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D: 쇼트 시네마⑦] 오조에게 물어봐…'내가 그리웠니'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2.10.01 09:29
수정 2022.10.01 09:29

이경원 감독 작품

OTT를 통해 상업영화 뿐 아니라 독립, 단편작들을 과거보다 수월하게 만날 수 있는 무대가 생겼습니다. 그 중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부터 사회를 관통하는 날카로운 메시지까지 짧고 굵게 존재감을 발휘하는 50분 이하의 영화들을 찾아 소개합니다.<편집자주>


어느 놀이공원의 마지막 영업 날, 한물 간 랩 스타 오조(조정민 분)는 티켓을 여섯 장 끊고 대관람차에 올랐다. 마지막 바퀴 째, 한 여성이 라탄다. 알고 보니 그는 오조의 오랜 팬이라고 고백한다. 수줍은 소녀처럼 그의 노래 제목을 말하는가 하면 노래를 신나게 불러 보인다. 이제 랩을 하지 않는 오조는 조금 당황스럽지만 현영의 그런 행동이 싫지만은 않다.


현영은 놀이공원 직원으로, 마지막 영업 날 대관람차를 타기 위해 올라탄 것이었다. 치위생을 전공했지만 사람들이 아파서 오는 병원이 아닌 신나게 웃으면서 오는 놀이공원이 그에게 더 행복한 장소다.


현영은 호의를 가지고 오조의 근황을 묻지만, 대답을 회피한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열고 자신의 과거사와 현재 동물원에서 조련사로 일하면서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 만족스럽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실상은 자신의 랩이 타인에게 상처를 주기 시작했고, 자기혐오가 시작된 것. 랩은 커녕 글도 한 줄 못쓰는 상태가 되어버리자 도망간 것이다.


이렇게 아픈 과거사를 줄줄 읊었건만, 현영은 눈치가 있는지 없는지 "마지막으로 한 번만 노래를 해달라"라며 그의 노래 '오조의 심장'을 요청한다. 오조는 어이가 없지만, 이내 현영이 자신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자, 그루브를 타는 자신과의 싸움을 시작한다. 그리고 결국 다시는 하지 않겠다는 랩을 하고 말았다.


영화는 자기혐오와 합리화로 방패 막을 쳐놓고 세상과 멀어지려고 하는 래퍼 오조가 다시 랩을 하기까지 13분을 아슬아슬한 대화로 끌어간다. 불편할 수도 있는 대화지만 해맑게 요청하는 현영은, 사실 그의 마음을 간파한 것이 아니었을까란 생각도 든다. '내가 그리웠니'라고 묻는 영화의 제목은 타인이 아닌 자신에게 던지는 물음이자 고백이다.


'내가 그리웠니'는 현재 'SNL 코리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으로 대세가 된 주현영의 데뷔작이다. 데뷔작에서도 주현영의 연기는 반짝반짝 빛이 난다. 러닝타임 13분.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