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은행 해외투자 40조 돌파…한미 금리 역전에 '눈길'
입력 2023.01.03 06:00
수정 2023.01.03 23:04
외화 유가증권 지난해 7조5천억↑
미국 고강도 통화정책 여파 지속
국내 4대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채권과 주식 등 유가증권 가운데 외화 자산의 규모가 지난해 들어 7조원 넘게 불어나면서 4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글로벌 투자의 이점이 부각되자 우리 시중은행들도 발 빠른 대응에 나선 모습이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 역전이 심화하면서 은행권의 해외투자도 당분간 몸집이 계속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개 은행의 지난해 3분기 외화 유가증권 자산 평균 잔액은 40조9334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2.4%(7조4827억원) 늘었다.
은행별로 보면 하나은행의 외화 유가증권 자산이 12조7249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14.4% 증가하며 최대를 기록했다. 국민은행 역시 11조6209억원으로, 신한은행은 8조9440억원으로 각각 24.1%와 25.4%씩 해당 금액이 늘었다. 우리은행의 외화 유가증권 자산도 7조6436억원으로 31.0% 늘었다.
은행권의 외화 유가증권 자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꾸준히 불어나 왔다. 코로나19 국면이 생각보다 길어지면서 미국 달러화 등 변동성이 적은 선진국 관련 안전 자산에 대한 수요가 확대된 영향이다.
이런 흐름에 더욱 속도가 붙고 있는 이유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통화정책 때문이다. 미국 기준금리가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며 국내 이자율을 크게 웃돌게 되자, 달러화 자산의 투자 메리트가 한층 부각되는 형국이다.
미국 기준금리는 1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고, 한국과 미국 사이의 격차는 1%포인트(p)를 넘어서게 됐다. 연준이 다소 속도 조절에 나섰지만 격차는 계속 벌어지는 양상이다.
연준은 지난 달 15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3.75~4.00%에서 4.25~4.50%로 0.50%p 인상했다. 이로써 미국 기준금리는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게 됐다.
연준은 지난해 3월 기준금리를 0.25%p 올린 이후 일곱 차례 걸쳐 공격적인 인상을 이어 왔다. 특히 같은 해 6월부터 7월, 9월, 11월에는 각각 기준금리를 0.75%p씩 올리며 사상 유례없는 4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밟았다.
해당 FOMC 이전까지 한은 기준금리는 3.25%로 미국보다 0.50~0.75%p 낮았지만, 연준의 추가 인상으로 금리차가 최대 1.25%p로 커졌다. 이는 역대 최대 한미 금리 역전 폭인 1.50%p에 임박한 수준이다.
한미 금리 차에 기반 한 은행권의 해외투자 확장은 올해도 지속될 전망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서다. FOMC 위원 19명이 각자 생각하는 적절한 금리 수준을 취합한 지표인 점도표는 올해 말 금리를 5.00~5.25%로 나타냈다. 이대로라면 올해도 미국 기준금리가 0.75%p 더 오른다는 얘기다.
한은도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미국을 따라가기엔 역부족인 실정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4월부터 1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여섯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한은 기준금리는 3.25%로, 2012년 10월 이후 10여년 만에 3.00%대로 올라섰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대로 한미 간 금리차가 계속 벌어지면 국내 금융사로서도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자산운용의 해외투자 비중을 키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