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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랜드 나비효과...자금경색에 건설·리츠株 비상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2.10.26 17:03
수정 2022.10.26 17:08

부동산PF 대출 112조...건설사 보증 PF 50%↑

시장경색 우려에 KRX리츠TOP10 지수 24% ↓

강원도 춘천시 소재 레고랜드 전경.ⓒ연합뉴스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에 따른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커지면서 국내 건설주와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자금 조달 어려움이 커진 가운데 대형 건설기업들이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선 것도 자금 경색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건설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17% 내린 537.44에 마감했다. KRX건설 지수는 지난달 중순(604.81)부터 이날까지 11.14% 하락했다.


부동산 PF 대출은 부동산 개발 사업 시행사가 금융권에서 돈을 빌려 토지 등을 매입하고 개발 사업이 끝나면 분양 수익금으로 원리금을 갚는 구조다. 최근 몇 년 간 분양시장이 호황기를 맞아 금융권의 부동산 PF대출도 급증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융권(은행·보험·여전·저축은행·증권)의 PF 대출 잔액은 지난 6월 말 기준 112조2000억원으로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치다. 저축은행 사태 직후인 지난 2013년 말(38조8000억원)에 비해서는 4배 가까이 불어났다.


건설사의 PF 보증 규모도 큰 폭 늘었다. 한국신용평가(KIS) 자료를 보면 지난 6월 말 KIS 투자등급을 보유한 국내 건설사 20곳의 PF 보증 규모는 18조원으로 2018년 말(12조원) 대비 50% 급증했다.


하지만 올해 인플레이션과 금리·원자재값 상승 등으로 PF 리스크 우려가 커지기 시작했고 이후 레고랜드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채무불이행 사태가 직격탄을 날렸다.


강원도 산하 강원도중도개발공사(GJC)가 레고랜드를 짓는 과정에서 발행한 ABCP는 상환에 실패해 지난 4일 최종 부도 처리됐다.


지자체가 보증한 채권도 믿을 수 없다는 불안감이 번지자 회사채 시장 투자 심리는 급속하게 냉각됐다. 부동산 PF 지급보증 의무가 있는 건설사들의 유동성 위기 우려도 불거졌다.


정부가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가동 등의 대책을 내놨지만 시장이 정상 작동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국내 최대 재건축 사업인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올림픽파크포레온) 단지가 최근 전자단기사채(ABSTB) 8250억원 차환 발행에 실패하는 등 위험신호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자금난 속 유상증자에 나서는 기업들도 늘어날 전망이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채권금리가 급격히 상승해 차환 발생이 어려워졌고 레고랜드 사태로 대기업의 회사채도 외면받고 있어서다. 롯데건설은 PF 조달 규모가 늘고 우발 채무가 발생하면서 최근 2000억원의 유상증자 결정과 함께 계열사인 롯데케미칼로부터 5000억원의 자금을 빌렸다.


롯데케미칼은 롯데건설 유상증자 소식이 알려지기 직전 거래일인 18일 종가 16만6000원에서 이날 14만4000원으로 7거래일 간 13.25% 내려앉았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분양 경기 악화 시기에는 건설사가 유동성 확보 목적으로 유상증자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며 “실제 일부 건설사에서 기존 주주 대상 증자 계획을 공시하자 투자자들 사이에 막연했던 경기 침체 우려가 뚜렷해졌다”고 분석했다.


ⓒ한국거래소

부동산 시장 경색으로 자산운용사들도 리츠 상장을 연기하거나 자산 편입을 미루는 등 후폭풍을 맞는 모습이다. 올해 상장을 목표로 했던 대신글로벌코어리츠는 상장 일정을 늦추기로 결정했고 한화리츠와 삼성리츠 증시 입성 계획에도 제동이 걸렸다.


리츠는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해 발생한 임대수익과 매각 차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상품이다. 올해 대출 금리가 뛰어 차입금 이자 부담이 늘어나자 배당 수익률 저하 우려가 커졌다. 최근 레고랜드 PF 사태는 리츠의 수익성 악화 우려를 가중시켰다.


이날 KRX리츠TOP1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소폭(0.47)% 오른 767.44로 마감했지만 지난달 중순(1016.44)과 비교하면 24.5% 빠졌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차입비용 증가 리스크를 넘어 부동산 가치 하락과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리파이낸싱 우려로 확대된 상황”이라면서도 “다만 대체로 리츠들의 차입 만기는 내년부터 점차 도래하기 시작해 2024년부터 비중이 증가하는 상황이라 과도한 우려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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