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돈 관리? 사기꾼 붙긴 마련…가족끼리도 통장 빌려줘선 안 돼" [디케의 눈물 81]
입력 2023.05.25 05:20
수정 2023.07.11 09:14
심형탁 母, 아들 동의 없이 3억 원 빌려…법원 "沈, 차용증도 안 써서 배상 책임 없어"
법조계 "부모가 자녀 인감도장 갖고 돈 관리, 송사 휘말릴 가능성↑…박수홍 씨 친형 사례와 유사"
"가족간 거래도 증거 반드시 남겨야…심형탁 母, 원고에게 거짓말? 사기죄 따져봐야, 형사문제"
"심형탁 母에 돈 빌려준 원고, 연대보증 세웠어야…아들이 유명한 사람이니 돈 갚겠지? 느슨한 생각"
배우 심형탁 씨의 어머니가 심 씨의 동의 없이 약 3억원을 대출한 것과 관련해, 두 사람이 소비대차 계약서나 차용증을 작성한 사실이 없기에 심 씨가 돈을 대신 갚지 않아도 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조계에서는 부모가 자녀의 신분증이나 인감도장을 이용해 돈을 대신 관리해주는 경우 이러한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특히, 연예인의 경우 바쁘다 보니 부모나 형제에게 돈 보관을 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부모가 자녀의 자금을 관리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 사기꾼들이 부모에게 붙는 만큼 이런 송사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는 아무리 바쁘더라도, 자신 명의의 통장은 직접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25일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4민사부는 심 씨의 어머니 이모 씨에게 돈을 빌려준 김모 씨가 심 씨와 이 씨를 상대로 제기한 대여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 씨에게는 원금 3억여 원과 일정 비율로 계산한 이자를 지급하라고 판시하면서도 심 씨에게는 배상 책임이 없다고 밝혔다. 그간 김 씨는 돈을 빌려주는 과정에서 심 씨의 계좌로 대여금을 보내고, 심 씨가 채무를 연대해 보증한다는 내용이 기재된 지급 이행 확인서를 작성해 교부 받았다고 주장해왔다.
법무법인 존재 노종언 변호사는 "부모가 자녀의 신분증이나 인감도장을 가지고 있는 경우 이러한 일들이 많이 발생한다. 특히 심형탁 씨와 같은 연예인의 경우 바쁘다 보니 부모나 형제에게 돈 보관을 시키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다 보면 부모나 형제들이 도용해서 사고를 치는 상황이 생긴다. 박수홍 씨 친형이 박 씨가 벌어온 돈을 함부로 사용했던 사례와 유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노 변호사는 "부모가 사고를 치는 경우는 부모에게 사기꾼이 접근할 때다. 부모가 자녀의 자금을 관리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 사기꾼들이 부모에게 붙는다"며 "심 씨의 어머니는 사기꾼에게 속아 돈을 구하기 위해 심 씨의 신용을 팔아서 서류를 위조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점에서 심 씨 어머니에게 돈을 빌려준 분과 심씨 어머니 모두 피해자로 보여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노 변호사는 "심 씨의 경우 방송에서도 '어머니의 무리한 투자와 사기 피해로 한강뷰 아파트를 날리는 등 극심한 경제난을 겪었다'라고 고백한 적이 있다. 하지만 방송에서 어머니로 인해 피해본 상황을 얘기했더라도 민사의 경우 소송 당사자 진술이라 직접 증거로 인정되지는 않을 것이다"며 "정황증거 정도로는 활용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법무법인 심목 김예림 변호사는 "사실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 해결책은 소송으로 다투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그래서 가족간이라도 통장을 빌려주는 것은 안 된다"며 "심 씨가 (일일이 확인을 하지 않았던 점은) 민사적으로 부주의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공판 과정에서 재판부가 입출금 내역을 확인하고, 어디까지 어머니한테 (거래) 행위를 위임했는지 다퉈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변호사는 "이런 일을 막기 위해서는 자기 명의 통장만 사용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통장을 위임하거나, 타인의 통장을 사용할 경우) 형사처벌도 가능한 부분인 만큼 스스로 주의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심 씨와 유사한 사례로 분쟁이 생기는 경우가 꽤 많다. 그렇기에 가족 간 거래를 하더라도 증거는 남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김 변호사는 "어머니가 원고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라면 사기죄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 사문서 위조, 서명 날인 위조 여부 등이 구체적으로 증명돼야 할 것"이라며 "민사문제가 아닌 형사문제이기 때문에 (어머니에 대한 처벌은) 별도로 나눠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법무법인 트리니티 김상훈 변호사는 "이 사건 케이스와 반대로 자녀가 부모 명의로 돈을 빌리고, 제대로 갚지 않았을 경우에도 부모는 변제 책임이 없게 된다"며 "반대의 경우도 같은 범주의 사건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이때에도 심형탁 모자처럼 재판을 통해 배상 책임이 나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원고 입장에서 생각하면 큰 돈을 빌려줄 땐 그에 대한 확인을 해야 했다. 최소한의 의무가 있지 않나"라며 "심씨 모친 말만 믿고 돈을 빌려주면 안 됐다. 연대보증을 세우든, 전화통화를 해서 사실상 보증을 서든 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막연히 '아들이 유명한 사람이니 모친이 알아서 돈을 갚겠지'라는 느슨한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는 연좌제가 없는 국가이며, 부모 잘못을 자식이 책임지는 사회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