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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생 성폭행 혐의로 불똥 튄 손담비…가혹한 연예인의 가족 연좌제 [류지윤의 배드토크]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2.09.11 08:12
수정 2022.09.11 17:15

도 넘은 악플 VS 사회적 영향력 생각한다면…

연좌제→마녀사냥 우려

고대로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범죄인과 특정한 관계가 있는 사람에게 연대책임을 지게 했던 연좌제. 죄인의 죄를 가족과 친척들에게 함께 묻고, 심지어 친한 마을 주민들에게도 적용시키고는 했었다. 연좌제가 형사책임 개별화의 원칙에 의하여 대한민국에서는 1894년 폐지됐지만, 21세기 디지털 버전으로 여전히 살아있다는 건 누구도 부정하지 못한다.법적 책임을 묻진 않지만,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도의적인 책임을 묻고 손가락질을 거두지 않는다.


그리고 이 현대판 연좌제는 가족이 범죄를 저지른 연예인들에게 유독 가혹하다. 현재 이 연좌제는 가수 손담비가 짊어지고 있다.


ⓒ손담비 인스타그램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검 남양주지청 형사1부(손정숙 부장검사)는 지난달 중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의 혐의로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출신 이규현 코치를 구속 기소했다. 이규현은 올해 초 자신의 10대 제자를 성폭행한 혐의다. 법원은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를 이유로 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규현은 성폭행 혐의 대해 부인하고 있다.


이규현의 성폭행 혐의 소식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의 시선은 손담비에게도 쏠렸다. 이규현은 남편 이규혁의 친동생으로 손담비의 시동생이기 때문이다.


이에 네티즌들은 이규혁과 함께 출연 중인 SBS 예능 프로그램 '동상이몽2- 너의 내 운명' 하차 요구가 시작됐다. 손담비의 인스타그램에는 시동생의 잘못을 운운하며 그에게 훈수를 두거나, 악플을 쓰는 네티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유튜브에서 활동하는 사이버 렉카들은 이규현의 범죄 소식을 손담비의 사진과 이름을 자극적으로 사용해 영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연예인의 가족이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킬 시, 이를 연예인의 책임으로 몰아가는 반복된 행태는 대중의 사랑과 관심을 먹고 사는 유명인이 당연히 감내해야 하는 것일까.


지난 4월에는 2018년 성폭행 혐의로 미투 가해자로 지목된 조재현의 딸 조혜정이 활동 중단 4년 만에 SBS '우리들의 블루스'로 컴백하자 뜨거운 감자가 됐다. 또한 조혜정은 이병헌 한지민 등이 소속된 BH 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을 하며 향후 배우로서 다시 활동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으나, 네티즌들의 시선은 여전히 차가웠다.


앞서 부모들의 빚투 문제로 소환된 연예인들도 있었다. 마이크로닷, 비, 차예련, 휘인, 한소희 등은 부모들의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이름이 오르내리며 과거의 불우했던 가정사를 밝히거나, 대신 사죄에 나선 후에야 네티즌들의 손가락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배성재 아나운서의 경우 형 배성우의 음주운전 사실이 적발되자 SBS 파워FM '배성재의 텐에서 "가족으로 사과드린다. 앞으로 죽을 때까지 그 이름은 방송에서 언급될 일이 없을 것이다"라고 사과했다.


연예인 가족의 사건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사회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유명인들의 입지를 생각한다면, 단순히 가족의 일이라고만 치부할 수 없다는 의견과, 직접 저지른 잘못이 아닌 일을 법적으로도 금한 연좌제 행태로 여론 재판을 벌여 낙인과 악플을 다는 건 성숙하지 못한 행동이라는 대립이 매번 평행선이다.


연예인을 보며 그의 가족의 범죄가 연상되는 것을 막을 순 없다. 불쾌한 기분이 들 수 있지만, 그 이상을 넘어 책임까지 묻는 건 법적으로도 용인하지 않는 영역이다. 가족의 범죄로 인해 연예인들에게 악플과 비난이 도를 넘을 경우, 이 역시 범죄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상기시킬 필요가 있다. 유명인이라는 이유로 일반인과 달리, 상식 밖의 책임을 요구 받고 입에 담지 못할 악플을 받는 건 연예인의 '당연한 몫'이 아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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