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직접 조사? 검찰총장 부인일 때도 못했는데, 영부인인데 어찌하나" [법조계에 물어보니 138]
입력 2023.04.26 05:04
수정 2023.07.11 09:13
검찰, '도이치 주가 의혹' 사건 주범 권오수 소환 조사…김건희 직접수사 가능성 제기
법조계 "검찰의 김건희 직접 조사?…강화된 증거, 스모킹건 나오지 않는 이상 어려워"
"검찰 입장에선 실익 없을 듯…특검 앞두고 '우리 일하고 있다' 보여주기 외엔 의미 없어"
"사람을 소환하는 건 기소하겠다는 뜻…기소할 자신도 없이 김여사 부를 수 있을까"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권이 '50억 클럽'과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이른바 '쌍특검' 도입이 본격화 되자 검찰이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을 소환 조사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검찰이 사건의 주범인 권 전 회장까지 소환 조사하면서 김건희 여사를 직접 수사할 지도 주목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특검을 앞두고 보여주기식 절차일 뿐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이 나오지 않는 이상 김 여사 조사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사람을 소환하겠다는 것은 기소하겠다는 것인데, 검찰의 기소 의지가 희박해 보이고 무엇보다 검찰총장 부인일 때도 못하던 수사를 영부인이 됐는데 할 수 있겠느냐는 게 중론이다.
24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김영철 부장검사)는 전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 사건의 주범 격인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지난 2월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억 원을 선고받은 뒤 처음이다.
이날 조사는 김 여사가 주가조작 범행을 알고 있었는지 여부를 중점으로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는 이 사건에서 자금을 제공한 '전주'로 지목됐지만, 1심 선고가 나올 때까지 단 한 차례도 소환 조사를 받지 않았다.
앞서 검찰은 권 전 회장을 기소한 이후에도 다른 가담 혐의자들을 계속 조사해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검찰 안팎에서는 이번 소환조사가 특검 논의가 구체화되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야권이 이달 27일 본회의에서 특검법안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을 지정할 방침을 정하자, 검찰이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수사에 가속페달을 밟았다는 것이다.
향후 검찰 수사는 김 여사가 주가조작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는지, 혹은 자신의 계좌가 주가조작에 이용되는 것을 알았는지 규명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김 여사 측은 "주가조작을 공모하거나 관여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김 여사 출석 조사 등을 포함해 수사 방식 등에 제한을 두지 않고 관련자들을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사건의 주범인 권 전 회장까지 불러 조사한 만큼, 조만간 김 여사의 조사 시점과 방식을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스모킹건이 나오지 않는 이상 검찰의 김 여사 조사는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도윤 변호사(법률사무소 율샘)는 "사실상 못 부르지 않을까 싶다. 원칙적으로 말하자면 조사를 해야 하지만, 이전 조사에서 안 불렀다는 건 이유가 있다는 것"이라며 "강화된 증거가 발견된다면 당연히 순차상 불러야 하지만, '스모킹건'이 있는 게 아니라면 어려워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검찰 입장에서는 정치 쟁점화가 될 김 여사를 불렀을 때 실익이 거의 없을 것 같다"며 "실익이 하나 있다면 특검 전 '우리 일하고 있다'고 보여주는 것이다. 다만 그것 때문에 부르는 것은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사 출신 이연주 변호사(법무법인 서화) 역시 "불가능하다고 본다. 사람을 소환하는 건 기소하겠다는 뜻인데, 기소할 자신도 없이 김 여사를 부르겠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김 여사를 소환하는 건 대통령을 부르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부를 수 있겠는가"라고 "(김 여사가) 검찰총장 부인일 때도 못 하던 수사를 대통령 영부인이 됐는데 어떻게 할 수 있냐. 특검 앞두고 검찰이 쇼하는 게 분명하다"고 꼬집었다.
검사 출신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김 여사와 김 여사 어머니 계좌가 시세조종에 이용된 건 1심서 확인되지 않았나. 공소시효도 남아있다"며 "검찰은 지금 특검 이야기도 있으니 어떤 방식으로라도 다시 한번 조사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여사가) 묵인한 건지, 같이 한 건지 명확히 구분해 줘야 할 것 같다. '왜 조사 안 하냐' 등 요구사항이 있기 때문에 지난 번과 똑같이 조사하는 건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안 변호사는 "검찰이 김 여사를 소환할지 여부는 추가 조사를 해봐야 알 것"이라며 "참고인 조사에서 (김 여사가) 관여했다는 내용이 나와야 한다. 결정적 증거, 진술이 나오지 않는 이상 기존 수사를 넘어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