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맥주 부활조짐”…올 여름 맥주시장 대격전 예고
입력 2023.05.09 07:08
수정 2023.05.09 07:08
1분기 일본 맥주 수입액 지난해 대비 148.4%↑
맥주 수요 줄어드는 분위기 속 나홀로 승승장구
국내 맥주업계, 트렌드 반영 신제품 줄줄이 출시
위기를 맞았던 일본 맥주가 국내 시장에서 부활했다. 코로나19 펜데믹을 기점으로 하이볼과 위스키 등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국산 맥주는 물론 수입맥주 수요까지 줄어드는 분위기지만, 나홀로 승승장구 중이다. 올 여름 성수기 시장을 잡기 위한 주류업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이유다.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 1분기 일본 맥주 수입액은 662만6000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48.4% 늘어났다. 이는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가 단행되기 직전인 2019년 2분기(1901만달러) 이후 최대치다.
일본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반발해 2019년 7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소재 등에 대한 한국 수출 규제에 나선 바 있다. 이에 일본 맥주 수입은 급감했다. 2019년 2분기 수입액이 1900만달러 수준에서 4분기 39만달러까지 쪼그라들었다.
당시 국내 소비자를 중심으로 ‘안 먹고 안 쓴다’는 인식이 명확하게 자리 잡으면서 일부 기업은 퇴출 수순을 밟는가 하면, 지속된 매출 하락으로 버티기에 들어간 기업까지 어려움이 가시적으로 드러났다. 매출 감소폭이 커지면서 10년 만에 주요 순위권에서 밀려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재반전을 맞았다. 지난해 3분기 500만달러로 늘어난 데 이어 올해 1분기 600만달러 선을 넘었다. 올해 1분기 수입액은 수출 규제 조치 이전인 2019년 1분기(1578만5000달러) 대비 42.0% 수준이다.
특히 최근에는 일부 일본 맥주가 인기를 끌면서 품귀 현상까지 일고 있다. ‘아사히 수퍼드라이 생맥주캔’(나마조키캔)의 정식 출시를 앞두고 이달 한정 수량으로 선출시하면서 품절 대란을 일으키고 있다. 일부 점포에서는 ‘오픈런’ 현상까지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아사히 수퍼드라이 생맥주캔’의 경우 5월 들어 1~3일 수입맥주 기준 매출액 1위를 차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며 “기간이 짧긴 하지만 신제품이 이렇게 기존 상품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무래도 아사히라는 브랜드파워와 더불어 생맥주라는 색다른 방식이 호기심을 불러일으켜 매출이 빠르게 올라오는 것 같다”며 “정식물량 입고는 7월에 예정돼 있다. 현재는 잔여 물량이 있는 센터별로 1배수 공급 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맥주 시장 침체…주류업계, 트렌드 반영 신제품 선보여
하지만 전체 맥주 시장은 부진을 겪고 있다. ‘홈술(집에서 마시는 술)’ 문화 확산으로 와인과 위스키, 하이볼 등의 수요가 늘자 가정시장에서의 맥주 소비량도 급감한 탓이다. 원부자재 가격이 치솟으면서 출고가까지 오르자 편의점 등에서도 ‘4캔 1만원’이 사라지면서 맥주가 좀처럼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수제맥주 역시 떨어지는 인기를 체감하고 있는 중이다. 2021~2022년 상반기까지 수제맥주가 독특한 맛과 디자인으로 유행을 끌었던 것과 달리 수제맥주 운영 상품수를 줄이고 있고 매출도 지속해 감소하고 있다는 게 유통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부진한 것은 수입맥주 역시 마찬가지다. 맥주 수입량은 2018년 39만여톤에서 지난해 23만여톤까지 감소했다. 전년보다 12%, 4년 전보다 76% 줄어든 규모다. 소비자들이 국산맥주와 수입맥주를 모두 외면하면서 시장 파이가 줄어들고 있다.
엔데믹 특수를 노리며 여러 브랜드가 경쟁적으로 맥주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지만, 회식이 줄어드는 등 음주 문화가 바뀌면서 유흥채널 실적 만회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또 고물가 기조까지 이어지고 있어 가정 내 맥주 수요 회복이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메인 스트림이 바뀌었다고 하기엔 아직 시기상조인 것 같다”면서도 “주류업계가 트렌드와 시장 변화에 주목해 제품에 반영하는 게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주류업계 양대 산맥인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가 잇따라 신제품을 출시하는 등 맥주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면서 점유율 지키기에 나섰다. 맥주 성수기인 여름을 앞두고 저마다 브랜드 입지를 다지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 일환으로 오비맥주는 지난 2021년에 출시한 ‘한맥’을 새롭게 리뉴얼했다. 여름 성수기를 맞아 국내 쌀로 만든 한맥의 정체성을 강화해 소비자들에게 새롭게 나가가겠다는 전략이다. 제품 디자인에 한국적인 요소를 적용하고 ‘K-라거’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했다.
하이트진로는 새로운 라거 맥주 제품 ‘켈리’를 전면에 앞세웠다. 켈리·테라 2종의 맥주를 통해 최단 기간 두 자릿 수 시장점유율을 달성하고 부동의 1위 맥주인 오비맥주 ‘카스’를 넘어서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최근 일본 맥주 및 하이볼과 위스키 열풍이 지속되고 있는데, 이런 현상은 소비자들이 다양한 주류 및 맥주를 즐기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며 “이런 부분이 맥주 업계 위기라기보다 오히려 움추려 있던 주류 소비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 여름은 코로나가 완전히 지나가고 성수기 맞이 프로모션을 제대로 전개할 수 있는 시기”라며 “오프라인 행사, 소비자 경험 프로모션 등을 벌이며 소비자 접점을 확대하는 브랜드 마케팅을 대대적으로 벌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