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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스 英 총리 내각 붕괴됐다…트러스, 취임 44일 만에 사임

이한나 기자 (im21na@dailian.co.kr)
입력 2022.10.20 23:33
수정 2022.10.20 23:48

英 역사상 최단기간 재임…내주 후임 결정

'부자 감세안' 인한 경제혼란이 주된 이유

재무·내무 장관 잇단 사임도

트러스 "후임자 선출될 때까지 총리직 유지"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취임 44일째인 20일(현지시간) 런던의 총리관저(다우닝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리 사퇴를 발표하고 있다.ⓒAP/뉴시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결국 취임 44일 만에 물러났다. 영국 역사상 가장 짧은 기간 동안 재임한 총리로 기록됐다. '감세 논란'의 여파와 재무부 장관에 이어 내무장관까지 전격 사임한 데 따른 책임론이 불거지며 소속 보수당과 야당의 사퇴 압박에 백기를 들었다.


BBC,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트러스 총리는 20일(현지시간) 오후 1시 30분께 런던 다우닝가10번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총리직을 내려놓는다고 발표했다.


트러스 총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저지른 우크라이나 전쟁은 국가안보를 위협하고 있고 영국의 저조한 경제성장 속에서 나는 경제적으로나 국제적으로 불안정한 시기에 취임했다"며 "보수당으로부터 위임을 받고 선출됐다"고 운을 뗐다.


이어 "하지만 현 시점에서 총리로 임명돼 주어진 임무를 수행할 수 없어서 물러난다"며 "찰스3세 국왕께 사임한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 주 당 지도부 선거를 할 것"이라며 "후임자가 선출될 때까지 총리직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러스 총리가 사임하게 된 것은 경제 정책에 있어서 '낙수이론'을 신봉하며 발표한 대규모 감세 조치 때문이다.


영국 정부는 지난달 23일 연 450억파운드(73조원) 규모 감세 조치를 발표했다. 하지만 발표 이후 파운드화 가치와 영국 국채 가격 폭락으로 금융시장이 요동치자 부자 감세와 법인세율 동결을 철회했다. 그래도 총리와 집권당인 보수당의 지지율은 크게 하락하자 당 내에서는 총리 사퇴설이 불거졌다. 이에 트러스 총리는 지난 14일 감세의 미니 예산안을 발표했던 쿼지 콰르텡 재무장관을 경질했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내각 인사의 연이은 사퇴도 포함된다. 수엘라 브레이버먼 내무장관은 전날 개인 이메일 계정으로 의원에게 장관 성명 초안을 공유한 데 대한 책임으로 사임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브레이버먼 장관이 공개한 사직서에는 "정부의 업무는 실수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는데 달려 있다"며 "마치 실수를 하지 않은 것처럼 행동하고, 모두가 보지 못하는 것처럼 행동하며 마법처럼 일이 잘 풀리기를 바라는 것은 진지한 정치가 아니다. 나는 실수를 했다. 나는 책임을 지고 사임한다"고 트러스 총리 내각을 겨냥한 일침이 있었다.


브레이버먼 장관 사임은 쿼지 콰르텡 전 재무장관이 사임한 지 일주일도 채 안 돼 이뤄졌다. 트러스 총리의 정치적 입지도 큰 타격을 입었다. 당시 트러스 내각에서 내각의 극심한 분열을 드러내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파티게이트' 사건과 인사 문제와 관련한 거짓 해명 논란이 일며 연달아 사퇴한 보리스 존슨 전 총리 내각의 주요 인사들처럼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러스 총리는 자리에서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는 전날 의원들의 야유 속에 진행된 하원의 정례 주간 총리 질의응답에서 야당 측이 사임을 요구하자 "나는 싸우는 사람이지 그만두는 사람이 아니다"고 답해 사임설을 일축하기도 했다.


한편, 총리 후임으로 누가 될지에 대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총리 후임으로는 제레미 헌트 재무장관과 리시 수낙 전 재무장관, 벤 월리스 국방장관, 페니 모돈트 원내대표가 거론되고 있다. 의원내각제인 영국은 하원 제1당 당대표가 자동으로 총리직을 맡는다. 현재 영국의 제 1당은 보수당이다.

이한나 기자 (im21n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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