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신용대출 올해만 18조↓…고금리에 '엑소더스'
입력 2022.12.29 06:00
수정 2022.12.29 06:00
가계대출 감소세 주도
내년에도 이자 부담↑
국내 5대 은행의 가계 신용대출 규모가 올해 들어 18조원 가까이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났다. 유래를 찾기 힘든 가계대출 감소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신용대출이 사실상 이를 주도하고 있는 형국이다.
치솟는 금리로 인해 빚을 갚는데 따른 부담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신용대출부터 갚으려는 엑소더스 행보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개 은행이 개인에게 내준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 달 말 기준 총 121조5888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2.9%(17조9684억원) 줄었다.
은행별로 보면 하나은행의 개인 신용대출 보유량이 19조2019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10.9% 감소하며 최소를 기록했다. 농협은행 역시 19조7474억원으로, 우리은행은 20조3357억원으로 각각 12.3%와 16.4%씩 해당 금액이 줄었다. 신한은행도 28조8525억원으로, 국민은행은 33조4513억원으로 각각 14.6%와 10.5%씩 개인 신용대출 잔액이 감소했다.
이처럼 신용대출이 눈에 띄게 위축되면서 가계대출의 전반적 흐름에도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신용대출과 함께 가계대출의 핵심 축인 주택담보대출은 올해 들어 도리어 확대되고 있는 현실이다. 결국 신용대출이 가계대출 축소 흐름을 이끌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조사 대상 기간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조1076억원으로 1.4% 늘었다.
은행권의 가계대출 규모는 관련 통계 작성 이후 18년 만에 첫 감소 기록을 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5대 은행의 지난 달 말 가계대출 총액은 699조3557억원으로 0.5% 줄었다. 한국은행의 통계에서도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올해 10월 말 기준 902조6670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8.2% 감소했다. 해당 통계 상 연간 증감을 확인할 수 있는 2004년부터 지금까지 연말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이 전년 말보다 줄어든 적은 없다.
신용대출이 줄고 있는 건 그 만큼 새로 빚을 내는 사람보다 기존 채무를 갚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수요가 신용대출에 쏠리는 건 고금리 때문으로 풀이된다. 치솟는 금리로 이자 부담이 급격히 확대되자 신용대출부터 상환하려는 차주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10월 신규취급액 기준 예금은행의 일반 신용대출 금리는 7.22%로 전달보다 0.60%포인트(p) 올랐다. 신용대출 금리가 7%를 넘어선 건 2013년 1월에 7.02%를 나타낸 이후 처음이다. 금리 자체도 2012년 6월(7.89%) 이후 최고치다.
이는 계속된 기준금리 인상 영향이다. 한은은 올해 4월부터 1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여섯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한은 기준금리는 연 3.25%로, 2012년 10월 이후 10여년 만에 3.00%대로 올라섰다.
문제는 새해에도 금리 인상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이어가고 있고, 최고 5%대 초반을 상한으로 제시한 만큼 한은도 추가 조정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 달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다수의 금통위원은 우리나라 최종금리 수준을 3.5%로 예상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자 부담이 지속 가중되면서 여력이 되는 대로 빚을 줄이려는 움직임은 계속 커져갈 것"이라며 "실수요와 직결된 주택담보대출은 당장 감축이 어려운 만큼, 고금리 신용대출에 상환 수요가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