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혁⑤] 선거 표심에 또 ‘맹탕 개혁’ 되나…총선에 눈 먼 ‘국회 연금특위’
입력 2023.03.19 12:50
수정 2023.03.19 12:52
올해, 선거 없는 연금개혁 골든타임인데
국회와 정부는 책임 전가하며 ‘핑퐁게임’
尹정부, 과감히 ‘보험료 인상’ 칼 빼 들어야
국회와 정부가 핑퐁게임을 하면서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선거 표심에 또다시 ‘맹탕 개혁’이 될 조짐이 보인다. 윤석열 정부가 미움받을 용기를 내어 과감히 ‘보험료 인상’ 칼을 빼 들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 들어 연금 개혁을 위해 지난해 7월 여야 의원 13명 주도하에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이하 연금특위)이 꾸려졌고, 이어 11월 연금 전문가로 구성된 특위 산하 민간자문위원회(이하 민간자문위)가 구성돼 논의를 이어왔다.
그런데 당초 4월로 예정된 연금특위의 국민연금 개혁안 발표가 무산됐다. 민간자문위에서 구체적인 보험료 인상폭(9→15%)이 거론되자 지난 2월 8일 여야 간사는 “보험료 말고 구조개혁부터 하자”며 논의를 원점으로 되돌려서다. 이들은 보험료 인상을 골자로 하는 모수개혁을 정부 몫으로 돌렸다.
보험료율을 9%에서 15%까지 올리는 인상안이 논란이 일자 보건복지부는 “정부안이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불씨는 국회가 지폈지만 국민연금을 유지하기 위해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아는 정부가 슬쩍 뒤로 빠지며 책임을 회피했다는 지적이다.
국민연금 개혁은 모수개혁, 제도개혁, 기금운용개혁 등 크게 세 갈래로 구분되는데 이 가운데 모수개혁이 가장 시급하다. 모수개혁은 기금 출납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보험료율이나 소득대체율 등 수치를 조정하는 것으로 연금개혁의 기본이자 핵심이다.
한마디로 연금 고갈을 막으려면 보험료를 ‘더 내고 늦게 받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대로 가다간 저출산·고령화 추세로 국민연금 기금이 2041년 적자로 돌아서고 2055년에 소진된다. 민간자문위가 소득의 9%인 보험료율을 15%로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연금특위가 모수개혁을 골자로 한 연금 개혁안 발표를 미루고 정부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연금 개혁이 또다시 ‘맹탕 개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만큼 국회의원으로 구성된 연금특위가 모수 개혁을 주도하지는 못할 것이란 분석이다.
한 민간자문위 관계자는 “연금 개혁의 가장 큰 장벽은 국민 저항과 표를 의식해 결정을 미루는 정치권”이라며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표심이 멀어질까 두려워 개혁을 미룬 것으로 보여진다”고 지적했다.
역대 정권에서도 앞다퉈 연금 개혁을 꿈꿨지만 ‘선거 표심’에 번번이 좌절했다. 이러한 잔혹사가 반복될 위기에 놓였다.
앞서 문재인 정부에서도 2018년 제4차 재정추계 당시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가 보험료율 인상안을 담은 복수의 개혁안을 제시했으나 정부는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다”며 되돌려보냈다. 있다. 이후 정부는 4가지 개혁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표심에 흐지부지됐고 결국 연금개혁은 실패했다.
올해는 전국 단위 선거가 없기 때문에 저항을 덜 받으면서 연금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이런데도 정치권이 눈앞의 표심에만 매달려 미래 세대에 ‘연금 폭탄’을 안기려 한다면 1990년대생부터 연금을 받지 못하는 불행이 현실이 될 수 있다.
한 경제학회 전문가는 “여야는 선거 유불리를 따지는 무책임한 행태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연금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며 “윤석열 대통령도 뚝심을 갖고 국민과 국회를 설득해 미래를 위한 개혁 작업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금개혁⑥] 고령사회 선진국들의 연금개혁…무엇을 배워야 하나> 편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