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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딸' 방관하는 '이재명'에 불만 고조…"누가 믿고 따르겠나"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입력 2023.06.02 01:00
수정 2023.06.02 01:00

비명계 의원들 "이재명, 개딸과 절연해야" 주장

친명·개딸은 '대의원 폐지' 앞세워 친위대 구축

'이재명'은 묵묵부답 일관…"절연 의지 없는것"

"두쪽 나면 어떻게 정권 교체하나" 분열 우려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개딸 논란에 더불어민주당이 분열 위기에 처했다. 당의 쇄신과 혁신을 위해 "강성 팬덤과 결별해야 한다"는 주장이 개딸들의 망동에 가로막혀 짓밟히고 있어서다. 이를 혁파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지만, 이재명 대표는 우이독경(牛耳讀經)으로 일관하어 더욱 문제라는 지적이다. 심지어 당내에선 개딸 논란으로 인한 계파 갈등이 더 심화돼 결국 당이 분열될 것이란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1일 CPBC 라디오에 나와 "개딸(친명계 강성 팬덤·개혁의딸)의 폭력적인 행태와 절연을 해야 한다. 폭력적인 행태를 하는 행동을 '개딸이니까, 지지자니까, 우리 당원이니까 봐주자' 이런 걸 하지 말라는 것이다. 지도부 비판 목소리 억누르는 것도 폭력"이라며 이같이 비판했다.


이어 "유럽 축구에선 훌리건의 폭력 행위에 대해 팬들이 한 행위라도 단호하게 '이건 우리 구단과 전혀 관계없고 우리 팬들과 전혀 무관한 행동이다. 이런 행동과 우리는 같이 하지 않겠다' 매번 발표를 한다"며 "대한민국 민주당이 민주주의를 위해서 싸워온 70년 민주당이 그런 걸 왜 안 하나. 공개적으로 고발하든지 아니면 경고를 하든지 이런 단호한 조치를 해야 이런 폭력은 민주당과 같이 갈 수 없다는 거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이 주장하는 개딸들의 폭력적인 행위는 박용진 민주당 의원이 올린 페이스북 글에서 확인된다. 박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를 수박으로 부르는 분들께"라는 제목의 동영상 하나를 게재했다.


해당 동영상은 박 의원이 지난달 26일 안동·예천 지역위원회 당원강연회를 위해 경북도당 사무실을 찾았을 때의 상황을 촬영한 것이다. 이 영상에서 박 의원은 사무실 앞에 모인 '박용진을 거부한다' '사람답게 살아라'는 내용의 현수막과 피켓을 든 강성 지지자들을 향해 "제가 여러분들이 이러고 계실거라고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일부러 온 것은 오히려 여러분하고 말을 나누고 싶어서 그랬다"며 대화를 시도했지만 해당 지지자들의 "말을 나누고 싶지 않다"는 반응에 막히고 말았다.


그럼에도 박 의원은 "우리 처음 뵙지 않나, 저는 처음 뵙는다. 그런데 보자마자 적대적으로만 얘기하고 말도 하지 말라고 얘기하는 것은, 이게 민주당인가. 민주당이 이렇게 하는 건가, 그렇지 않지 않나. 여러분 의견이 분명하시지 않나"고 재차 대화를 시도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욕설과 비난 뿐이었다.


이에 심지어 박 의원은 "앞으로 그러면 저도 여러분한테 배워서 똑같이 하겠다. (그러면) 당 대표하고도 얘기 안하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 의원들하고 얘기 안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럼 여러분 어떻게 되나. 당이 두 쪽 난다. 두 쪽 나는 당이 어떻게 정권을 교체하고 어떻게 국민들과 민생을 구하나"며 설득을 시도했지만 재차 한 개딸의 "당신이 입만 닫으면 된다"는 비판에 막히고 말았다.


박 의원은 영상 말미에 "박용진 등 당 비주류를 수박이라고 부르고 공격하고 비난하는 분들에게 부탁드린다. 당 안에서의 혐오·공격·분열을 자제해 달라"며 "일방적인 욕설문자 말고 만남을 요구해 달라. 숨어서 비난하고 대화를 거부하고 욕하는 일은 민주당의 길이 아니다. 연락 기다리겠다"고 읍소하기도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듣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당에서는 개딸과의 문제 해결을 위해 이 대표가 직접 나서 선을 그어 달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심지어 지난달 14일 열린 쇄신의총에서 이원욱 의원은 이 대표를 향해 직접 "'재명이네 마을' 이장을 그만두라"고 직언한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딸들의 망동은 날이 갈수록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모양새다. 정치권에 따르면 개딸들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을 찾아 모든 민주당 의원실을 돌며 대의원제 폐지를 골자로 한 요구사항을 직접 전달했다. 이들은 '개혁을 요구하는 민주당 전국 대의원들(민대련)'이란 이름으로 의원실을 찾아다니며 '개혁열차 모바일 탑승권'을 전달하고 인증샷을 촬영했다. 최근 이 대표를 주축으로 한 친명 지도부가 '대의원제 폐지 및 조정' 방안에 힘을 싣고, 개딸들이 직접 움직여 압박에 나선 셈이다.


아울러 민주당 대학생·청년 권리당원 512인이 '김남국 코인 의혹'과 관련해 당 쇄신 기자회견을 주도한 양소영 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장을 저격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면서 개딸들의 비판 수위가 참을 수 없는 수준으로 번지고 있단 비판까지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개딸들의 행동을 방치하고 있는 이 대표의 태도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의원 후원금 연간 한도인 1억5000만원을 후원 요청 이후 단 29분 만에 채운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든든한 동지 여러분, 고맙습니다"라며 "후원 요청 29분 만에 모금액을 가득 채워 후원을 마감한다"는 글을 남겼다.


민주당 한 의원은 "이렇게 까지 행동하고 반응하는 걸 보면 이 대표는 개딸과 절대 절연하고 싶지 않은 것"이라며 "개딸과 멀어지는 순간 자신이 가진 권한이나 권력이 떨어지는 것처럼 느끼고 있는 것 같다. 결국 당내 이야기보다 자신의 권력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민주당 의원도 "최근에 지역에 가면 진짜 당이 갈라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많이 들린다"며 "그럴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이재명 대표가 최소한 강성 팬덤과는 멀어지려고 하는 모습을 보이는 노력 정도는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가운데 이 대표는 연일 윤석열 정부 외교정책을 비판하거나 노동계 현안들에 대한 목소리만 쏟아내면서 여론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노력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이 대표는 지난달 20일 시민사회단체가 서울에서 개최한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전국 행동의 날' 집회에 참석했고, 오는 3일에도 부산에서 열리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규탄' 집회에 참여할 예정이다.


아울러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후쿠시마 사고원전 오염수 방류 시도와 민생대책 방안 긴급 간담회'에 참석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노동자 곤봉 진압으로 발생한 유혈사태'에 대해서는 긴 답변을 내놨지만, 이후 혁신위 구성이나 당내 현안과 관련해선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사퇴 압박 등 위기 국면에서 자신의 핵심 지지층을 규합하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이 정치권 안팎에서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같은 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의원들이 같은 당원들에 의해 공격을 받고 있는데도 당 대표가 방어는커녕 되돌려치기 바빠 보인다"며 "이런 와중에 다 같이 저쪽을 공격하자고 하면 누가 믿고 따르겠나"라고 지적했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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