 인수해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의 구심점으로 삼았다.


글로벌 소프트웨어 센터는 자동차 판매 시장을 넘어, 소프트웨어 중심의 모빌리티 디바이스와 솔루션 개발을 주도한다. 스마트폰에 익숙한 고객들과의 접점을 늘리기 위해 모빌리티 디바이스와 스마트폰이 끊김없이 연결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모빌리티 디바이스의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를 배포해 관련 기업들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한다.


1차적으로 글로벌 소프트웨어 센터는 SDV와 PBV를 중심으로 차량을 개발하고, 이 모빌리티에 자체 개발한 기술 플랫폼과 시스템을 적용할 계획이다. 또, 이렇게 개발한 모빌리티의 실증을 통해 운행 데이터를 확보하고, 모빌리티 솔루션과 물류 솔루션 서비스도 선보일 계획이다.


나아가 모빌리티 디바이스들이 하나의 도시 운영체계 아래에서 관리될 수 있도록 연결하고 관제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자율주행도 가능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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