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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자리 욕심 안 낸다"더니…'이재명'까지 언급하며 행안위원장 사수 총력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입력 2023.06.02 00:00
수정 2023.06.02 08:38

2년 전에는 "볼썽사납게 탐하지 않겠다"

과방위원장 이어 행안위원장 겸직 논란엔

"물러나면 타깃은 李…기필코 사수할 것"

당내 비판 분위기 고조…"민주당의 현 주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정청래 최고위원이 4월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를 하며 웃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볼썽사납게 자리 욕심을 탐하지는 않겠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1년 4월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인선에서 제외된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당시 정 의원은 관례에 따라, 특히 특별한 직책을 맡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유력한 법사위원장 후보로 거론됐지만 윤호중 원내지도부는 같은 3선의 박광온 의원을 법사위원장으로 낙점했다. 이에 대해 정 의원은 "당에서 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면 못하는 것"이라며 "항상 선당후사했던 것처럼 이번 당의 결정도 쿨하게 받아들인다"고 했다.


이랬던 정 의원은 약 2년 뒤인 1일 현재 '겸직 논란'에 휩싸였다. 그간 국회에는 3선 이상의 의원들을 나이 순으로 배정하면서 상임위원장과 당직을 겸하지 않는다는 관례가 있었다. 하지만 민주당 최고위원인 정 의원이 행정안전위원장에 내정된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년 전 최고위원 당선 직후에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직을 유지해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당내 불만은 지난달 30일 의원총회에서 폭발했다. 선수와 나이에 따른 사실상 '자리 나눠먹기' 방식의 상임위원장 인선 기준은 쇄신과는 거리가 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각각 원내대표와 환경부 장관을 지낸 박홍근(교육위원회)·한정애(보건복지위원회) 의원은 자진해서 사퇴 요구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정 의원이 행안위원장 자리를 내려놓지 않겠다고 하면서 민주당 몫 6개 상임위원장직에 대한 본회의 표결은 불발됐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정 의원이 행안위원장을 맡은 게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다른 의원들에게 기회를 주는 게 맞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많다. 초·재선 중에도 능력있는 분들이 많다"며 "정 의원이 다른 의원들을 배려해야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이날 YTN라디오에서 "원내대표를 지낸 분, 또 현재 최고위원, 이런 분들을 상임위원장으로 배치를 한 것 자체가 하여튼 처음 보는 일이고 이게 민주당의 현주소"라며 "어떻게 보면 짬짬이 비슷한 느낌이 나는 것 아니냐. 일단은 제쳐놔야 하는, 관례적으로도 그렇고 이치상으로도 대상이 아니었던 분들을 3명 다 모조리 올렸으니 문제 제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겸직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도 정 의원은 행안위원장 사수 의지를 거듭 피력하고 있다. 정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청래가 물러나면 다음 타깃은 이재명 대표와 지도부"라며 "내가 이재명 지도부의 입술이 되겠다"고 말했다. 이어 "입술이 터져도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단순한 행안위원장 싸움이 아니다. 행안위원장을 기필코 사수하겠다"고 했다.


이 대표 리더십을 두고 비명(비이재명)계의 비판이 터져 나오는 상황에서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을 향해 지지를 호소한 것이다. 앞서 이 대표 강성 지지층으로 추정되는 한 당원은 지난달 31일 민주당 국민응답센터에 정 의원 행안위원장 내정을 요구하는 청원을 게재했다. 해당 청원은 이날 기준으로 3만2000여명이 동의했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박홍근 전 원내대표가 말하길 그때가 전당대회가 진행 중이라 (정 의원이)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더라면 (과방위원장직을) 맡기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근데 아직 (당선)되지도 않았는데 전당대회에 최고위원으로 출마했다는 이유로 배제할 수가 없어서 맡겼다. 대신 최고위원에 당선되면 (과방위원장직) 사직을 해달라고 얘기를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 의원은 '그 얘기를 듣기는 들었으나 난 동의한 적이 없다'고 이렇게 이야기를 하더라"고 설명했다.


이에 박 원내대표는 상임위원장 인선 기준을 새로 마련하기로 했다. 박 원내대표는 "기준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문제 제기를 했으니까 의원들의 얘기를 좀 더 들어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내지도부 소속 의원도 통화에서 "당장 결론이 날 것 같지는 않다. 다음 주는 돼 봐야 알 것 같다"며 "당내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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