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에 '방산'까지 움켜쥔 한화 김동관에 재계 '시선 집중'
입력 2022.09.14 12:03
수정 2022.09.14 16:28
미국 IRA법 시행으로 태양광 사업 수혜 기대
우크라‧대만 지정학적 위기로 방산 시장 확대
한화솔루션‧에어로스페이스 이끄는 김동관 부회장 역량 '주목'
미국발 태양광 이슈와 우크라이나발 방산 이슈가 부각되면서 한화그룹의 차기 총수 김동관 부회장에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룹 내에서 한화솔루션을 이끌며 태양광 사업 육성에 매진했던 그는 지난달 말 부회장 승진과 함께 그룹의 방산 계열사 지휘권까지 손에 쥐며 가장 ‘핫’한 두 개 업종을 책임지게 됐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이 그동안 추진해 온 태양광‧방산‧항공우주 중심의 포트폴리오 전환 전략이 최근 업종별 대내외 경영환경과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큰 타격을 입게 된 자동차 업종과 달리 태양광 분야는 대표적인 수혜 업종으로 꼽힌다. IRA법에는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300억달러(약 42조원)을 지원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미국 IRA 법안 통과 이후 미국 태양광 산업 협회 및 우드 맥켄지는 미국 태양광 설치량 전망치를 기존 대비 40% 상향하기도 했다. 그동안 태양광 사업을 확장하고 기술력을 축적해 온 한화솔루션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기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대만을 둘러싼 미국-중국 갈등 등 지정학적 위기 고조는 방위산업 성장의 기폭제가 되고 있다. 동유럽과 중동, 동남아를 중심으로 각국의 무기 발주가 줄을 이으면서 방산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0여년간 태양광과 방위산업 분야에서 적극적인 투자 및 M&A(인수합병)를 추진해 온 한화그룹으로서는 결실을 맺을 절호의 기회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한화그룹의 미래를 이끌 김동관 부회장이 있다. 김 부회장은 지난달 말 부회장으로 승진함과 동시에 기존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대표이사에 더해 (주)한화 전략부문·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대표이사도 함께 맡게 됐다.
김 부회장은 한화의 태양광 사업 태동기부터 사업을 이끌고 성장시킨 일등공신으로 평가받는다. 2010년 한화그룹에 입사한 김 부회장은 이듬해 한화솔라원 기획실장을 맡아 태양광 사업과 연을 맺었다. 한화가 독일 태양광 셀 업체 ‘큐셀’을 인수한 뒤인 2013년에는 한화큐셀 전략마케팅실장(CSO)을 맡아 본격적으로 태양광 사업 성장을 주도했다.
2020년 한화케미칼과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의 합병으로 한화솔루션이 출범한 뒤에도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부문장을 거쳐 대표이사로 취임하며 계속해서 태양광 사업을 이끌었다.
정권 교체로 국내에서 태양광 사업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진 상황에서도 김 부회장은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지난 7월 태양광 사업에 대한 7617억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하며 오히려 박차를 가했다.
재생에너지 전환이 이미 글로벌 대세임을 인지하고 태양광 소재 사업을 강화하는 한편, 국내에서 고출력 태양광 핵심 제품 생산기반 확보에 나선 것이다.
GS에너지와의 태양광 모듈용 시트(sheet)의 핵심 소재 EVA(에틸렌 비닐 아세테이트) 생산 회사 합작 투자를 비롯, 충북 진천공장에 고효율 탑콘 기반 셀과 대형 웨이퍼(M10) 활용 모듈 생산라인 설치 등이 이때 발표됐다.
미국 IRA법에 대응해 현지 태양광사업 담당 법인의 지배구조도 개편했다. 한화솔루션은 100% 자회사인 한화큐셀아메리카를 한화글로벌에셋 자회사로 이전하기로 했다. 한화솔루션은 한화글로벌에셋을 컨트롤타워 삼아 한화큐셀아메리카홀딩스, 한화큐셀아메리카 등 미국 내 법인을 일원화해 조직관리 효율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은 IRA가 시행되는 내년부터 2억달러(약 2700억원) 이상의 세제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솔루션은 1.7GW 규모의 조지아주 모듈 공장에 내년까지 2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해 1.4GW를 추가할 예정이다. 아울러 텍사스주 등 현지에 9GW 규모의 생산 공장을 추가로 건립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태양광 분야에서 보여준 김 부회장의 뚝심과 통찰력이 앞으로 한화의 방산 분야를 성장시키는 데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김 부회장에게 방산 부문을 맡기기에 앞서 지난 7월 방산사업을 한데 모으는 사업재편을 단행한 상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중심으로 기존 3개 회사에 분산돼 있던 방산 사업을 집중시켰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100% 자회사였던 한화디펜스를 흡수합병하고 (주)한화에서 물적분할된 방산부문을 인수하면서 종합 방산 기업으로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글로벌 방산 톱10’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근 태조이방원(태양광‧조선‧이차전지‧방산‧원전)이 유망 업종으로 부각되는 상황을 보면 태양광과 방산을 중심으로 한 한화의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은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핵심 사업을 양손에 쥔 김동관 부회장의 역량에 한화의 미래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