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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편의점, 최저임금에 가산수당까지…“범법자 내몰린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3.01.19 07:09
수정 2023.01.19 07:09

주 52시간제·연차유급휴가 등 지급

자영업자 "근로자 보다 못 버는 소상공인"…강력 반발

서울 시내 편의점에서 한 소비자가 물건을 계산하고 있다.ⓒ뉴시스

편의점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최저임금 부담이 크게 늘어난 가운데 정부가 올해부터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추진을 공식화하면서다. 직원이 4명 이하인 모든 사업장은 단계적으로 주52시간제, 연차휴가, 연장·야간·휴일근로 가산 수당 등 적용이 추진된다.


1953년 제정된 근로기준법은 수차례 개정을 거치며 1998년 5인 이상 사업장까지 범위가 넓어졌다. 지난해 말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제외 문제를 꼬집고, 윤 대통령 역시 해당 내용을 언급하면서 고용부의 올해 주요 업무로 떠올랐다.


권기섭 고용부 차관은 지난 8일 브리핑에서 “5인 미만 사업장에 관해서는 정부도 나름대로 실태조사 등을 통해서 기초적인 연구를 진행해왔다”며 “5인 미만 근로기준법 개정 수용에 대한 인식도 상당히 높아졌다고 봐서 본격적으로 이번에 추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권 차관은 이어 “다만 5인 미만 사업장은 한 2~3년간 코로나도 있었고 최저임금 문제도 있었다”며 “근로기준법에 대한 적용규정을 제외됐던 모든 규정을 다 한꺼번에 적용하기는 여력이 충분치 않다는 판단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또 “할 수 있는 것부터는 빨리하고, 여력이 생기는 대로 추가하는방식으로 진행해야 수용성도 높아지고 저항이나 거부감도 해소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내 편의점 CU에 '연세우유 생크림빵'과 '고대 1905 사과잼 페스츄리'가 진열되어 있다.ⓒ뉴시스
◇ 편의점업계, 알바생보다 못 해강력 반발


인건비 부담이 가장 높은 편의점업계를 중심으로 강력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은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이라는 입장이다. 자영업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근로자들은 고용불안에 시달리게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업장은 대체로 영세사업장이어서 근로기준법에서 요구하는 사항을 모두 준수할 만한 여건과 능력을 갖추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인데, 이를 간과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절대적이다.


특히 편의점의 경우 ‘연중무휴, 24시간 운영’이란 업태를 유지하기 어려워 질 것이라는 전망이 크다. 가뜩이나 야간 인력을 구하지 못해 정상 운영이 어렵거나, 심야 매출이 높지 않아 인력을 두는 게 손해인 점포가 많은데 부담 요인이 배가 됐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5인 미만 사업장은 ▲연장·야간·휴일근로 가산 수당 지급 규정 ▲연차유급휴가 지급 규정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 제한 규정 ▲부당해고 시 구제신청 규정 등을 적용받지 않고 있다. 영세사업장은 경제적 형편이 어려울 뿐 아니라 일일이 감독하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의 계획대로 올해 근로기준법 적용 범위가 확대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1년 근무하면 유급휴가를 지급해야 하는데, 가뜩이나 구인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대체 인력을 구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 여기에 근태가 불량하더라도 마음대로 해고할 수 없게 된다.


서대문구 창천동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A씨(40대)는 “5인 미만 사업장까지 전면적으로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는 것은 하루하루 살아가기 조차 힘든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절박함과 어려움을 외면하는 재앙과 같은 소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무런 대책도 없이 무조건적으로 근로기준법을 적용하자는 주장은 시기상조의 담론이자, 악법으로의 개악에 불과하다”며 “근로기준법 적용확대는 우리 경제의 근간을 무너뜨릴 수 있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향후 고용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악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영업자들의 최저임금 부담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9620원으로 인상됐다. 이는 지난해 최저임금(9160원)보다 460원(5.0%) 많은 것으로 일급으로 환산하면 8시간 기준 7만6960원, 월 환산액 기준 주당 유급주휴 포함 200만원을 넘어선다.


이에 따라 아르바이트생을 쓰지 않는 자영업자들 역시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426만7000명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446만7000명) 이후 가장 많았다. 임대료 부담이 큰 상황에서 최저임금 마저 치솟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향후 자영업자들의 충격파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물가 상승이 지속되고 있어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소비 위축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올해는 금리인상과 함께 전기세 인상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2분기 가스비 인상까지 예정돼 있어 고정비 부담이 더욱 커졌다.


익명을 요구한 편의점 본사 관계자는 “근로기준법 확대적용은 본격 적용이라기 보다는 지속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어 어떻게 적용 될지는 미지수이지만, 가산수당 적용 등으로 야간 미영업, 휴일 미영업 요청이 커질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편의점 본사 관계자는 “당장 매출, 생계와 직결된 문제기 때문에 야간 미영업 요청이 늘기 보다는 꼼수 영업이 강화될 수 있다”며 “예컨대 가족 영업이 강화되는 동시에 고용이 축소되거나 쪼개기 고용이 확장되면서 누구도 윈윈 할 수 없는 불행이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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