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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영화 뷰] "사라지지 않아"…영화가 고인을 떠나보내는 방법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2.11.15 07:30 수정 2022.11.15 07:30

'블랙팬서2', 채드윅 보스만을 위한 헌정 영화

2018년 개봉해 국내에서 539만 관객을 동원한 '블랙 팬서'가 4년 만에 돌아왔다. 마블 스튜디오에게 '블랙 팬서'는 첫 흑인 히어로물이자, 슈퍼 히어로 사상 최초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작, 최초 오스카 수상작이라는 기록을 남긴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블랙 팬서'는 흥행에 힙입어 이듬해 제작에 들어갈 예정이었지만 티찰라로 극을 이끌어간 채드윅 보스만이 2020년이 대장암 투병 중 세상을 떠났다. 이에 마블 스튜디오와 라이언 쿠글러 감독은 당초 예정돼 있던 시나리오와 제작 일정을 변경해야 했다.


채드윅 보스만의 빈자리를 어떻게 메울지 추측하는 말들이 많았다. '블랙 팬서'의 상징인 채드윅 보스만의 부재를 어떻게 메웠을지 걱정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베일을 벗은 '블랙 팬서 2'는 채드윅 보스만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 3시간 가까운 시간 내내 그에게 작별 인사를 고하는 장면들과 이야기로 구성했다. 도입부 티찰라가 병을 얻어 사망하는 설정은 마치 실제로 세상을 떠난 채드윅 보스만의 장례를 치르는 것 같은 감상을 자아낸다.


이어 영화는 결말까지 곳곳에 채드윅 보스만의 흔적과 자막, 감사 인사 등으로 소중한 사람이자 슈퍼 히어로를 잃은 애처로운 분위기를 유지하며 그를 기억하고 떠나보낸다. 억지스럽지도 않다. 새 블랙 팬서 슈리는 누군가를 잃은 상실과 허망함, 슬픔을 겪지만 고통을 감내해 진정한 히어로로 거듭난다. 죽음을 맞이했지만 죽음이 끝이 아니라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계속 존재하며 함께하는 존재를 이야기 한다.


쿠키 영상과 엔딩 크레딧에 흘러 나오는 리한나의 '라이프 미 업'(Life Me Up)으로 채드윅 보스만을 향한 '블랙팬서2'의 추모는 마무리 된다. 처음과 끝을 채드윅 보스만으로 장식하며 그에게 보내는 완벽한 헌정 영화가 됐다.


앞서 디즈니는 마블 히어로의 창시자 스탠 리가 2018년 별세했을 당시에도 생전 고인의 활약을 새기로 그를 추모하기 위한 작업을 보여준 바 있다. 만화 업계 거장이자 '슈퍼 히어로의 아버지'라 불리는 스탠리는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헐크', '스파이더맨', '닥터 스트레인지', '앤트만', '블랙 팬서' 등을 만들어냈다. 창작에서 그치지 않고 마블 영화에 카메오 출연을 즐겨 해 왔고, 팬들 사이에서는 '스탠 리 찾기'가 하나의 놀이로 여겨졌다.


그가 사망했어도 유작이 된 '캡틴 마블', '어벤저스 4'에서 '스탠 리 찾기'는 이어졌다. '캡틴 마블'은 더 나아가 스탠 리 특별 영상을 제작해 따로 공개하기도 했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도 오랜 시간 동안 자동차 사고로 사망한 폴 워커의 죽음을 애도하고 기억하고 있다.2013년 '분노의 질주' 촬영 중 세상을 떠났고, 그의 형제들이 남은 분량을 촬영하며 영화가 완성됐다. 폴 워커는 2001년 개봉한 '분노의 질주' 시리즈의 흥행을 이끌어 온 원년 멤버로, 유작이 된 '분노의 질주 7' 측은 그의 스페셜 포스터와 영상, 위즈 칼리파의 추모곡을 만들며 애도하는 마음을 담았다.


마지막 장면은 폴 워커가 가족, 빈 디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으로 마무리 했다. 죽음이 아닌 다른 길로 향해 나아가는 두 사람의 약속으로 브라이언을 떠나보냈다.


'다크 나이트'에 출연한 히스 레저는 2008년 약물 과다 복용으로 뉴욕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다크 나이트'가 개봉하기 전이었다. 워너 브러더스는 유작에서 인생 연기를 보여준 히스 레저를 위해 대대적인 오스카 시상식을 캠페인을 펼쳤다.


국내에서도 영화 촬영 중 세상을 떠나거나 개봉 전 유명을 달리한 배우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있다. 2017년 김주혁이 별이 됐을 때 '독전'과 '흥부: 글로 세상을 바꾼 자'는 고인을 향한 감사 인사와 추모를 잊지 않았다. 고(故) 전미선의 유작인 '나랏말싸미'는 엔딩 크레딧에 "아름다운 배우, 故 전미선 님을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자막으로 추모했다.


다만 국내에서는 엔딩 크레딧에 올리는 방식 외 할리우드 작품에 비해 적극적이지는 않거나 조심스러운 인상이다. '블랙 팬서 2'를 통해 다시 한 번 배우는 세상을 떠났어도 작품은 영원히 남는 사실이 각인됐다. 국내에서도 조금 더 다양하고 아름다운 방식으로 배우를 떠나보내는 작별 인사가 필요해 보인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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