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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방비 이어 '69시간 노동' 선제대응 실패…與 자성 목소리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입력 2023.03.20 00:40
수정 2023.03.20 07:52

'69시간' 프레임에 갇힌 노동시간 개편안

취지·방향성 묻히고 與 지지율은 하락

정부 정책 발표 전 여론전 필요성 절감

김기현 "당 중심 여론수렴 및 당정소통"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총리 공관에서 열린 제8차 고위당정협의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노동개혁의 일환으로 발표한 '노동시간 개편안'이 정부와 국민의힘 지지율 하락의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주 69시간제'로 규정하고 "살인적 수준의 연장 근로"라며 반대 여론 결집에 나선 상태다. 반발이 커지면서 정부여당은 "여론을 수렴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실제 데일리안이 지난 13~14일 전국 성인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지난 조사 대비 6.1%p 하락했으며 민주당 지지율은 2%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의 상승 폭에 비해 국민의힘 지지율 하락 폭이 3배 이상으로, 이는 국민의힘 지지층 상당수가 유보층으로 돌아섰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조사 시점을 보면, 지난 6일 고용노동부의 노동시간 개편안이 발표된 뒤 정치권 안팎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진 때와 겹친다. 소위 '주 69시간 노동제'에 대한 반대 여론이 국민의힘 지지율 하락으로 나타났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 대목이다. 기존 양대 노총과 궤를 달리하는 'MZ 노조'도 정부의 노동시간 개편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다만 당내에서는 적정 '주당 최대 노동시간' 논의와 별개로 초기 여론전에서 실패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주 69시간 노동제'라는 프레임이 대표적이다. 사실 정부안에는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 휴식 보장 또는 1주 평균 64시간 상한 준수"라고 돼 있었을 뿐, 69시간이라는 내용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런데 '11시간 연속 휴식'을 토대로 하루 최대 근무 시간을 11시간 30분(근무 4시간 당 30분 휴게 시간 포함)으로 계산했을 때, 주당 최대 69시간 근로가 된다는 점이 부각되며 '69시간 노동제'라는 틀에 갇혀 버린 게 타격이 컸다.


그러는 사이 △주 52시간제 대비 연장근로 총량 감축 △포괄임금 오남용 감독 강화 △근로시간 저축 계좌제 도입 △노사 합의 선결 등 노동시간 개편의 주요 취지와 방향성은 제대로 홍보되지 못했다. 개편안 발표에 앞서 정치권에서 선제적으로 논의를 띄워 여론을 조성한 뒤 정부안이 발표됐더라면, 수용성은 달랐을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은 노동조건이 더 열악해지지 않는 전제하에 현실에 맞게 개편하려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69시간이냐 아니냐가 부각되며 쓸데없는 논쟁이 들어간 게 안타깝다"며 "정무적 감각을 동원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한 바 있다.


지난 1~2월 화제가 됐던 '난방비 폭탄'도 선제 대응 실패 사례로 꼽힌다. 가스 요금 인상 계획에 따라 충분히 예상 가능했지만, 민심이 폭발한 뒤에야 사후약방문식 대책을 내놓은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당 차원에서 난방비 인상을 사전에 경고하고, 인상의 원인과 정부의 대책을 알렸더라면 후폭풍은 그리 크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국민의힘 지도부의 한 고위 인사는 "민심을 세심히 살펴 리스크를 미리 파악하고 예방주사를 놓는 것이 국정운영의 안정감을 더하는 여당의 중요한 역할"이라며 "지도부가 임시 비대위 체제였고, 전당대회에 관심이 쏠리면서 한계가 있었던 부분이 없지 않다. 새로운 지도부가 들어섰기 때문에 앞으로는 당정 소통을 바탕으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19일 취임 후 첫 고위 당정협의에 나선 김기현 대표는 "고위 당정협의회가 오늘로 8번째인데, 그동안 활발하게 진행됐던 적도 있었지만 다소 멈칫했던 적도 있었던 것 같다"며 "여당이 중심이 돼 국민 목소리를 잘 경청하고 국정에 반영할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아울러 "어떤 정책이든 한번 발표되고 나면 현장에서 느끼는 파급효과가 매우 크다"며 "때로는 취지와 다른 부분이 확대해석될 수 있는 만큼 정책의 입안 발표 이전에 당과 정부 대통령실 간에 충분한 논의와 토론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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