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도 박민지, 부담백배 ‘대세’의 맹추격
입력 2022.10.01 06:00
수정 2022.09.30 22:06
1라운드 부진했으나 2라운드서 7언더파로 부활
"주초 체력적으로 힘들었으나 호성적으로 욕심난다"
1라운드서 부진했던 ‘대세’ 박민지가 2라운드서 멋지게 부활하며 판을 뒤흔들려 하고 있다.
박민지는 지난달 30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에서 열린 KLPGA 투어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 2라운드서 7언더파 65타를 적어냈다.
이날 출전한 선수들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한 박민지는 1~2라운드 합계 6언더파 138타로 공동 9위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전날 1라운드가 끝났을 때만 하더라도 박민지는 컷 탈락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였다. 그도 그럴 것이 언더파 선수들이 줄지어 등장하는 가운데 박민지는 1오버파로 크게 부진, 공동 51위로 처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민지를 향한 걱정은 불필요함 그 자체였다. 박민지는 보기 하나 없이 버디만 무려 7개를 낚으면서 순위를 42계단이나 끌어올렸고, 선두 홍정민(11언더파)에 5타 뒤진 상태에서 추격의 액셀 기어를 넣게 됐다.
사실 가을은 박민지에게 썩 반가운 계절이 아니었다. 대세로 떠올랐던 지난해에는 6승 모두를 상반기에만 달성했고 올 시즌도 상반기에만 3승을 신고한 뒤 하반기 시작과 동시에 슬럼프로 고생했기 때문이다.
기본기부터 다시 갈고 닦은 박민지는 난코스로 악명을 떨쳤던 한화클래식에서의 준우승으로 부활했고 메이저 대회였던 KB금융 스타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 커리어 최초로 9월에 트로피를 품었다.
이번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은 올 시즌 투어 대회 중 상금 규모가 가장 큰 대회(총 상금 15억원). 당연히 욕심이 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모두의 예상과 달리 박민지는 1라운드서 원인 모를 부진에 시달렸다. 이유가 있었다.
2라운드 일정을 마친 박민지는 믹스트존 인터뷰서 “원래 주초에 컨디션이 좋지 않은데 월요일에 이벤트 대회(박세리 월드매치) 참가하느라 체력적으로 힘들었다”라며 “마음 내려놓고 집에 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2라운드서) 잘 되니 욕심나기 시작했다. 7언더파를 정말 오랜만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박민지는 이날 무결점 플레이를 선보였다. 샷을 하는 족족 파온이었고 그린 위로 올린 공의 대부분은 홀컵 근처로 향해 수많은 버디 찬스를 잡을 수 있었다.
확 끌어올린 컨디션은 3번째 홀 롱 버디 퍼트로 잘 드러난다. 호수를 가로 지른 박민지의 샷은 두 번째 만에 그린 위로 안착했고 11m짜리 회심의 퍼트가 홀컵으로 쏙 빨려 들어갔다. 박민지는 이에 대해 “사실 공이 홀컵을 지나가도록 쳤는데 핀에 맞고 들어갔다. 기다리다 보면 기회가 찾아오는 구나”라며 상황을 설명했다.
박민지의 부활은 상위권 선수들을 긴장하게 만들기 충분하다. 무엇보다 이제 반환점을 돌아 아직 이틀이나 더 경기를 치러야하기 때문에 산전수전 다 겪은 박민지의 경험을 무시할 수 없다.
순위를 대폭 끌어올린 박민지는 3라운드서 15조에 배정돼 이소미, 최가빈과 라운딩을 시작한다. 극적인 뒤집기 쇼가 가능할지, 박민지라 더욱 기대가 될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 3라운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