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이슈] 주69시간 근무 가능성에…‘안전망’ 사라질까 불안한 드라마 스태프들
입력 2022.12.15 08:02
수정 2022.12.15 08:02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게 될 노동개혁 정책의 윤곽이 드러난 가운데, 한때 ‘장시간 근로’의 대명사로 꼽혔던 드라마 업계 종사자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정부 노동시장 개혁안을 마련해온 전문가 논의기구 미래노동시장 연구회는 지난 12일 주 52시간 유연제 도입을 주장하는 권고문을 발표했다.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노사 간 자율 합의를 통해 주,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관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현재는 4주 기준으로 208시간 노동을 하려면 매주 52시간씩 4주간 끊어서 일을 해야 한다. 그러나 권고안에서는 첫째 주부터 셋째 주까지 최대 69시간까지 일을 할 수 있다. 넷째 주에는 일주일 동안 남은 1시간만 일해 208시간 노동시간을 채우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매주 노동시간을 제한하고 있는 지금과 달리, 이것이 월 단위로 바뀌어 초과근로시간을 끌어서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근로일 간에는 11시간 연속 휴식을 부여하거나, 초과 근로 시간에 대해 휴가 등을 통한 보상을 권고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근로시간 규제에 의해 발생했던 일부 업계들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간 ‘제작 현장의 특수성’을 강조하던 드라마 제작사들은 변화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최근 주52시간 근무 제도가 드라마 현장에도 정착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스태프들의 노동 환경 및 임금 수준도 올라갔는데, 일부 제작사들은 ‘이에 제작비가 너무 상승하고 있다’며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던 것이다.
한 콘텐츠 제작사 관계자는 “제작 현장 특성상 노동시간이 조금 유연해지면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다. 상황에 맞춰 촬영 일정을 짜야 하는데, 가능한 스케줄이 경직이 돼 있으면, 일자가 마냥 늘어나고 그러다 보면 제작비가 비효율적으로 상승하게 되는 부분이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일부 스태프들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이미 ‘특수성’을 이유로 근로시간의 총량은 지키면서 이를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꼼수’가 만연 중인 상황에서 ‘마지노선’, ‘최소한의 안전망’ 역할을 하던 주52시간 제도마저 허물어지는 것에 대한 우려도 이어졌다. 특히 최근에도 KBS 드라마 ‘미남당’이 스태프들의 불법적인 장시간 근로로 논란을 빚은 것처럼, 갈 길이 먼 상황에서 다시금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치솟고 있었다.
한 드라마 스태프는 “지금도 촬영이 딜레이 되거나 하면 합의 하에 연장 근로가 이뤄지곤 한다. 총 노동시간을 지키면서 가능한 선 안에서 서로 배려들이 이뤄지고 있다는 뜻”이라며 “최근 근무 환경이 이전보다 좋아진 것은 사실인데, 그것은 주52시간 제도가 정착이 되면서 시작된 부분이 크다. 아직 현장에서 구체적인 이야기가 오가는 것은 아니지만, 그 안전망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우려 섞인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스태프는 “지금도 정착 과정이라고 본다. 여전히 근무일 간의 휴게 시간은 지켜지지 않거나, 이동 시간이나 준비 시간을 고려하지 않아 때로는 체감 근로 강도가 높을 때도 있다. 이렇듯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면서 개선해야 할 시기라고 여기는데, 자칫 완화 분위기가 변화를 더욱 더디게 하는 것은 아닌지가 걱정이 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