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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에 물어보니 83] 이임재 구속영장 발부의 쟁점은?

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입력 2022.12.08 05:20
수정 2022.12.08 09:09

특수본,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적용 구속영장 청구…기각

법조계 "인과관계 증명이 핵심 쟁점…물증이든 진술이든 증거 있어야 영장 발부 가능"

"구속영장 재청구, 업무상 과실 큰 점 보완하고 그 과실이 사상으로 연결됐다는 인과관계 입증해야"

"구속영장 발부, 정치적·도의적 판단과 다르게 법적인 판단과 엄격한 증명 요구"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이태원 참사' 핵심 피의자로 지목되고 있는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에 대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의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됐다.


특수본은 7일 이 전 서장 등에 대한 보강수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구속영장을 재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인과관계' 증명이 이 전 서장 영장 발부의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전 서장의 업무상 과실이 사상으로 연결됐다는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구속영장이 발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서부지법 김유미 영장 전담 판사는 "증거 인멸과 도망할 우려에 대한 구속 사유와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피의자의 충분한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며 이 전 서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지난 5일 기각했다.


이 전 서장은 이태원 참사 당시 적절한 구호 조치·안전조치 등을 하지 않은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특수본은 재청구 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법리구성을 정교하게 가다듬는 한편 허위공문서작성 등 다른 범죄 혐의를 영장에 추가 적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태원 참사로 발생한 인명 피해와 이 전 서장의 업무상 과실 사이 인과관계를 확실히 증명하지 못할 경우 구속영장 발부가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구주와 변호사(법무법인 파라클레투스)는 "이 전 서장 등의 업무상 과실이 피해자들의 사망과 인과관계가 인정되느냐는 부분에 있어서 판사가 확신을 못 한 거 같다"며 "(인과관계가) 인정이 됐다면 당연히 구속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수본이 영장을 재청구해도 그 부분을 소명하지 못한다면 구속은 힘들 것 같다"며 "물증이든 진술이든 증거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 출신 조주태 변호사 역시 "범죄 사실이 중할 때는 (재판부가) 대부분 도주 및 증거 인멸 우려를 인정한다"라며 "이번 사건은 이 전 서장의 업무상 과실 정도가 중하지 않다거나, 범죄 성립 여부 자체를 다시 한번 판단해 봐야겠다거나 하는 생각이 작용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993년 구포역 무궁화호 열차 전복 사고 때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가 적용됐지만 재판에서 무더기 무죄가 나왔다"라면서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구속영장 재청구를 하려면) 업무상 과실이 크다는 점에 대해 보완하고, 그 과실이 사상으로 연결됐다는 인과관계 입증이 되어야 할 거 같다. 보완하지 않으면 재청구해도 영장이 발부될 가능성은 작다"고 예측했다.


ⓒ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조 변호사가 언급한 구포역 열차 전복 사고는 1993년 3월 부산 북구 구포역 하행선에서 무궁화호 열차가 선로 노반 침하로 전복하며 사망자 78명과 부상자 198명이 발생한 사건이다. 대형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이번 이태원 참사와 유사한 부분이 있다.


당시 사고가 발생한 선로 지하에서 임의 발파작업이 이뤄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삼성종합건설 사장이었던 남정우 씨 등이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됐지만, 대법원은 임원급 6명에 대해서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조 변호사는 "대형 참사 사건의 경우는 업무상과실치사상으로 입건했는데, 나중에 법원에서 무죄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부연했다. 재판에서도 무죄 선고되는 사례가 많은 혐의인 만큼, 구속영장 발부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이다.


김재식 변호사(법무법인 에이펙스)는 "내가 검사였다면 경찰 요청을 받아들여 법원에 영장을 청구하기 쉽지 않았을 사안"이라며 "정치적·도의적 판단과 다르게 (구속영장 발부는) 법적인 판단과 엄격한 증명을 요구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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