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이슈] 시작도 전에 제동 걸린 ‘SM 3.0 시대’…경영권 분쟁에 소속 가수들 피해 우려
입력 2023.02.10 17:21
수정 2023.02.10 17:22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 하이브가 경쟁사인 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가요계가 들썩였다. 업계에선 경영권 분쟁에서 시작한 지분 확보 경쟁이 아티스트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이성수, 탁영준 공동대표는 지난 3일 SM이 설립자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독점 프로듀싱 체계에서 벗어나 5개의 제작센터와 내·외부 레이블이 독립적으로 음악을 생산하는 ‘멀티 프로듀싱’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특히 이성수 대표는 “SM과 총괄 프로듀서로서의 계약은 종료됐지만, 여전히 주주로서 SM을 응원해주시는 이수만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며 이수만의 퇴진을 공표했다.
이는 창업주인 이수만 프로듀서의 주도로 H.O.T., BoA,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샤이니 등과 같은 대형 아티스트들이 탄생한 1996년부터 2010년까지의 ‘SM 1.0 시대’, 전문 경영인 체제로 전환해 이수만 프로듀서가 총괄 프로듀서로서 엑소, 레드벨벳, NCT, aespa 등을 탄생시킨 2022년까지의 ‘SM 2.0 시대’에 이은 ‘SM 3.0 시대’의 시작을 알린 셈이다.
얼마 후 SM은 카카오와 손을 맞잡으면서 새로운 시작의 본격적인 출발을 준비했다. 카카오가 SM이 발행한 123만주 규모 신주, 전환사채 114만주를 인수를 통해 SM지분의 약 9.05%을 확보했다. 2172억원 가량을 들여 SM 2대 주주가 됐다.
카카오가 승기를 잡은 듯 보였던 SM 인수전의 흐름은 하루 만에 뒤집어졌다.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가 8일 법원에 신주·전환사채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것에 이어 10일 하이브가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의 지분 14.8%(약4228억원)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하이브는 SM엔터테인먼트의 단독 최대주주에 등극하게 된다.
현 경영진이 “하이브를 포함한 모든 적대적 M&A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사실상 하이브와의 마찰은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당장 내달 정기주총에서 하이브와 SM 측은 경영진 교체 문제로 치열한 표 대결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수만의 의결권을 넘겨받은 하이브가 현 경영진을 바꾸는데 의결권을 행사할 경우 현재 SM 경영진은 모두 바뀔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분쟁이 격화되면 그 과정에서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소속 아티스트들이 될 수밖에 없다. 현재 SM에는 보아,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샤이니, 엑소, 레드벨벳, NCT, 에스파 등이 소속돼 있다. 더구나 ‘SM 3.0 시대’를 알리면서 1년에 2팀 이상의 신인을 데뷔하겠다고 제시한 만큼 이들의 활동 방향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케이팝을 이끌던 두 기획사가 한식구가 된 만큼 시너지가 날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 반면, 각 소속사가 가지고 있던 고유한 콘셉트가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특히 SM은 그들만의 세계관을 일찌감치 확립해오면서 팬덤을 키워왔던 터라 고유의 색깔을 지켜나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뿐만 아니라 케이팝씬 전체의 다양성을 잃고, ‘되는 팀’에만 몰아주는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