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늘어나는 ‘미끼상품’…오늘도 모르게 낚였다 [다크패턴 맹추격②]
입력 2023.04.27 07:00
수정 2023.04.27 07:00
상품 주문 클릭하면 가격 2배 올라
소비자 기만 행위 공정위에 적발
‘특정옵션 사전선택’ 피해 88.4%
“규제와 행위 유형 중복 않게 보완”
ⓒ게티이미지뱅크
# 경기도 성남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남모(27)씨는 요즘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종종 본인 소비기준에 맞게끔 온라인 명품 거래 플랫폼을 이용해서 좋아하는 브랜드 의류를 구매한다.
남 씨는 평소 관심을 갖던 신발이 싼 가격에 나온다는 광고를 보고 구매를 위해 상세 페이지로 이동했다. 본인 사이즈를 입력하고 결제 페이지로 넘어갔지만, 광고 표시 가격보다 2배 넘게 비싸 결제를 포기했다.
남 씨는 “과장 광고로 소비자를 낚는 쇼핑몰을 여러 차례 봤다”며 “아무리 마케팅이라고 해도 이런 행태는 소비자 기만행위 같다”고 말했다.
거짓된 정보로 통상적인 기대와는 전혀 다르게 화면·문장 등을 구성해 소비자 착각이나 실수를 유도하는 판매기법이 늘고 있다.
최근 ‘거짓 할인’을 미끼로 소비자를 유인한 온라인 명품 판매 플랫폼 ‘발란’이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받았다. 유명 브랜드 운동화를 30만원 대에 판매한다는 광고를 클릭하면 특정 치수 1개만 해당 가격을 적용하고 다른 치수는 2배 이상 많은 70~80만원으로 판매했다.
온라인 명품 플랫폼 발란 ⓒ발란 홈페이지
이러한 행위는 다크 패턴(눈속임 상술)의 일종으로 공정위 기준 ‘오도형 상술’에 해당한다. 공정위는 다크패턴 유형을 편취, 오도, 방해, 압박형 4가지로 구분한다. 거짓 할인·추천, 유인판매, 속임수 질문 등은 오도형 상술에 속한다.
지난 3월에는 ‘거짓 추천’ 사례도 적발했다. 건강기능식품 판매업체인 한국생활건강과 광고대행업체 감성닷컴이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해 네이버 온라인쇼핑몰에 후기를 조작하는 일명 ‘빈 박스 마케팅’을 한 것이다. 공정위는 시정명령 및 과징금 1억4000만원을 부과했다.
건강기능식품 판매업체 한국생활건강과 광고대행업체 감성닷컴이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해 네이버 온라인쇼핑몰에 후기를 조작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정명령 및 과징금 1억4000만원을 부과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가 의도치 않게 대답하거나 선택하도록해 ‘나도 모르게 결제하는 일’도 늘고 있다. 사업자에게 유리한 선택항목(옵션)을 시각적으로 두드러지게 표시해, 반드시 선택해야만 하는 것처럼 오인하게 하는 사례도 있다.
공정위가 지난해 조사한 다크패턴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 경험 비율 중 ‘특정옵션 사전선택’ 유형은 88.4%로 나타났다.
소비자가 의도하지 않은 대답이나 선택을 하도록 속임수를 써 질문하는 행위인 속임수 질문(왼쪽), 소비자에게 불리하거나 사업자에게 유리한 선택항목(옵션)을 시각적으로 두드러지게 표시하는 잘못된 계층구조(오른쪽) ⓒ공정거래위원회
예를 들어 소비자가 프로그램 설치 중 ‘빠른 설치’ 버튼을 누르면 제휴서비스에도 동의한 것으로 유도한 뒤 무심코 지나쳐 그대로 수용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제휴서비스 이용 동의 글씨를 작게 하는 계층구조 유형과 함께 이뤄진다.
잘못된 계층 구조는 소비자 경험·인식조사 결과 70.2%가 노출된 경험이 있다. 이 중 비합리적인 선택이나 원치 않는 선택을 하는 등의 피해를 경험한 비율도 86.7%로 높은 수준으로 집계됐다.
공정위는 이 같은 행위는 대부분 현행 전자상거래법으로 규율이 가능하지만, 소비자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발생시켜 전부 금지하거나 규율 범위를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뽑은 오도형 상술 가운데 규제를 강화할 필요성이 있는 세부유형은 ▲거짓 할인 ▲거짓 추천 ▲유인 판매 ▲위장 광고 ▲속임수 질문 등이다.
규율 필요성은 있으나 과잉규제가 이뤄질 우려가 있어 법적 근거가 필요한 유형은 ▲특정옵션 사전선택 ▲잘못된 계층구조를 꼽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EU(유럽연합) 디지털서비스법(DSA)을 통해 금지되는 등 국제적으로 ‘소비자 피해 유발 행위’라는 인식이 상당해 규율 필요성이 있다”면서도 “과잉규제를 방지하기 위해 상품구매, 계약체결·해지 등 지출을 유발할 수 있는 의사결정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소비자에게 선택항목이 제시되는 경우에만 규율대상을 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공정위가 다크 패턴 행위 유형을 나눠 법적 근거를 보완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며 “이번 전자상거래법 개정 추진에 있어 규제를 더 강화해 여러 유형의 사업자가 소비자를 기만했을 때 받는 처벌을 두렵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실효성을 가지기 위해선 다수의 규제와 행위 유형이 중복되지 않게 관계기관과 협력해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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