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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수은 '채용형' 인턴 10년간 '0명'…국책은행의 '희망고문'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입력 2023.02.21 10:00
수정 2023.02.21 10:00

규제 준수 위한 '체험형'만 3천여명

금융권 일자리 확대 주문 뒤 '이면'

KDB산업은행(왼쪽)과 한국수출입은행 본점 전경.ⓒ각 사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이 최근 10년 동안 정규직 채용을 염두하고 선발한 청년 인턴은 단 한명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고용할 계획 없이 정부 규제에 맞추기 위한 목적으로 뽑은 인턴만 3000여명에 이르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당국이 일자리 확대를 주문하고 나선 가운데 청년을 상대로 한 대형 국책 은행들의 희망고문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21일 공공기관 경영정보공시시스템인 알리오에 따르면 산은과 수은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뽑은 청년 인턴 중 채용형은 한 명도 없었다.


이는 그 동안 두 은행이 정규직 전환을 염두하고 선발한 청년 인턴은 전혀 없었다는 얘기다. 공공기관 청년 인턴제는 채용형과 체험형으로 나뉜다. 채용형 인턴은 상당수가 정규직 전환으로 이어지지만, 체험형 인턴은 정규 채용이나 재계약 없이 업무를 경험하는 수준에 그치는 자리다.


물론 산은과 수은뿐 아니라 다른 상당수 공공기관들도 채용형 인턴 선발에 소극적이었다. 이를 실제 활용한 공공기관이 8곳 중 1곳에 그칠 정도였다. 지난해 채용형 인턴을 뽑은 곳은 전체 370개 공공기관 가운데 13.7%인 51개에 그쳤다.


그렇다고 산은과 수은의 사례처럼 채용형 인턴이 전무하다고 보기에도 무리가 있는 현실이다. 공공기관 청년 인턴 6명 중 1명은 채용형 인턴의 혜택을 보고 있어서다. 지난해 선발된 2만3040명의 청년 인턴 중 16.2%에 해당하는 3722명이 채용형 인턴이었다.


공공기관별로 보면 한국전력공사의 채용형 인턴 인원이 447명으로 가장 많았다. 한국철도공사와 한국도로공사도 각각 386명과 383명으로 채용형 인턴 규모가 큰 편이었다.


이밖에 ▲근로복지공단(313명) ▲한국토지주택공사(261명) ▲주택관리공단(202명) ▲한국수자원공사(173명) ▲강원랜드(157명)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148명) ▲한국국토정보공사(142명) ▲한국승강기안전공단(114명) 등의 연간 채용형 인턴 선발 숫자가 세 자릿수 대를 나타냈다.


반면 산은과 수은은 체험형 인턴 선발엔 적극적이었다. 해마다 꾸준히 평균 300명 이상의 청년들을 체험형 인턴으로 뽑았을 정도다. 실제로 두 은행이 체험형 인턴으로 뽑은 인원은 최근 10년(2013~2022년) 동안 3111명에 달했다.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의 청년 인턴 고용 현황.ⓒ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정규직으로 고용할 생각도 없는 이 같은 청년 인턴들을 다수 선발한 이유는 정부 규정을 충족하기 위해서다.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은 청년고용촉진특별법에 따라 만 15~34세의 취업 청년을 매년 정원의 3% 이상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한다. 해당 법은 2018년 말 종료 예정이었으나, 국회 논의를 거쳐 올해 말까지로 유효기간이 연장됐다.


체험형 청년 인턴은 직무경험을 쌓게 해주겠다는 도입 목적에서 벗어나 단순 업무만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교육·연수·훈련 등 명목으로 근로를 하지만, 장기적인 근로관계를 목적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노동관계 법규에서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탓이다.


이런 와중 금융당국은 전향적인 일자리 확대를 주문하고 나섰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20일 금융권 청년 일자리 간담회를 열고, "금융권도 경제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청년 일자리 활성화에 적극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은행권을 비롯해 보험·금융투자·저축은행·여신업계 등은 총 4700여명에 달하는 대규모 채용 계획을 내놨다.


금융권 관계자는 "일시적인 사회적 분위기에 따른 전시성 일자리 확대보다는 제도적 기틀이 마련돼야 한다"며 "이른바 신의 직장으로 각광 받는 국책 은행들이 이를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실효성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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