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금 맡기자”…에스크로 제도에 임대인들 반응은?
입력 2023.05.19 05:36
수정 2023.05.19 05:36
원희룡 “에스크로 계좌 도입 등 가능한 모든 방법 검토”
전세보증금 일부를 금융기관에, 갭투자·전세사기 차단
임대인들 “사유재산 침해하는 정부 탁상공론, 전세 사라질 것”
전세 시장에서 보증금을 금융기관 등에 맡겨두는 에스크로 제도 도입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임대인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데일리안 DB
전세 시장에서 보증금을 금융기관 등에 맡겨두는 에스크로 제도 도입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임대인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6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 등을 비롯한 전세제도 전반을 살피고 개편방안 등을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원 장관은 “전세제도가 그동안 해온 역할이 있지만 이제 수명이 다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전세금을 금융에 묶어놓는 에스크로 계좌 도입까지 얘기가 나온다. 가능한 모든 방법을 올려놓고 검토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에스크로 제도를 도입은 임대인들의 갭투자나 보증금 돌려막기를 방지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보증금 일부라도 금융기관 등에 맡겨두는 에스크로 제도 도입이 검토돼야 한다고 본다”며 “전세보증금이 한두 푼 하는 것도 아닌데 임차인이 무엇을 믿고 집주인에게 거액의 돈을 2년 동안 맡길 수 있겠나. 전세사기나 갭투자 등 문제도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집주인은 전세계약이 체결 시 일정 비율 이상의 보증금을 금융기관 등 제3의 기관에 예치해야 한다. 전세계약 만료 시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을 경우 일부라도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최소한의 보험장치인 셈이다.
그러나 에스크로 제도 도입과 관련해 임대인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 사인 간의 계약에 국가가 직접 개입한다는 이유에서다.
집주인들이 월세가 아닌 전세를 내놓는 이유도 결국 목돈을 마련해 활용하기 위해서인데, 에스크로 제도가 도입되면 전세 매물이 자취를 감추고 월세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수도권에서 전세를 놓고 있는 임대인 A씨는 “전세는 월세를 받는 대신 보증금을 더 많이 받으려고 하는 건데 에스크로 제도로 묶어 두면 어떤 집주인이 전세를 내놓겠나”라며 “정부가 전세제도를 없애려는 것 같다. 결국 전세를 막으면 월세 가격이 올라 임차인들의 주거부담도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임대인 B씨도 “에스크로 제도 등은 정부의 탁상공론이다. 전세보증금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하지만 과연 이 제도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겠나”라며 “어떤 집 주인이 보증금을 예치하고 맡겨두겠나. 사유재산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전세 문제의 책임을 집주인들에게만 돌리는 것 같다”며 “전세를 없애려면 점진적으로 새로운 정책을 내놓고 자리 잡을 수 있게끔 해야 하는데 실효성 없는 정책 쏟아내기만 급급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는 “에스크로 제도를 도입하려면 계약 체결 시 강제조항으로 둬야 한다. 그런데 이 제도를 집주인들에게 강제하한다면 전세 공급이 막힐 수 있다”며 “전세 공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 서민들의 주거비용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반면 에스크로 제도를 권장사항으로 둔다면 임대인들이 자발적으로 이 제도에 따르지 않아 큰 효과를 거두긴 어렵다”이라며 “단순히 세입자 입장만 생각하지 말고 집주인들의 입장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