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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의 눈물 66] 취기 안 오르면 운전해도 무죄?…"꼼수로 활용하지 마세요!"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입력 2023.04.07 04:20
수정 2023.04.07 04:20

법조계 "음주운전, '위드마크 공식' 따라 과학적 계산…혈중알코올농도, 시간마다 달라져"

"면허정지 기준치 크게 넘겼다면 처벌 받았을 수도…미량 초과는 유죄 입증 힘들어"

"음주 한참 뒤 측정 이뤄져…피고인 운 좋았을 뿐 음주운전 경각심 가져야"

"'윤창호법' 이후 처벌기준·양형 강화 추세…사법당국, 과거 비해 단호하게 판단"

ⓒgettyimagesBank

술을 마시고 90분 이내에 측정된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가 적발 기준보다 조금 높게 나왔다면 음주운전 혐의로 처벌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음주 뒤 혈중알코올농도가 오르는 시점에 음주 수치가 측정된 것일 뿐 운전 당시 술에 취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법조계에서는 측정 시 혈중알코올농도를 바탕으로 역계산하면 운전시점에 음주 상태가 아닐 수 있기에 음주운전 혐의를 검찰이 입증하지 못한 것으로 봤다. 다만, 윤창호법 시행 이후 음주운전 처벌기준이 계속 강화 추세인 만큼, 이번 무죄 판결만 보고 음주운전 처벌에서 빠져나갈 '꼼수'가 생긴 것으로 오인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8단독 김범준 판사는 최근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30)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측정 당시 혈중알코올농도인 0.035%가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라고 볼 수 없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앞서 A씨는 지난해 10월 28일 오후 11시45분께 서울 중랑구 한 도로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주차된 차량을 들이받았다. 경찰이 출동해 음주 측정을 한 결과 음주운전 처벌 기준 0.03%를 0.005%포인트 넘긴 0.035%가 나왔다. 마지막 음주를 한 지 87분, 사고 시점에서 42분이 흐른 시점이었다.


법무법인 삼승 김성훈 변호사는 "위드마크 공식에 따라 음주시점, 사고시점(운전시점), 측정시점 시 혈중알코올농도가 달라진다"며 "측정 시 혈중알코올농도를 바탕으로 역계산하면 운전시점에는 음주운전이 아닐 수 있기에, 이 점에 대해 검찰이 입증하지 못해 무죄가 나온 사건이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공간 김한규 변호사는 "만약 피고인의 측정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정지 기준치를 훨씬 넘어선 '0.1', '0.2' 정도였다면 수사기관이나 재판부에서도 운전당시 피고인이 음주운전 상태였을 것으로 판단했겠으나, 미량인 0.005%포인트 초과한 것은 음주운전으로 보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법무법인 주원 조상규 변호사는 "음주 후 30분, 1시간 혈중알코올농도가 각각 다르다. 운전시점과 측정시점의 간극이 생겼을 때 시간당 혈중알코올농도의 흐름과 움직임을 파악한다"며 "혈중알코올농도가 최고점을 찍었을 때 면허정지기준(0.03)에 이르렀다면 운전한 시점엔 이 정도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통상 판단한다. 그렇기에 음주운전 사고가 아닌 일반 교통사고로 보고 무죄가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술을 마신 운전자가 운전을 하고 있는 당시 시점에 음주 측정이 이뤄지고, 기준치도 넘긴다면 당연히 음주운전이 성립한다"며 "다만 이 사건의 경우 음주를 한 지 약 90분, 사고 시점에서 40분이나 지난 상황에서 뒤늦게 측정이 이뤄졌기에 음주운전으로 볼 수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음주운전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를 계산하는 '위드마크 공식'에 따르면, 운전 당시에도 처벌기준치 이상이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는 ▲운전과 측정 사이의 시간 간격 ▲측정된 혈중알코올농도의 수치와 처벌기준치의 차이 ▲음주를 지속한 시간 및 음주량 ▲단속 및 측정 당시 운전자의 행동 양상 ▲교통사고가 있었다면 그 사고의 경위 및 정황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gettyimagesBank

전문가들은 음주 후 90분이 지나 뒤늦게 음주측정이 이뤄진 만큼 피고인 입장에서는 운이 좋았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이 사건에서 무죄 판결이 나왔다는 이유로 술을 마신 운전자들이 음주운전 처벌에서 빠져나갈 꼼수가 생겼다고 오인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조 변호사는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과거에 비해 크게 올랐다"며 "'윤창호법' 시행 이후 처벌기준도 계속적 강화추세다"고 말했다.


김한규 변호사 또한 "(윤창호법 시행 이후) 음주운전 관련 양형이 상당히 무거워졌다. 음주운전에 대해서 사법당국이 과거에 비해 상당히 단호하게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9년부터 시행된 윤창호법은 그간 기간 제한 없이 음주운전 행위자가 또다시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되면 가중처벌했다. 이후 지난 4일 개정이 이뤄졌고, 최초 1회째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돼 벌금형 이상 형이 확정되면 10년간 가중 기간을 적용하기로 했다. 또 2회째 적발되면 혈중알코올 농도 0.2% 미만은 징역 1∼5년 또는 500만∼2천만 원 벌금을 물게 되고, 혈중알코올농도 0.2% 이상이면 징역 2∼6년 또는 1천만 원∼3천만 원 벌금을 물게 되면서 처벌 수위가 높아졌다.


이번 판결의 의미에 대해서 김성훈 변호사는 "수사기관으로 하여금 운전시 혈중알코올농도가 기준치 이상이라면 음주운전이 성립하는 지 여부 등에 대한 증명을 더욱 확실히 하도록 경고하는 의미가 될 것"이라고 봤다.


조상규 변호사는 "변호사들에게 사건 맡기러 온 의뢰인들이 흔히 '대리운전 기사가 차를 놓고갔다', '1km 정도 운전했다' 등 변명을 하는데 모두 통하지 않는 말이다"며 "'음주를 해도 안 잡힐 수 있다', '무죄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늘 경각심을 가진 채 '대리운전 요금을 아끼려다 변호사수임비와 벌금까지 내게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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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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