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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0분 요약의 명암③] 창작자 시선은? "덕분에 관심" VS "클릭 위한 자극적 편집 불쾌"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2.12.26 13:57
수정 2022.12.26 13:57

"시청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감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전략 필요"

영화 리뷰 영상은 1분 1초가 아쉬운 현대인들에게 값싸게 많은 영상을 소화할 수 있는 가성비 콘텐츠다. 영화의 깊이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시청자도 즐길 수 있도록 주관적인 해석과 의견이 뒤따른다. 광고를 견딜 수 있는 인내심이 있다면 심지어 무료 시청도 가능하다. 이제는 '보기' 위해가 아닌 '알기' 위해 영화를 접하고 있는 시청자에게 안성맞춤 콘텐츠인 셈이다.


영화를 연출하고 제작하는 이들도 영화 리뷰 영상들을 환영할까. 영화와 유튜브 채널의 리뷰 영상이 관객을 나눠갖는다고 여길 수 있지만, 긍정적인 효과로 이어진 사례는 분명히 존재한다. 2018년 독립 영화 '박화영' 개봉 당시, 유튜버 고몽이 흥행의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독립 영화로 많이 알려지지 못하고 스크린에서 내리기 직전, 고몽이 '박화영'을 리뷰해 당시 640만 조회 수를 기록, 역주행 및 독립영화 최초 개봉관 장기 연장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감독은 "최근에는 유튜브와 영화 산업이 어느 정도 합의점을 찾고, 생태계가 마련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먼저 의뢰를 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자극적인 섬네일, 단어 등으로 시청자들을 낚기는 하지만, 이를 통해 콘텐츠들이 발굴될 수 있다고 본다. 영화 '박화영' 같은 사례들이 장점이라고 여기게 만든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다른 프로듀서 역시 "콘텐츠 마중물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봐야 할 콘텐츠가 너무 많지 않나.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좋다고 생각된다. 콘텐츠 유입을 돕거나, 혹은 다시 보고 싶은 시청자들이 또 한 번 재밌게 즐길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영상들의 존재보다는 어떻게 활용하는지 고민하는 게 더 중요하다"라고 전했다.


윤제균 감독도 영화 리뷰 영상으로 인한 영화 호감, 인지도 상승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윤 감독은 "영화에 대한 흥미를 많은 사람이 가질 수 있도록 트렌디한 방법을 활용하는 걸 환영하는 편이다. 잘 만들어진 영상을 통해 한 명이라도 영화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괜찮지 않나"라며 "다만 저작권 동의를 얻고 수익도 합리적으로 나눠질 때의 일"이라고 말했다.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영화 관계자들은 근심을 드러냈다. 다수의 흥행 영화를 제작한 제작사 대표는 "잘 요약해놓은 영상은 영화 홍보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실제 영화를 다 본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이 점이 시청자들에게는 강점,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에게는 단점이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감독도 "내 창작물이 유튜브 요약 영상으로 활용된다면 마냥 기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들의 조회 수 수익을 위해 사용되는 것이지 않나. 영화 한 편에 손익분기점 등 이해 구조가 많이 얽혀 있다. 유튜버의 개인적인 시각으로 내 작품이 판단되어져 선동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 트렌드는 영화의 인스턴트화를 앞당기고 있는 것 같다. 리뷰 영상은 관람이 아닌 소비형 문화라고 본다. 리뷰 영상으로 본 영화를 시간이 흐른 뒤 '이 영화 참 좋았었는데, 다시 봐야겠다'라고 떠올릴 것 같지 않다"라고 말했다.


또한 최근 클릭을 유도하기 위해 점점 자극적으로 만들어지는 영상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그는 "섬네일이나 제목 등을 굉장히 자극적으로 만들거나, 일부러 관심을 끌기 위해 영화를 혹평하는 영상들도 많아지는 것 같아 그 안에서 자정이 필요한 것 같다. 비평의 영역으로 바라볼 수도 있지만 애정 없이 클릭수를 위한 자극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유튜버도 창작자에 속한다. 어설픈 주관으로 남의 창작물을 물고 뜯어 돈벌이하는 건 지양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짧은 리뷰 영상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바를 온전히 전달할 수 있을지 역시 창작자들의 고민이었다. 영화에서의 연출은 ‘이야기를 어떤 방식으로 전달하느냐’의 부분이 중요하다. 여기에서 방식이란 촬영, 조명, 미술, 음향, 음악, 편집 심지어 타이틀 시퀀스와 크레딧까지 모든 요소가 포함될 수 있다. 그런데 스토리의 요약이 목적인 콘텐츠에서 이 방식으로 연출에 대한 부분이 얼마나 잘 전달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라는 의견이다.


이영음 감독은 "영화 유튜브 채널의 리뷰 콘텐츠는 유튜버의 개인적인 해석이나 감상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물론 영화의 해석은 관객의 몫이긴 하지만, 이미 타인의 관점으로 한 번 걸러진 작품이 관객에게 전달될 때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우려되는 부분 중 하나다. 조회 수가 성공의 지표가 되는 콘텐츠라 유튜버들도 눈길을 끄는 전략을 내세워야 하니 어느 정도 이해는 가지만,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변질되어 있는 섬네일을 여럿 목격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감독은 제작자의 입장으로는 비판적인 부분만 이야기하고 있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영음 감독은 "결국 '영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영화를 본다'가 대중이 선택한 방식 중 하나다. 제 주위에는 영화 리뷰 채널을 통해 사전 정보를 접한 뒤 흥미로운 영화를 골라 극장에서 찾아보는, 영화 리뷰 콘텐츠를 트레일러 개념으로 소비하는 친구들도 꽤 있었다. 저는 이들의 영화 리뷰 채널을 소비하는 맥락이 제작자로서 주목해야 할 포인트라고 본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영화 리뷰 콘텐츠의 시청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영화의 감상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세대에 맞는 전략의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라며 영화 유튜버들 또한 영화를 사랑하는 하나의 관객일 것이다. 10분 요약으로 영화를 관람하는 흐름이 물론 엄청나게 반가운 것은 아니지만, 이 또한 하나의 통로로 사용될 수 있게끔 하려면 어떤 방식을 덧대어야 할지 저 또한 꾸준히 고민 중이다"라고 말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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