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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쓰고, 영상 찍고…‘인식 개선’ 직접 나서는 장애인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2.10.04 07:20
수정 2022.10.04 08:23

40만 구독자 돌파한 원샷한솔·위라클

에세이, 영상으로 일상 공유하는 흐름 자연스러워져

경험담을 담은 에세이부터 일상을 나누며, 미처 몰랐던 현실을 깨닫게 하는 브이로그까지. 장애인들이 대중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인식 개선을 유도하고 있다. 자신이 가진 장애 또는 병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하지만, 즐겁고 또 유쾌한 일상을 통해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지워내고 있다.


40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 중인 유튜브 채널 원샷한솔의 김한솔은 에세이 ‘슬픔은 원샷 매일이 맑음’으로 독자들을 만났다. 교보문고 종합 주간 베스트 에세이 부문 13위에 오르는가 하면, 북 콘서트를 열고 독자들과 직접 만나 소통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자신의 일상을 영상으로, 또 책으로 공유하는 시각장애인 유튜버로, 최근 방송인 이경규의 소속사인 ADG컴퍼니와 전속 계약을 체결하면서 더욱 활발하고 다양한 활동을 예고했다.


전신마비 장애인 박위가 쓴 에세이 ‘위라클 WERACLE’ 또한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선사하고 있다. 불의의 사고로 전신마비 진단을 받았을 때 느꼈던 감정, 퇴원 후 재활에 힘쓰던 과정, ‘장애’와 우리 사회에 대한 생각 등 다양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놓은 이 책은 예스24 9월 에세이 월별 베스트 에세이 부문 23위를 기록하며 독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발달장애인 배우이자 화가 정은혜가 쓴 에세이 ‘은혜씨의 포옹’이 같은 부문에서 30위를 기록한 바 있다. 이 외에 JTBC ‘효리네 민박’ 아이유 편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던 청각장애인 인플루언서 정담이의 이야기가 담긴 ‘난 내가 꼭 행복하지 않아도 돼’, 17년 간 조현병 치료를 받아 온 한 남자의 이야기가 담긴 신진행의 ‘내 마음속의 신을 움직이다: 직업사회 편’ 등 자신의 장애, 병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 도서들이 에세이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영상을 통해서도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장애인 유튜버로 활동 중인 원샷한솔은 물론, 박위 또한 유튜브 채널 ‘위라클 WERACLE’를 운영 중이다. 40만이 넘는 구독자의 선택을 받았으며, 인기 동영상의 경우 10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했다.


2019년 루게릭 병을 진단받은 20대 여성이 자신의 병과 일상에 대해 전달하는 채널 ‘삐루빼로’는 현재 50만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 중이다. 뇌병변 장애인 구르의 이야기가 담긴 ‘굴러라 구르님’, 사고로 한쪽 팔이 절단된 김나윤 씨가 운영하는 ‘김나윤의 윤너스TV’ 등 장애 또는 병과 맞서는 많은 이들이 유튜브를 통해 시청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짤지만 유쾌한 영상을 통해 한국사회의 한 단면을 포착하기도 한다. 원샷한솔은 ‘시각장애인이 계산하다가 난감해서 미치겠는 순간’, ‘시각장애인이 혼자 자판기 뽑아 먹는 법’ 등 다양한 일상을 공개하는 한편, 점자가 없거나 또는 잘못됐거나 친절하지 않아 겪는 시행착오를 담아내며 시각장애인을 향한 배려 없는 우리 사회를 꼬집은 바 있다.


박위 또한 ‘하반신 마비인 사람을 위한 콜택시가 있다!?’, ‘대한민국 장애인 주차구역의 현실’ 등 생활하며 겪는 어려움을 솔직하게 토로 중이다. 여러 이유로 장애를 가지게 된 이들을 만나 토크를 나누며 더욱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아내기도 한다. 때로는 1분 내외의 짧은 영상을 통해 일상의 단면들을 포착해 나가면서 어렵지 않게 그들의 현실을 전달하고 있다.


혹은 친구, 가족들과 함께하는 즐거운 일상을 통해 정상-비정상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지워내고 있다. 장애, 병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하는 영상들도 있지만 가족과 여행을 떠나거나, 친구와 함께 쇼핑하는 등의 평범한 일상을 유쾌하게 전달하면서 여느 유튜버들과 다를 바 없는 재미를 선사 중이다.


그들의 진짜 현실을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은 물론, 진솔하면서도 유쾌한 글, 영상을 통해 자연스러운 인식 개선을 유도한다. 때로는 이를 바탕으로 작지만 큰 변화까지 이뤄내면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앞서 음료 등에 점자 표기가 미흡해 겪는 불편함을 토로했던 원샷한솔이 삼양라면이 점자 표기 용기면 개발 과정에 참여했던 것. 당시 삼양라면은 원샷한솔이 점자 적용 제품의 오탈자 및 가독성 확인, 외부 물 확인선 등을 점검했다고 설명했었다. 그리고 원샷한솔은 자신의 영상을 통해 “이번에는 제가 컵라면에 있는 점자를 읽게 됐다”면서 “소비자가 제보를 해 점자 컵라면 제작에 착수하게 됐다고 기사에도 나와있더라. 그런데 그 소비자가 솔메(한솔이 구독자 닉네임)”고 감격을 표했었다.


원샷한솔은 채널 소개란을 통해 “그동안 TV에서 비춰지던 한정된 장애인의 모습보다는 제가 하고 싶은 것들 하면서 여러분과 함께하고 싶다”고 목표를 밝혔었다. 원샷한솔의 말처럼 그들이 직접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만큼, 드라마·영화도 미처 포착하지 못한 진짜 현실을 담아내면서 더욱 큰 울림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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