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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당선 → 이재명 선출, 그런데 '돈 봉투'?…혼란 빠진 민주당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입력 2023.04.15 00:00
수정 2023.04.15 00:00

2021년 전당대회서 송영길, 홍영표

0.59%p 차로 누르고 당대표 당선

"당내 헤게모니 교체…宋 대표되며

이재명 대선후보 된 것에도 영향"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지난 2021년 5·2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직후, 꽃가루가 흩뿌려지는 가운데 꽃다발을 손에 안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2021년 5·2 전당대회를 둘러싼 검찰의 수사가 액수 특정, 녹취록 공개 등으로 구체화되면서 더불어민주당이 혼란과 당혹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당의 주류 세력을 바꿔놓은 첫 단추인 전당대회에서 '돈 봉투'가 살포됐다면, 대선후보 선출 등 그 이후에 이뤄진 절차들의 정당성은 어떻게 되느냐는 의문이 모두의 머릿속에 떠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14일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직후, 비공개 논의 과정에서 '돈 봉투 의혹' 관련 논의가 있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특별한 논의가 없었다"고 답했다. 당의 '투톱'인 이재명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가 공개 모두발언에서 정국 최대 쟁점인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관련 언급을 피했다. 곤혹스러운 분위기가 읽힌다는 분석이다.


수사 대상인 2021년 5·2 전당대회는 그 때까지의 당의 주류인 친문(친문재인)계 홍영표 의원과 비문(비문재인)계 송영길 전 대표의 정면 대결로 치러졌다. 우원식 의원은 민평련(민주평화국민연대)계 후보로 출마했다.


송 전 대표는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데다 2018년·2020년에 이어 세 번째 당권 도전이라 당권 레이스 초반에 유리한 고지를 점했으나, 전당대회 날짜가 다가올수록 홍 의원이 친문계의 조직력을 바탕으로 맹추격해왔다. 경선 결과 송 전 대표가 득표율 35.6%, 홍 의원은 35.0%로 불과 0.59%p 차로 송 의원이 당권을 잡았다. 우 의원의 득표율은 29.4%였다.


이후 민주당은 '송영길 체제'에서 대선후보 경선을 치렀다. '돈 봉투' 배포 의혹으로 압수수색을 당한 윤관석 의원은 '송영길 체제'에서 사무총장, 녹취록의 주인공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은 부총장이 됐다. 대선후보 경선에서는 송 전 대표와 가까운 이재명 대표가, 홍 의원과 가까운 이낙연 전 대표를 누르고 대선후보로 선출돼 대선 본선에 나섰다.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2021년 4·7 서울시장·부산시장 재·보궐선거 참패와 직후 5·2 전당대회에서의 송영길 당대표 당선은 그 때까지 공고했던 친문계의 당내 헤게모니가 교체되는 흐름이었다"며 "홍영표 의원이 당대표가 됐더라면 이낙연 전 대표가 대선후보가 됐을 가능성이 높은데, 송 전 대표가 당대표가 되면서 비문(비문재인)계로 정치를 해온 이재명 대표가 대선후보가 됐다고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전당대회 과정에서 총 9400만 원의 현금이 현역 의원과 당 관계자 등 수십 명에게 살포된 것으로 보고 있다. 살포 시점은 전당대회 직전인 4월말로, 홍 의원이 송 의원을 맹추격하던 시기와 겹친다.


의원실 관계자는 "최종적으로 0.59%p 차로 끝난 전당대회에서 승자가 '돈 봉투'를 살포해 승기를 굳혔던 것이라면, 당대표 선출과 그 당대표가 관리했던 대선후보 경선, 그리고 그 대선후보 경선 결과의 정당성 등이 연쇄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심각한 사태"라고 우려했다.


5·2 전대 직전 홍영표가 맹추격하던
시점에 '돈 봉투' 뿌려졌단 의혹 적시
이상민 "엉거주춤하면 당 전체 붕괴"
조응천 "개인 일탈이라고? 궁색하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지난 2021년 5·2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직후,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당기를 받아 흔들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당내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은 개인의 일탈 문제가 아니라 당을 붕괴시킬 수도 있는 중차대한 사안이라며, 프랑스 파리에 체류 중인 송영길 전 대표가 귀국해 검찰의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5선 중진 이상민 의원은 CBS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해 "녹음테이프가 방송에 나온 것을 들어보니 기가 막힐 일"이라며 "개인의 일탈 문제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사실인지 아닌지가 우선 중요하겠지만, 사실이라면 조직적으로 광범위하게 벌어진 일"이라고 혀를 찼다.


이어 송 전 대표를 향해 "한가롭게 프랑스에서 정치평론하듯 할 일이 아니다"며 "본인 문제가 당의 명운과 관련돼 있다. 다른 얘기 할 게 아니라 빨리 들어와 이 문제를 수습하라"고 촉구했다.


이재명 대표를 향해서는 "본인 문제가 어쨌든 간에 이 문제는 대응해야 한다"며 "온정주의가 깃들어 해야할 것을 못하고 엉거주춤하게 있으면 그야말로 당 전체를 붕괴시켜버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응천 의원도 CBS라디오 '뉴스쇼'에 출연해 "송영길 전 대표가 제발로 들어오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며 "(들어와서 조사받는 게) 더 당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 전 대표가 파리에서 이정근 전 부총장의 개인 일탈이라는 식으로 대응한 것과 관련해서는 "궁색하다"며 "짜깁기, 조작한 것 이런 식으로 (대응)하면 더더욱 코너에 몰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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