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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이슈] “해외 투어보다 비싼 무료 공연”…BTS 부산 콘서트, 누구를 위한 공연?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2.09.02 08:01 수정 2022.09.01 18:16

공연장 인근 숙박업소, 하루 요금 300만원까지 폭리

부산시 공정거래 동참 유도에도 '실효성' 의문

10만명 모이는 행사장에 출입문은 단 1곳 뿐

코로나19 집단감염·안전 사고 문제 발생 우려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예약했던 숙소 3군데에서 취소당했다. 이러다 부산역에서 노숙하겠다”


‘2030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기원을 위해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무료콘서트가 예정된 부산의 일부 숙박업소가 이미 성사된 예약을 강제 취소시키거나, 추가 차액을 요구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BTS 콘서트로 부산 숙박업소 예매한 사람들이 받는다는 연락’이라는 제목의 글과 함께 숙박업소 측에서 보낸 안내문이 올라왔다. 해당 안내문에는 방탄소년단의 콘서트에 따라 높아진 숙박료만큼의 차액을 결제하지 않으면 예약을 취소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숙박업소 예약 강제 취소·추가 차액 요구...팬들 노린 바가지요금 논란

안내된 숙박료는 기존 1박 가격과 비교해 최대 2.5배 정도 인상됐다. 23만원과 26만원이었던 객실은 45만원으로, 15만원 객실은 35만원으로 올랐다. 숙박업소 측은 “관할 지자체와 소비자원에 문의한 결과, ‘예약고객이 객실을 취소하는 경우와 동일하게 업소가 예약을 취소하는 경우도 이용 10일 전까지는 별도의 위약금 없이 취소가 가능하다’고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트위터 등의 SNS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예약 취소를 당했다는 글과 숙박업소 예약 사이트의 비상식적인 가격이 잇따라 제보됐다. 한 누리꾼은 “행사장 근처 숙소에서 일방적으로 취소 통보를 했고, 가격은 5배 정도 올려서 다시 판매하고 있었다” “행사장 근처 숙소도 아닌데 취소 당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실제로 한 호텔 예약 사이트에서는 콘서트가 열리는 10월 15일 하루 숙박비가 낮게는 100만원대에서 300만원대까지 치솟았고, 2박 가격으로는 890만원까지 내건 곳도 있어 예약자들의 눈을 의심케 했다. 오죽하면 일각에선 “방탄소년단의 해외 투어를 가는 것보다 이번 무료 콘서트에 쓰는 비용이 더 비싸다”는 말까지 나온다.


논란이 커지자 부산시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와 함께 불공정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검토할 예정이다. 또 구·군과 합동으로 콘서트가 열리기 전까지 숙박업소 지도점검을 지속한다. 숙박 예약 플랫폼 야놀자도 부산지역 670여 개 파트너 숙박업체에 ‘준비된 도시, 역량 있는 도시의 면모를 보여줄 수 있도록 한마음으로 뜻을 모아달라’는 홈페이지 팝업 공지를 띄우는 등 공정거래 동참을 유도한다.


다만 부산시의 조치가 권고사항에 그친다면 민간 숙박업소의 가격 인상을 제재할 방법은 없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해당 콘서트를 찾기 위해 예약을 시도했던 A씨는 “건수를 잡아 바가지를 씌우려는 행태는 행사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행위”라며 “현재까지도 일반 숙박업소에선 바가지 행태가 이어지고 있다. 단순 권고가 아니라 공정한 거래를 넘어서는 수준의 바가지요금에 대해서 엄중한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세계박람회 홈페이지
10만명 모이는 행사장, 코로나19 확산·안전사고 대책 마련은?

이번 방탄소년단의 콘서트를 둔 논란은 숙박 시설의 바가지요금뿐만이 아니다. 코로나19 재확산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부산시의 설명대로 ‘방탄소년단 콘서트 관객 10만명과 이를 포함한 수십만명’이 부산을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 행사가 자칫 집단감염으로 번질 우려가 높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1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가 8만1573명 늘어 누적 2332만7897명이 됐다. 최근 일주일(8월26일~9월1일) 10만1140명→9만5604명→8만5295명→4만3142명→11만5638명→10만3961명→8만1573명 등 10만명 안팎의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행사가 진행되는 10월까지는 아직 한 달여의 시간이 남긴 했지만 많은 사람이 몰리는 만큼 감염 위험이 높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10만여명이 드나들어야 하는 행사장의 출입구는 단 한 곳뿐이다. 혼잡도가 높을 적으로 예상되는 공연에 충분한 출입구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 일시적으로 대규모 인파가 몰리면 사고 발생의 확률도 높고, 밀접 접촉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와 달리 최대 10만명을 수용하는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의 출입구는 54곳,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도 전 방향에 총 22곳의 출입구를 두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방탄소년단의 완전체 콘서트를 누구보다 기다렸을 팬덤에서 조차 이번 행사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이어진다. A씨는 “방탄소년단을 이슈몰이로만 사용하고 정작 그에 따른 준비나 대응은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사실상 방탄소년단의 콘서트 관객수가 이번 엑스포 유치와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의문이다.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장소에 10만명이라는 관객수를 책정하고, 그 관객들이 머무는 숙소는 폭리를 취하는 행위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행사를 강행하려는 이유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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