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러 정보기관 수장, 튀르키예서 비밀 회동…"러 핵무기 위협에 경고"
입력 2022.11.15 15:43
수정 2022.11.15 15:56
우크라 戰 후 고위급 정보 당국자 첫 접선
번스 국장, 러 구금된 그라이너 등 논의
美 당국 "우크라 戰 종전 논의는 아냐"
미국과 러시아의 정보기관 수장들이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비밀리에 만나 회동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러시아의 핵무기 위협을 경고한 것과 현재 러시아에 구금돼 있는 미국인의 석방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포스트(WP), 로이터 통신 등은 14일(현지시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를 인용해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러시아 측에선 세르게이 나리시킨 대외정보국(SVR) 국장과 회동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이후 처음 알려진 고위급 정보 당국자들의 접촉이다.
익명을 요구한 백악관 고위 당국자는 WP 등에 "어떤 종류의 협상이 아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해결을 논의하는 게 아니다"면서 "번스 국장은 러시아에 억류된 미국인 사건을 제기할 것"이라고 전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미국 여자프로농구(WNBA) 선수 브리트니 그라이너를 마약 밀반입 혐의로 체포해 최근 9년형을 선고했다. 미국 해병대원 출신 미국인 폴 웰런도 2018년 러시아에서 간첩혐의로 구금 중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자국이 구금 중인 러시아 출신 무기 밀매상 빅토르 보우트를 이들 미국인과 교환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NSC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번스 국장이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이 초래하는 결과와 전략적 안정성과 관련한 위기가 확산될 위험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전했다. 이와 별개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이나 평화협정 등과 관련한 현안은 협상 테이블 안건으로 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시사해온 바 있다. 그는 대국민 연설을 통해 30만명의 예비군 부분 동원령을 발표하면서 서방이 러시아에 '핵위협'을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도 다양한 파괴수단을 갖고 있음을 상기시키고 싶다"며 "러시아의 영토보전이 위협받으면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측에도 이번 회담 관련 사전에 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NSC 관계자는 번스 국장이 우크라이나 측에 미-러 정보기관 수장 회담 사실을 통보하고 관련 사안을 설명했다고 전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타스 통신을 통해 미국-러시아 정보수장의 만남이 터키 수도 앙카라에서 열렸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논의 주제와 참가인원 등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측도 미-러 정보 수장이 앙카라에서 만났다고 밝혔으며, 튀르키예 국가정보기구(NIO)는 국영 아나돌루 통신을 통해 번스 국장과 나리시킨 국장이 NIO의 초청으로 앙카라에서 만났다고 전했다. 튀르키예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국 사이의 중재자 역할을 자처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