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도 '양곡법'처럼 폐기수순…尹 '거부권'에 與野 강대강 대치
입력 2023.05.17 02:00
수정 2023.05.17 02:00
16일 尹대통령 '간호법' 재의요구권 행사
與 "尹거부권, 불가피하고 당연한 선택"
野 "기어이 국민과 맞서는 길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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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에 의해 국회 본회의를 일방 통과한 간호법 제정안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자 여야는 엇갈린 평가를 내놨다. 국민의힘은 "불가피하고 당연한 선택"이라고 한 반면, 민주당은 "국민 분열을 선택한 것"이라며 재투표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간호법은 앞서 윤 대통령이 '1호 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처럼 법안 폐기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입법 성과 없이 여야 정쟁과 유관 단체들 사이 분열만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16일 논평에서 "국민 불안, 과도한 갈등까지 간호법 재의요구는 불가피한 결단"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숙의 없이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간호법 제정안은 국민 불안을 초래함은 물론 의료계 유관 직역 간에 과도한 갈등까지 불러일으켰다"며 "문재인 정권 5년 내내 갈라치기로 일관하더니 이제는 다수 의석을 무기로 의료계를 두 쪽으로 분열시킨 셈"이라고 했다.
이어 "입법폭주의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 늘 그렇듯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며 "총선용 '표' 계산에 골몰하기 전에 지금은 민생을 위한 입법에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는 국민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의료현장의 혼란을 막고 간호사 처우를 위한 대안 마련 등 해결책을 모색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동혁 원내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간호법이 이대로 시행된다면 세계 최고 수준의 국내 의료 협업 시스템을 붕괴시키고, 국민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며 "(윤 대통령 거부권 행사는) 의료체제를 무너뜨리고 보건 의료계 갈등을 유발하는 법률안에 대한 불가피하고 당연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간호법은 간호사 단체를 제외한 13개 보건의료단체가 강력히 반대하는 법안으로 민주당이 단독으로 밀어붙였다"며 "국회에서 제대로 된 토론도 하지 않고, 심사 과정도 건너뛰면서 본회의에 직회부해 날치기로 통과시켰다"고 했다.
그러면서 "말로는 간호사의 처우 개선을 목적으로 한다고 했지만 처우 개선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껍데기 법안"이라며 "오로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의료계를 갈라치기해서 46만 간호사의 표심을 얻고, 극단적 갈등의 책임은 정부·여당에게 떠넘기겠다는 정치적 셈법만 남아있을 뿐"이라고 꼬집었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을 향해 "얼마나 급했으면 간호법을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하면서 앞뒤도 안 맞는 조항을 수정도 하지 않고 그대로 통과시켰다"며 "그 자체로 날림 심사를 자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의 재의 요구시 법안은 다시 국회로 이관되며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국민의힘의 동의 없이 '간호법 제정안' 발효는 불가능한 구조다.
대통령 재의요구권 행사로 사실상 폐기된 양곡관리법이 대표적인 사례다. 초과 생산된 쌀의 '의무매입'을 규정한 양곡관리법은 민주당의 강행으로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농민단체들 사이 파열음과 반목만 남긴 채 공포되지 못했으며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재논의 기약도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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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통령은 공약 파기 이유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국민에게 공약 파기에 대해서 사죄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경기 안성에서 '청년농업인 현장 간담회'를 가진 직후 "모든 국민이 아시는 것처럼 간호법 제정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후보 당시 공약이었다. 그 공약에 따라 여야는 상임위에서 간호법을 처리했다"며 "그런데 대통령은 공약을 지킬 수 없는 객관적 사정이 전혀 없음에도 공약을 어기고 국회가 처리한 간호법에 거부권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만약 공약이 잘못된 것이었다면 그 잘못된 공약을 한 것에 대해 당연히 국민에게 구체적 정황을 설명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YTN라디오에 출연해 "(윤석열 대통령은 간호법에 대해) 정식 공약을 한 바가 없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 발표한 국정과제에도 포함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해 1월 11일 대한간호협회를 방문했을 때 협회 측에서 제정 공약을 요청했고, 윤 대통령은 '합당한 결과가 도출될 수 있도록 의원들 설득에도 노력하겠다'는 취지로 답한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간호법 거부권에 대해 "기어이 국민과 맞서는 길을 택했다"고 평가했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국민을 거부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더는 민생을 내팽개치지 말라, 더는 국민을 분열시키지 말라, 국민 통합의 결단을 내리라는 것이 국민의 요구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기어이 '국민과 맞서는 길'을 택했다"고 질타했다.
간호법 재투표에 나서겠다는 점도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국민 건강권에 직결된 문제인 만큼, 흔들리지 않겠다"며 "언제나 국민을 중심에 둔 의정활동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이날 오전 윤 대통령의 거부권이 행사된 직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규탄대회도 열었다. 송기헌 원내수석부대표는 규탄문에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건 입법권을 철저히 무시한 행태이자 본인의 입맛에 맞지 않는 법에 대해 계속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라며 "이것만으로도 얼마나 독선적 정권인지 여실히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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