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체포안 부결] 與 "정치적 사망 선고" 野 "망연자실"
입력 2023.02.28 00:00
수정 2023.02.28 00:00
민주당 대거 이탈표...찬성 139명 vs 반대 138명
주호영 "사실상 불신이자 가결된 것과 마찬가지"
박홍근 "당내 다양한 의견이 있다는 것 확인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더불어민주당 '이탈표'가 예상보다 많이 나온 가운데, 국민의힘은 "이재명 정치적 사망 선고" 민주당은 "망연자실"이라는 반응을 내놓았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이 대표 체포동의안을 재석 297명에 찬성 139명, 반대 138명, 기권 9명, 무효 11명으로 부결했다. 찬성표가 1표 더 많았지만, 가결을 위해서는 출석 중 과반(149명) 찬성이 필요해 부결 선포됐다. 민주당 내에서 대규모의 이탈표가 확인되면서 여야 희비는 엇갈렸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본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사실상 이재명 대표에게 정치적 사망 선고가 내려졌다. 이재명 대표는 지금 즉시 당 대표직을 내려놓으시라"며 "본인이 결백하다면 모든 방탄을 벗어던지고 대한민국 사법 시스템 안에서 법리로 판단받으시라"고 했다.
이어 "오늘 본회의에서 이재명 체포동의안을 찬성한 의원은 139인으로 반대한 의원 138인 보다 더 많았다"며 "기권과 무효한 의원이 합쳐서 20인이었지만 사실상 찬성을 하는 표였을 것이다. 차마 양심상 반대를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오늘 이재명 의원 체포동의안 표결을 보며 다시 한번 전율했다. 민심이 두렵다"고 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 직후 원내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는 정치적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깨끗하게 사퇴하기 바란다"며 "적지 않은 민주당 의원들께서 당론에 반해 체포동의안에 찬성하거나 기권표를 던졌다. 사실상 불신이자 가결된 것과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당 주류도 이제 방탄국회와 불체포특권을 통해 이재명을 보호하기 위한 시도를 오늘부터 그만두라"며 "오늘의 표결결과는 민주당이 아직도 공당으로서 의무감과 양심이 일부는 남아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했다.
당권주자들도 가세했다. 김기현 당대표 후보는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표님, 연극은 끝났다"며 "이재명 대표의 벼랑 끝 몸부림이 사실상 실패했다. 마땅히 끊어내야 할 때 끊지 못하면 도리어 어지러운 일이 일어난다"고 이 대표를 압박했다.
안철수 당대표 후보도 페이스북에 "이재명 체제 붕괴는 시간 문제다. 이재명을 전제로 한 전략을 모두 폐기해야 한다"며 "민주당은 개혁 걸림돌이었던 이재명을 극복하고 혁신적인 총선을 준비하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친윤(親尹)계 의원들도 날을 세웠다. '윤핵관 맏형' 권성동 의원은 페이스북에 "2월27일은 국회 '방탄절'이라고 불러야겠다"며 ""재명 대표와 민주당 지도부는 오늘을 기억하시길 바란다. 가까스로 방탄에 성공했지만, 이것은 몰락의 시작이기도 하다. 방탄의 길 끝에는 정치적 옥쇄만이 있을 뿐"이라고 했다.
장제원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이재명 대표는 너덜너덜한 방탄복 벗고 법정에서 본인의 죗값을 치러야 되겠다"라며 "부결이 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거대한 압력에 일부 의원들이 굴복을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이철규 의원은 페이스북에 "민주당 의원 방탄이 성공한 듯 보이나, 민주당 의원 37명이 이재명에 대한 방탄에 동참하지 않았다"며 "피의자 이재명은 사실상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았다"고 했다.
박수영 의원도 페이스북에 "비록 무효표와 기권표가 많아 찬성이 과반수에서 10표가 모자라서 부결됐지만, 오늘의 결과는 상식적인 국민들이 이재명 대표에게 정치적인 사망선고를 내린 것과 다름없다. 온갖 비리와 부패를 막던 겹겹의 방탄이 순식간에 허물어지고 있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은 예상보다 많은 이탈표 결과에 당황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본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내 다양한 의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향후 더 많은 의견 수렴을 통해 당을 크게 하나로 묶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했다.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도 침울한 분위기를 보였다. 박용진 의원은 이날 기자들에게 "다들 망연자실해 한다"며 "(비명계도 표결 결과를) 예상하지 못 했다"고 했다.
강병원 의원도 기자들과 만나 '대거 이탈표'에 대해 "국민들이 보기에 '방탄 정당'으로 회복할 수 없는 이미지로 낙인찍히는 건 막아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됐다"고 말했다.
비명계이면서도 '부결'에 힘을 보탰던 설훈 의원은 '본회의 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할말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윤석열 정부와 검찰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박 원내대표는 "윤석열 검사 정권이 더 이상 정적제거에 국력 낭비하지 말고 민생을 살리는 데 오롯이 집중하길 바라는 뜻도 담겼다고 믿는다"며 "국회는 헌법 정신에 따라 또 국회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운영되는 게 마땅하고, 오늘도 그에 상응하는 결과가 나왔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서명 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정권의 부당한 정치탄압으로부터 민의의 전당인 의회의 독립성을 지켜내고 민주주의를 수호해냈다"며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강변은 사법 살인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서슴지 않는 윤석열 검찰의 민낯을 똑똑히 보여줬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 부결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얼마나 무도하고 부당한지 다시 한번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본회의는 시작부터 긴장감이 가득했다. 표결에 앞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체포동의 요청 설명을 통해 이 대표의 혐의를 조목조목 지목했고, 이 대표는 신상발언에서 "영장 혐의 내용이 참으로 억지스럽다"고 정면 반박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김건희 여사도 구속하라", "김 여사부터 수사하라"고 소리쳤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김 여사 이야기는 그만하라"고 맞받아쳤다.
아울러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개표 과정에서 투표용지 2장의 표기에 대한 해석 문제로 인해, 한 시간 가량 개표가 지연되는 상황도 벌어졌다. 여야 감표위원들이 투표용지를 분류하는 과정에서 각각 '우', '무' 또는 '부'로 읽히는 글자가 표기된 용지와 알아보기 어려운 글자가 적힌 용지가 발견된 것이다.
무기명 투표용지에는 '가'(찬성) 또는 '부'(반대)만 적게 돼 있다. 김 의장은 선관위 유권해석과 여야 원내대표 간 협의를 거친 결과 한 표는 '부'로, 다른 한 표는 무효로 처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