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세종살이 10년…중앙동으로 이사하는 기재부
입력 2023.03.03 14:39
수정 2023.03.03 15:09
2012년 이사온 뒤 이달 보금자리 이전
500여m 떨어진 중앙동 건물로 옮겨
이사 비용만 100억원…세금낭비 논란도
기재부 떠난 자리 과기부 입주 예정
“자리 잡은지 얼마 안 지났는데… 공무원들 불만이 많아요. 예산 낭비는 물론이고요.”
지난 28일 오후 이사작업을 바라보던 한 정부 부처 공무원은 이같이 말했다. 이삿짐을 옮기던 사람도 “8일까지 이사가 마무리돼야 해서 모든 관계자가 분주히 이삿짐을 옮기는 중”이라고 했다.
기획재정부가 이사했다. 정부세종청사 4동에서 새로 지은 중앙동 건물로 500m가량 옮겼다. 2012년 경기도 과천에서 세종으로 내려온 지 약 10년 만에 새로운 자리에 뿌리를 내리게 됐다.
기재부 세종 생활 10년은 크고 작은 일들을 남겼다. 물론 늘 빛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게 ‘관료 패싱(passing)’ 논란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정치인 출신 타 부처 장관들 입지가 강해지면서 기재부 패싱 논란이 심했다.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때는 부동산 대책을 설계하는 데 기재부가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일자리 로드맵도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가 도맡는 바람에 기재부는 컨트롤타워가 아니었다.
김동연 부총리 시절에는 기재부 반대에도 당·청 주도로 법인세와 소득세율 최고세율 인상이 결정되기도 했다. 세법은 기재부 핵심 업무 가운데 하나인데 이를 정치권이 가볍게 무시한 셈이다.
청와대 경제수석이나 관세청장 같은 기재부 몫으로 여겨졌던 자리도 외부 출신들이 차지했다. 갈 자리가 줄어든 기재부 고위급 공무원들의 상실감은 커졌다. 인사 적체로 기재부 조직 전체가 경직되기도 했다.
10년 동안 조직 내 희망·기피 부서도 달라졌다. 장밋빛 앞날을 보장했던 경제정책국은 구인난이 벌어지기도 했다. 세제실은 정치권 입김에 휘둘렸다. 예산실은 예측하기 힘든 업무량에 ‘워라벨(Work & Life Balance)’을 중시하는 젊은 사무관들이 피하는 부서가 됐다.
반대로 국제사회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주목받지 못했던 국제금융국이 뜨기 시작했다. 세수 추계 오차로 세제실장이 경질되기도 한 세제실은 한때 기피 부서였지만, 최근엔 전문성을 높이기 좋다는 이유로 젊은 사무관들이 가고 싶은 부서에 이름을 올리기도 한다.
10년의 짧지 않은 역사를 뒤로하고 기재부가 새로 뿌리를 내릴 중앙동은 정부세종청사 가운데 위치한다. 지난해 10월 준공해 12월부터 입주를 시작한 중앙동은 15층 높이 통유리로 된 건물이다.
중앙동에는 기재부와 행정안전부가 자리를 튼다. 기재부는 3~10층, 행안부는 1~4층, 10~14층을 사용한다. 이사 비용만 100억원에 달해 세금 낭비라는 비판도 있다.
기재부 이사는 다른 부처로서는 달갑지 않다. 특히 과학기술정보통신부나 중소벤처기업부 등 몇몇 부처는 현재도 청사가 없어 민간 건물을 빌려 쓰고 있다. 참고로 기재부가 떠난 정부세종청사 4동은 과기부가 입주할 예정이다.
결과적으로 세금 낭비, 부처 이기주의 등 갖은 논란을 뒤로하고 기재부는 중앙동에 새로 터를 내렸다. 욕을 먹는 것을 각오하고 막대한 비용까지 들여가며 좋은 곳으로 이사했으니, 그만큼 더 나라 발전을 위해 밤낮으로 노력해주길 바랄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