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가족돌봄청년'들 조명한 김기현 발상의 전환
입력 2023.05.09 01:00
수정 2023.05.09 01:00
與, 복지 사각지대 '가족돌봄청년' 조명
돌봄·생계 이중고에 정부 복지지원 시급
김기현 "국가가 너무 무관심했다" 반성
돌봄 사각지대 해소 및 맞춤형 지원 약속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8일 어버이날을 맞아 '가족돌봄청년'들과 간담회를 열고, 이들의 어려움을 청취했다. 부모님 세대나 어르신들을 만나고 관련 봉사활동 등을 했던 이전의 일정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미래 설계와 가장의 역할을 동시에 하는 청년들을 조명함으로써 어버이날의 의미도 새기고,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계층의 어려움까지 살피는 '발상의 전환'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가족돌봄청년이란 중증질환·장애·정신질환 등으로 돌봄이 필요한 가족을 돌보고 있거나, 그로 인해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13~34세 사이 청년들을 일컫는다. 가족돌봄청년의 규모는 최대 30만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으며, 지난달 발표된 보건복지부의 '2022 가족돌봄청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주당 평균 21.6시간을 돌봄에 할애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일반 청년보다 삶의 만족도가 낮고 우울감이 7배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시에 따르면, 가족돌봄청년은 서울에만 900명 정도로 파악되고 있으며 이 가운데 65%는 소득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월 200만원 미만의 저소득층이다. 절반 가까이는 100만원도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무엇보다 10명 중 7명은 정부 지원이 있는지도 몰랐으며, 자신이 '가족돌봄청년'이라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돌봄청년'은 지난 2021년 이른바 '부친 간병살인' 사건을 계기로 사회적인 주목을 받았다. 20대 초반의 A씨는 뇌출혈로 쓰러진 아버지를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는데, 처음에는 패륜 사건으로 묘사됐다. 하지만 그간 치료비·간병비 등으로 A씨가 생활고에 시달려왔고, 정부의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반전이 일었다.
이날 간담회를 연 김기현 대표는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의무를 우리 모두가 인간의 도리라 생각하지만 아직도 그렇게 하기는 버거운 많은 청년들이 주변에 있다"며 "가족돌봄청년의 경우에는 우리가 그동안 너무 놓치고 있었던 사각지대에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제부터 숙제를 빨리 풀어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찾아뵀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를 준비해야 할 시기에 간병과 돌봄에 짓눌려 있는 모습, 그것을 우리 사회가 관심조차 두지 않고 있고, 정확한 통계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은 매우 잘못됐던 것으로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며 "복지사업 대상자에 아예 가족돌봄청년에 대한 카테고리가 없을 정도로 우리가 너무 무관심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뇌출혈로 쓰러진 아버지를 16살 때부터 홀로 돌봐 온 김율 씨는 이 자리에서 "질병은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돼서 가족돌봄 아동과 청소년, 청년은 희망적 미래를 상상하기 어렵다"며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지기 쉽고, 돌봄 대상자가 사망하고 나면 큰 상실감과 박탈감은 물론 사회 재진입도 어렵다"고 실상을 밝혔다.
그러면서 "이 순간에도 적절한 교육과 보살핌을 제공받지 못한 채 과도한 돌봄 노동에 시달리는 아동과 청소년, 청년이 있다"며 "돌봄과 학업, 경제활동 삼중고를 안고 있는 이들을 위한 장기적 심리상담과 의료, 간병, 교육비, 긴급 콜센터 등 체계적 도움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어버이날에 가족의 돌봄을 책임지고 있는 청년 여러분을 만나 뵈니 감사의 마음이 들면서도 동시에 가슴이 먹먹해진다"며 "돌봄 문제는 사회의 문제이고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도입된 지 15년이 됐지만 사각지대는 아직 넓기만 한데 반드시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한정적인 재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가장 큰 숙제인데, 획일적으로 찔끔 지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정말 맞춤형으로 충분하게 지원하는 것이 국가가 해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며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를 녹여 내년부터 예산이 반영돼 당장 도움이 되고 또 확장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