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기업대출 70조 '사상 최대'…부실 우려 '먹구름'
입력 2022.10.19 10:13
수정 2022.10.19 10:39
1년 만에 21조8천억 급증
금리 인상 충격파 불가피
국내 저축은행이 기업에 내준 대출이 최근 1년 동안에만 20조원 넘게 불어나며 사상 처음으로 7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부채 규제 강화로 개인을 상대로 한 영업에 제동이 걸리자 기업 고객으로 눈을 돌린 결과로 풀이된다.
이런 와중 치솟는 금리로 대출을 갚는데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이 많아지면서, 저축은행의 여신 건전성을 둘러싼 우려도 점점 커질 것으로 보인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국내 79개 저축은행이 보유한 기업 대출 잔액은 총 70조684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6%(21조7917억원) 늘었다. 저축은행업권의 기업 대출이 70조원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주요 저축은행별로 보면 우선 SBI저축은행의 기업 대출이 6조9665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58.4% 증가하며 최대를 기록했다. 이어 OK저축은행의 기업 대출이 6조1091억원으로 69.7% 늘며 6조원 대를 나타냈다. 그 다음으로 한국투자저축은행이 4조9834억원, 애큐온저축은행이 3조7345억원으로 각각 64.0%와 40.3%씩 증가하며 기업 대출 규모가 큰 편이었다.
이밖에 ▲웰컴저축은행 2조8984억원 ▲페퍼저축은행 2조7227억원 ▲상상인저축은행 2조6163억원 ▲OSB저축은행 2조265억원 ▲모아저축은행 1조9643억원 ▲다올저축은행 1조9123억원 등이 기업 대출 잔액 상위 10개 저축은행에 이름을 올렸다.
저축은행의 기업 대출은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규제를 기점으로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려 왔다. 개인이 대출을 받기 어려워지면서 저축은행을 찾는 수요가 줄자, 그 대안으로 기업 고객을 상대로 한 영업이 활기를 띄어 왔다는 얘기다.
실제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허 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 30조원 대 중후반 수준이었던 저축은행업계의 기업 대출은 2019년 말 37조2187억원, 2020년 말 43조2391억원 등으로 완만한 증가세를 이어갔다.
그러다 2021년 하반기부터 본격화한 금융당국의 가계 대출 총량 규제가 기폭제가 되면서 저축은행들의 기업 대출은 2021년 말 58조9757억원으로 급격히 늘어나더니, 이번에 결국 70조원마저 넘어서게 됐다.
문제는 앞으로 여신 건전성이 더 악화될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금리가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면서 대출 상환에 곤란을 겪는 이들이 늘어날 가능성도 함께 높아지고 있어서다.
취약 차주 고객이 많은 저축은행으로서는 금리 인상에 따른 충격파가 더욱 클 수 있다. 실제로 저축은행에서 돈을 빌려가는 기업 고객 대부분은 대기업에 비해 자본력이 약한 중소기업들이다. 올해 상반기 말 저축은행업계의 기업 대출 가운데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95.6%(67조5958억원) 달했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문제다. 부동산 PF는 건물을 지을 때 시행사가 공사비를 조달하기 위해 이용하는 금융 기법이다. 그런데 최근 금리 인상 등으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이를 둘러싼 PF 대출 리스크도 확산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말 5조2000억원이었던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올해 6월 말 10조8000억원으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소기업 고객과 부동산 PF가 많은 현재 저축은행업권의 기업 대출 구조를 감안하면, 금리 상승에 따른 여신 부실 우려가 더욱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