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만 없으면 유산 34억은…" 장애동생 수면제 먹여 하천변에 유기한 40대男 감형
입력 2023.01.21 15:29
수정 2023.01.21 15:32
수십억원의 유산 때문에 장애인 동생을 살해한 뒤 범행을 숨기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남성이 2심에서 감형받았다. 이 남성이 동생을 직접 살해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서울고법 형사7부(이규홍 조광국 이지영 부장판사)는 20일 살인,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모(46) 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하고 10만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이씨가 동생에게 수면제를 먹여 하천 둔치까지 데려다 놓고 혼자 귀가했지만, 이씨가 동생을 직접 물에 빠트렸다는 사실을 인정할 직접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동생을 두고 갈 경우 강물에 빠질 수 있음을 인식했음에도 아무런 보호조치를 하지 않아 결국 피해자가 사망했다"며 유기치사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다.
이씨는 2021년 6월 28일 새벽 지적장애 2급인 동생(당시 38세)을 경기 구리 왕숙천 근처로 데려가 물에 빠트려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전날 오후 평소 술을 마시지 못하는 동생에게 위스키를 권해 마시게 하고, 범행 직전엔 수면제까지 먹인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후 이씨는 "동생이 영화관에 간다며 자전거를 타고 집을 나선 뒤 돌아오지 않는다"고 직접 실종 신고했다.
검찰은 이씨가 부모의 상속재산 34억여원을 분할하는 문제를 두고 동생 후견인인 숙부로부터 소송을 당하자 재산을 모두 챙길 목적에 범행한 것으로 보고 기소했다.
1심 재판부는 사건 현장 검증과 4대의 현장 폐쇄회로(CC)TV 영상 내용을 토대로 이씨의 살인 혐의를 유죄로 봤다. 1심 재판부는 "지적 장애로 취약한 상황에 있던 피해자는 부모의 사망 이후 믿고 따르던 피붙이인 형의 탐욕으로 인해 영문도 모른 채 고통스럽게 사망했다"며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 "동생이 졸린 상태로 현장을 배회하다가 실족해 빠졌을 가능성을 부인하기 어렵다"며 원심 판단을 뒤집었다. 그러면서 "이씨는 부모님이 사망한 후 4년간 동생과 함께 살았다"며 "경제적 이익만을 위해 동생을 살해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씨는 동생을 유기한 후 실종 신고를 할 때 동선 등을 허위로 진술했다"며 "신고를 제대로 했다면 동생이 사망하기 전에 발견했을 수도 있다. 일반적인 유기치사 사건에 비해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