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주거침입 성범죄 집유 없이 무조건 실형' 조항, 위헌"
입력 2023.02.23 14:55
수정 2023.02.23 14:56
기존 법정형 하한선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2020년 법 개정돼 높아져
헌재 "경미한 경우도 과도하게 처벌…책임주의 반해"
"형벌 본래 목적 달성에 필요한 정도 벗어나…책임·형벌 간 비례원칙 위배"
'주거침입 강제추행죄'를 집행유예 선고가 불가능한 징역 7년 이상으로 처벌하게 한 현행 성폭력처벌법은 위헌이라는 판단이 나왔다.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23일 성폭력처벌법 3조 1항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전주지법 등 전국 일선 법원 재판부 25곳의 위헌법률 심판제청 사건과 피고인 7명의 헌법소원을 병합 심리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헌재는 "주거침입죄와 강제추행‧준강제추행죄는 모두 행위 유형이 매우 다양하다"며 "이들이 결합된다고 해서 행위의 다양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므로, 그 법정형의 폭은 개별적으로 각 행위의 불법성에 맞는 처벌을 할 수 있는 범위로 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해당 조항은 법정형의 '하한'을 일률적으로 높게 책정하고 있다"며 "경미한 강제추행 또는 준강제추행의 경우까지 모두 엄하게 처벌하는 것은 책임주의에 반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심판대상조항은 그 법정형이 형벌 본래의 목적과 기능을 달성함에 있어 필요한 정도를 벗어났고, 그 책임에 알맞은 형을 선고할 수 없을 정도로 과중하므로,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배된다"며 위헌 결정했다.
성폭력처벌법 3조 1항은 주거침입죄를 저지른 사람이 강간이나 강제추행죄를 범할 경우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피해자의 심신상실·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 주거침입 준강간·준강제추행도 마찬가지다. 원래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던 법정형 하한선이 2020년 법 개정으로 높아졌다.
판사가 법에 따라 형량의 최대 절반을 감경해도 3년 6개월이라 집행유예 선고 기준(징역 3년 이하)에 미치지 못해 이 죄로 기소된 사람은 실형을 선고받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