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 부족’ 패소한 환경부, 7년 만에 시멘트 공장 건강영향조사 재추진
입력 2023.01.26 14:01
수정 2023.01.26 14:06
2016년 관련 소송 패소한 환경부
올해 재조사 통해 실제 피해 입증
결과 따라 업체 대상 추가 소송
지난번 패소 지역 구제급여 검토
환경부는 시멘트공장 인근 주민 건강영향조사를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 2016년 관련 소송에서 ‘근거 부족’을 이유로 패소하자 건강영향조사를 재추진해 이를 보완하려는 것이다. 환경부는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환경·보건과 화학·안전 분야 올해 업무계획을 발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환경부는 “올해 국민이 체감하는 환경적으로 안전하고 건강한 사회구현을 위한 정책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며 “건강영향조사 범위를 확대해 새롭게 시멘트공장, 교통밀집지역에 대해서도 실시하고, 환경오염피해가 심각한 지역에 대해서는 의료지원 등 환경보건서비스 지원도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환경취약지역 조사·관리를 강화한다. 공장과 주거지가 뒤섞인 지역이나 발전소 주변 지역 등에 대해서는 선제적으로 건강영향조사를 추진하기로 했다. 국가산업단지 3개소와 난개발지역 26개소, 화력발전소 1개소 등이 대상이다.
환경부 이번 결정은 지난 2020년 국립환경과학원 주관으로 2007~2015년 실시한 시멘트 공장 주변 건강영향조사에서 만성폐쇄성폐질환 등 호흡기질환자를 다수 발견하고도 시멘트 업체와 피해 배상 소송에서 근거 부족을 이유로 패소하자 후속 조처로 진행하는 것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당시 재판부는 주민 피해구제나 소송 지원을 위해서는 역학적인 증거가 필요한데 건강영향조사 결과에서 대조군 선정이나 직업, 흡연의 영향력을 배제하지 못해 질환과의 인과관계를 설명하지 못한 점을 지적하며 시멘트 업체 손을 들어줬다.
이번 재조사에서는 보다 과학적인 접근과 실제 피해 내용을 면밀하게 파악해 지난번 소송에서 지적한 부분을 보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조사 대상 지역 오염 현황에 대한 기초조사를 철저히 하고 주민 건강실태 파악을 위한 사전 조사도 진행할 계획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2016년 패소 당시 문제가 됐던 부분은 배출 사실에 대한 인정과 유해 물질 노출 사실에 대한 증명, 주민 피해 사실에 대한 증명이 부족했다”며 “이번 조사에서는 이런 부분들을 보충하는 성격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재조사 결과에 따라 지난번 소송에서 졌던 지역 주민에게도 2016년 이후 추가 피해를 입증할 경우 피해 배상 기회가 생길 수도 있다.
환경부는 관계자는 “단언적으로 말할 수는 없으나 추가 소송을 염두에 두고 (건강영향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지난번 소송 대상 지역도 조사 대상에 포함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동일한 사안에 대해 다시 소송할 수는 없는 만큼 해당 지역에 대한 재조사에서 추가 피해 사례를 찾는다는 계획이다. 더불어 시멘트 업체로부터 손해 배상을 받지 못하더라도 피해가 인정되면 정부 차원에서 보상하는 방법도 고려 중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번에 새로 조사하는 지역에서 피해사례가 확인될 경우는 별도로 소송을 진행하게 될 수 있다”며 “더불어 지난번 패소 지역도 이번 조사에서 피해 사실이 구체적으로 입증되면 정부에서 구제급여를 지원하는 방법으로 도울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