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터뷰] 정은지가 그린 ‘서른 즈음의 꿈’
입력 2022.11.17 10:08
수정 2022.11.17 10:08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꿈’ ‘흰수염고래’ ‘서른즈음에’ ‘사랑을 위하여’ 담아
몸 안사리고 일한 20대 지나, 좋아하는 것을 찾는 30대로 향해
정은지가 인생의 새로운 고개를 넘는 시점에 선배들의 곡을 자신만의 색깔로 풀어냈다.
20대 초반 팬들에게 서른 살이 되면 ‘서른 즈음에’를 리메이크하겠다고 장난처럼 말한 것이 시작이었다. 그리고 서른이 된 시점에 리메이크 앨범 ‘로그’(log)로 그 약속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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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앨범을 내긴 했지만,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에이핑크 완전체 활동을 시작으로 예능 ‘산꾼 도시여자들’ ‘두 번째 세계’ 드라마 ‘블라인드’까지 바쁜 서른 살이었다. 여기에 리메이크 앨범 작업까지 더해지면 자신 때문에 많은 이들이 고생하지 않을까 고민도 했다. 그럼에도 ‘팬들과 약속’은, 팬데믹 속에서 여러 계획들이 어그러지는 가운데에서도 중요했다. 이는 선곡 리스트가 정해진 후 즐겁게 작업할 수 있는 힘이 됐다. 지난달 28일 인터뷰 장소에서도 정은지는 이 같은 ‘팬들과 약속’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정은지의 이번 앨범은 총 5곡이 수록됐다. 버즈 원곡을 펑크록 톤으로 재해석해 청량한 느낌을 주는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을 타이틀곡으로 내세웠고, YB ‘흰수염고래’, 조용필 ‘꿈’, 김종환 ‘사랑을 위하여’, 김광석 ‘서른 즈음에’를 리스트에 담았다. 1990년대부터 2010년대의 명곡으로 구성한 이 앨범에서 정은지는 자신만의 톤으로 대중에게 희망과 위로를 안겼다.
곡의 선별 이유는 각별했다.
타이틀곡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은 정은지가 어릴 적 방구석 여행을 함께 했던 추억의 노래다. ‘흰수염고래’는 서울에 올라와 생활할 때, 많은 위로를 받은 곡으로, 자신의 받은 위로를 팬들에게 돌려주고 싶어서 선택했다. ‘꿈’은 20대 초중반을 함께 했던 곡이었다. ‘꿈’을 들으면 낯설고 어려운 환경에 놓인 20대의 자신을 보는 것 같았다고 한다. 대선배인 조용필이 자신의 곡을 리메이크하는 것을 허락을 잘 안한다는 것을 모르고 요청했는데, “타향살이 하냐”는 물음과 함께 흔쾌히 승낙을 받았다. 리메이크 허락을 받은 후 ‘합격’한 기분이었다고 한다.
‘사랑을 위하여’는 솔로 데뷔 때부터 아빠 테마를 거듭하다보니 서운해 하던 엄마를 위한 곡이다. 엄마를 위해 곡 하나 정도는 내고 싶었고, 엄마에게 곡 선정을 부탁했지만 대답을 못해서 어릴 적 피아노학원에서 처음 배웠던 이 노래를 선정했다. 이 곡을 들은 엄마는 펑펑 우셨다고 한다. ‘서른 즈음에’는 이 앨범의 시작이다. 가사와 분위기 속에 녹아있는 쓸쓸함과 공허함 때문에 좋아하는 곡인데, 녹음하고 들을수록 일을 쫒으면서 살았던 자신이 떠오른다고 한다.
정은지는 자신의 리메이크 앨범이 원곡을 인상을 덮기보다는 자신이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때의 감정과 추억이 팬들과 함께 공유되었으면 했다. 곡 선별 기준이 단순히 ‘대중이 좋아하는 곡’이 아닌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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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데뷔해 20대를 열심히 살아왔지만, 그 많은 것 중에서 자신의 것은 뭔가 없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단다. 그래서일까. ‘서른 즈음에’가 더 잘 들리고 공감됐다. 아이돌로, 배우로 20대를 보내고 서른을 맞이한 정은지는 후배들에게 ‘칭얼거리며 살라’고 조언했다. 힘들고 어려운 것에 도전하기 보다는, 그것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무대 위에서 의젓하라고 강요받더라도 무대 밖에서는 자신만의 모습으로 살아갈 필요도 있다고 본 것이다.
10년 뒤 정은지는 또 어떤 모습으로 팬들과 만날까. 다른 부분은 모르더라도 무대 위는 떠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 단독 콘서트를 이야기하며 들뜬 모습을 보였으니 말이다. 또한 바쁜 20대를 바탕으로 여유 있고 소소한 성취를 즐기는 30대를 보낼 듯 싶다.
“20대 때는 너무 몸을 안 사리고 일했어요. 그동안 그런 경험을 많이 했으니, 앞으로는 노련하게 내가 뭘 좋아하는지 인지하며 움직여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큰일을 해냈다는 성취감보다는 소소한 것들이 더 좋아요. 그런 것들로 삶을 채워나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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