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계, 코인 논란에 '침묵'…이재명 지도부, '김남국 징계' 진정성 없다
입력 2023.05.15 14:41
수정 2023.05.15 17:27
'김남국, 제명 대상인가' 묻자 野 대변인
"징계 절차 중이라고 보긴 어려워" 답변
당규 18·19조 비껴갈 듯…복당 가능성↑
당 일각선 "탈당 반드시 막았어야" 주장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코인 사태'를 일으킨 김남국 의원이 '징계 절차에 돌입한 상태'에서 탈당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가뜩이나 당 안팎에서 김 의원의 민주당 탈당이 '꼼수'라는 비판이 일고 있는 가운데, 향후 김 의원을 둘러싼 잡음이 더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민주당 당규상 징계를 받기 전 탈당한 김남국 의원은 제명 대상이 돼야 하는 것은 아니냐'는 질문에 "징계 절차 중(의 탈당)이라고 보긴 조금 어려운 면이 있다고 본다"라고 답했다.
현행 민주당 당규 윤리심판원규정 18조에는 '징계를 회피할 목적으로 징계혐의자가 탈당하는 경우 각급 윤리심판원은 제명에 해당하는 징계처분을 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뒤이은 19조에는 '탈당한 자에 대해서도 징계 사유의 해당 여부와 징계 시효의 완성 여부를 조사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이에 정치권에선 이 대표가 지난 12일 김 의원에 대해 윤리감찰을 지시했던 것을 '징계 절차의 시작'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지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징계 절차 시작 여부'가 중요한 이유는 지도부가 김 의원이 '징계 절차 진행 중에 탈당'한 것이라고 해석한다면 김 의원은 당 윤리 규범에 따라 5년간 복당 심사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재명 지도부'는 결국 이같이 해석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김 의원이 향후 공천 시 감점을 감수하고라도 총선 전 복당을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권 수석대변인이 이날 김 의원에 대한 자체 진상조사, 긴급 윤리감찰 지시 등을 징계절차 착수로 보기 어렵다는 뜻을 내비친 만큼 김 의원이 '징계를 회피할 목적으로 탈당한 자' 관련 당규를 피해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당 일각에선 김 의원의 추가 조사 및 징계에 대한 '이재명 지도부'의 의지가 약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에서 "매우 화가 나는 조치를 본인(김 의원)이 취했다. 탈당계를 제출하면 그걸로 당과의 관계는 소멸되지만 정치적 관계는 그렇지 않다"며 "본인이 다시 돌아오겠다고 하는 당이라면 당이 그와 관련해 명확하고 책임있는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 탈당을 하시고 관련 자료는 다 제출해 주시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도 이날 오전 YTN라디오에서 "나는 이미 지난 금요일부터 김 의원이 탈당하면 당의 자정 능력이 없어진다, 탈당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주장해왔다"며 "내가 지도부였으면 당장 (김 의원의) 당원권 정지부터 시키고 그 다음에 징계 절차를 밟기 시작했을텐데 일부 최고위원들마저도 나서서 김남국 의원은 아주 가난한 사람이니 깨끗한 사람이니, 이런 얘기를 했다"고 주장했다.
김남국 의원의 징계에 대한 진정성은 당내에서도 엇갈리는 모양새다. 이날 최고위에 참석한 인원들 중 친명계와 비명계가 김 의원에 대해 서로 다른 발언을 내놨기 때문이다.
먼저 비명계인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 모두발언에서 "어제 밤늦게까지 의원총회를 열고 그 내용을 의원단의 이름으로 국민께 보고드렸다"며 "이 대표와 당 지도부에 말씀 드리고 협의해서 신속하게 현실화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은 전날 쇄신 의총을 열고 ▲김 의원에 대한 추가조사 ▲윤리 규범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윤리 기구를 강화 ▲국회의원 재산 투명성 강화를 위한 입법 조치 ▲당 차원의 혁신기구 설치 등의 쇄신책을 발표했다.
박 원내대표는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고 민주당 자체 윤리규범에 따라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도 국민의 말씀이고, 당내 윤리기구를 강화해서 실질적으로 운영해달라는 국민 요구도 의총에서 많이 반영했다"며 "윤리기구 혁신과 상시 감찰·조사, 신속결정이란 3대 원칙에 따라 앞으로 어떤 일이 생겼을 때 즉시 대응하겠다. 민주당의 신뢰를 회복하고 유능하고 깨끗한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게 모든 것을 다하겠단 말씀을 드린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 내 비명계인 송갑석 최고위원도 "민주당 의원 전원이 결의한 쇄신의 근본은 다름 아닌 태도와 자세에 있다. 우리 당에 지독하게 따라붙는 내로남불의 꼬리표부터 떼어내야 한다"며 "우리의 허물을 직시하지 않은 채 남의 허물을 지적하는 것이 내로남불이다.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코인 논란 등의 문제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와 자세가 내로남불과 다르지 않았음을 인정하고 이제는 우리 스스로 혁신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친명계인 정청래 의원은 '공흥지구 특혜 의혹'이 불거졌지만 검찰에 불송치된 윤석열 대통령 장모에 대한 비판과 함께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을 거절하고 있는 대통령실에 대한 비판에만 시간을 할애했다. 또 박찬대·서영교·장경태 등 친명계로 분류되는 최고위원들 역시 쇄신안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꺼내지 않았다.
발언을 가장 마지막까지 미룬 이 대표는 "민주당은 국민들의 지지와 성원으로 존재한다. 어제 의총에서 많은 의원들께서 총의를 모아줬다"며 "민주당의 혁신과 개혁을 표방하고 계신 국민·당원·의원과 당 구성원들의 의지를 존중해서 향후 강력한 혁신 정책을 추진해나가도록 하겠다"고 쇄신 의총에 대해 짧게만 원론적인 언급을 하는데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