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회 연속 1R 탈락’ 한국 야구 치욕의 날
입력 2023.03.13 15:58
수정 2023.03.13 21:40
호주가 체코 꺾으며, 중국전 결과 상관없이 탈락
전지훈련지 선정부터 얇은 투수진 등 총체적 난국
한국 야구가 3회 연속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 1라운드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호주 야구 대표팀은 13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체코와의 최종전서 8-3 승리했다.
이로써 3승 1패를 기록한 호주는 일본과 함께 B조를 통과 2라운드 진출을 확정했고, 최종전을 앞둔 한국 야구 대표팀도 중국전 결과와 상관없이 탈락 수순을 밟았다.
한국 야구가 얼마나 망가지고 있는지 단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WBC.
야구대표팀은 1~2회 대회가 열린 2006년과 2009년, 4강 및 준우승의 성과를 낸 바 있다. WBC는 같은 시기에 개최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획득과 함께 야구의 인기를 끌어올리는 기폭제 역할을 담당했고 10년 넘게 국내 최고의 인기 스포츠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한국 야구의 영광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야구 대표팀은 2013년 열린 제3회 WBC서 한 수 아래라고 평가받았던 네덜란드와의 1차전서 충격패를 당하며 아쉽게 1라운드서 탈락했다. 당시만 해도 이변의 희생양이라며 스스로를 위로 했으나 거기까지였다. 실패를 돌아보지 않은 대가는 4년 뒤 4회 대회서 그대로 치르게 됐다.
당시에도 네덜란드에 또 패했던 야구대표팀은 급기야 야구 변방으로 불린 이스라엘전마저 내주며 또 다시 1라운드 탈락 수순을 밟았다. 당시 대회가 서울 고척돔에서 열렸기에 충격은 더욱 크게 다가왔다.
코로나19로 잠시 쉬었던 WBC는 6년 만에 다시 열렸다. 그 사이 한국 야구 인기에 위기가 찾아왔고, KBO는 이번 대회가 팬들의 마음을 되돌릴 반등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 장담했다.
하지만 호주와의 첫 경기서부터 패하며 첫 단추를 잘못 꿴 대표팀은 역대 최강이라 불리는 일본전서 대패하며 다시 늪으로 빠져들었다.
본선 대회가 일본서 열리는데도 불구하고 굳이 시차가 다른 미국까지 건너가 전지훈련을 치른 점, 사실상 8강 진출의 분수령이었던 호주와의 첫 경기서 올인하지 않았던 점, 코칭스태프의 뒤늦은 투수 교체, 빈약한 투수층, 야수들의 정신줄 놓은 수비 등 탈락의 요인을 하나로 꼽기 어려울 정도의 총체적 난맥상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우연이 계속되면 필연’이라는 속담이 있다. 한국 야구는 야구 월드컵이라 불리는 WBC서 무려 삼세번이나 1라운드서 탈락하고 말았다. 이쯤 되면 8강 무대에도 오르지 못하는 것이 한국 야구의 진짜 실력일 수도 있다. 2라운드에 오르지 못한 3월 13일은 한국 야구 치욕의 날로 기억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