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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규탄' 저항 스트라이커 아즈문...월드컵에서 어떤 세리머니?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입력 2022.11.14 11:24
수정 2022.11.14 11:28

이란 내 히잡 의문사가 촉발한 반정부 시위대와 같은 주장

이란 정부 통한 축구협회 정치적 압박에도 케이로스 감독 발탁

정치적 세리머니 금지된 월드컵서 우회적으로 메시지 전달할 듯

이란 아즈문(오른쪽). ⓒ AP=뉴시스

한국 축구팬들에게도 친숙한 이란 스트라이커 사르다르 아즈문(26·바이엘 레버쿠젠)이 정치적 압박을 뚫고 가까스로 카타르로 향한다.


이란 축구대표팀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은 14일(한국시각) ‘2022 FIFA 카타르월드컵’ 최종명단을 발표하면서 아즈문의 이름도 올렸다.


대표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현재 컨디션을 볼 때, 아즈문의 발탁은 지극히 당연한 결정이다. 2018 러시아월드컵 출전 경기 포함 A매치 통산 65경기 41골을 터뜨린 아즈문은 러시아 프리미어리그 득점왕(2019-20)에 등극한 바 있다. 2021-22시즌부터는 독일로 진출한 이란의 에이스로 한국 팬들도 그의 발 끝 위력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발탁까지의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아즈문은 최근 정치적으로 좋지 않은 분위기에 휩싸여 자칫 월드컵에 나서지 못할 위기에 놓였었다.


현재 이란은 히잡 의문사가 촉발한 반정부 시위를 혼란에 빠져있다. 지난 9월, 20대 초반의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느슨하게 착용했다는 이유로 경찰에 구금된 뒤 의문사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이란 내 여권 신장을 위한 운동이 정권 퇴진 시위로 번지면서 정부의 탄압이 시작됐고, 50명 이상 사망하고 1000명 이상 체포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란의 각계각층이 시위 동참 의사를 밝혔고, 그 중에 아즈문도 있었다. 아즈문은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대표팀 내 규정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말해야겠다. 사람을 쉽게 죽이는 당신들이 부끄럽다. 이란 여성 만세!"라고 외치며 현 정부를 공개적으로 규탄했다.


이란 축구의 레전드 알리 다에이는 이번 문제로 체포까지 됐다. 그럼에도 아즈문은 굴하지 않고 있다. 목소리를 낸 아즈문은 반정부 시위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국가대표팀 탈락 위기에도 봉착했다. 이란 언론들은 “정부가 이란축구협회와 케이로스 감독에게 아즈문 등 반정부 시위를 지지한 선수를 발탁하지 못하도록 압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즈문 ⓒ AP=뉴시스

그럼에도 케이로스 감독은 아즈문을 월드컵에 데려간다. 아즈문은 알리레자 자한바크슈(페예노르트), 메흐디 타레미(포르투), 사데그 모하라미(디나모 자그레브), 사만 고도스(브렌트포드), 에산 하지사피, 밀라드 모함마디(이상 AEK 아테네) 등 유럽파 주축 멤버들과 나란히 명단에 포함됐다.


인권 문제와 정치적 탄압이라는 요소 때문에 세계적인 이목을 모으게 된 상황에서 아즈문을 비롯한 이란 선수들이 월드컵에서서 세리머니 등을 통해 이란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할 가능성도 있다. FIFA가 축구장에서 정치적 구호나 메시지가 담긴 세리머니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지만, 우회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가능성은 농후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란 선수들은 과거 월드컵 예선에서도 이란 내 부정선거에 맞서 “투표권을 보장하라”는 의미가 담긴 녹색 손목띠를 하고 경기에 나선 바 있다.


축구 전문가들은 “(이란 선수들이 월드컵에서)더 집중력 높은 경기를 치를 것으로 보인다. 이란의 축구가 월드컵 무대서 빛을 발할수록 전달되는 메시지의 울림 또한 더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전망했다. 카타르월드컵 B조에 속한 이란은 오는 21일 오후 10시 잉글랜드전을 시작으로 웨일스-미국 순으로 16강 진출을 놓고 격돌한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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