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예산안] 가용재원 9조원, 졸라맨 허리띠에 사업 차질 불가피
입력 2022.08.30 10:03
수정 2022.08.30 10:04
중소기업·소상공인 관련 40% 삭감
일자리 사업·지역사랑상품권 감액
전임 정부 주력 사업 상당수 손질
전문가 “취약계층 일자리 등 우려”
정부가 건전재정 기조로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가용재원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재정부는 가용재원 확보를 위해 지출 구조조정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삭감된 일부 항목들은 향후 사업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기재부가 30일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내국세 증가에 따른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교부금 등이 늘어나면서 애초 가용재산이 9조원에 그쳤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6일 예산안 브리핑에서 “내년도 예산안은 예년 대비 크게 낮은 5.2% 증가에 그친 총 639조원으로 편성했다”며 “전년대비 31조원의 가용재원이 확보됐으나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교부금 등을 제외할 경우 중앙정부 가용재원은 9조원에 불과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추 부총리는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인 24조원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이를 통해 총 33조원의 재정 여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전반적인 건전재정 기조로 예산 확대를 억제했고, 이 과정에서 줄어든 가용재원은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으로 보충했다는 의미다.
정부가 지출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이전 정부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해온 사업들이 예산 삭감 대상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대표적으로 산업·중소기업·에너지 예산이 줄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육성 관련 예산이 올해 14조1851억원에서 8조5729억원으로 5조6122억원(40%) 삭감됐다. 이 밖에도 ▲창업 및 벤처(6072억원) ▲무역 및 투자유치(560억원) ▲에너지 및 자원개발(2901억원) ▲산업혁신지원(938억원) 감액됐다.
사회간접자본시설(SOC)에서는 도로와 철도, 도시철도, 해운·항만, 지역 및 도시, 물류·항공·산단 모두 줄었다. 도로 예산은 8조5478억원에서 7조7828억원으로 7650억원(8.9%) 삭감했다. 철도와 도시철도는 8조5756억원에서 8112억원(9.4%) 줄어든 7조7644억원으로 편성했다.
해운·항만은 올해 2조320억원에서 내년에는 1조8940억원으로 1380억원(6.8%) 쪼그라들었다. 지역 및 도시 예산은 3조439억원에서 7679억원(25.2%) 줄어든 2조2760억원을 편성했다. 물류와 항공, 산단 예산은 2979억원(7.2%) 감액돼 4조1635억원에서 3조8656억원으로 낮아졌다.
추 부총리는 “산업·중기는 지난번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손실보전 또는 재난지원 등의 재원이 많았기 때문에 일시 소요된 부분을 덜어낸 것이 가장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구체적 사업으로는 일자리 예산이 크게 달라졌다. 정부 직접 지원에 해당하는 직접일자리와 고용장려금 등은 축소하고, 민간 일자리와 연계된 직업훈련, 고용서비스 지원 등은 강화했다.
직접일자리 사업 예산은 올해 3조2000억원에서 내년 3조1000억원으로 줄었다. 이에 따라 노인일자리(2만3000명), 한시적 지역방역일자리(7000명) 등 직접일자리 규모는 올해 103만 명에서 내년 98만3000명으로 축소될 전망이다.
올해 7000억원을 투입한 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은 전액 삭감했다. 이에 대해 최상대 기재부 2차관은 “지역사랑상품권은 원래 지방자치단체가 알아서 발행하다가 코로나19 발생으로 (중앙정부에서) 2022년까지 3년 한시적으로 지원하기로 한 것”이라며 “코로나19가 끝나가면서 (지방재정교부금 등)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에 비해 재정 여건이 좋아진 만큼 중앙정부 지원 없이 자체적으로 발행할 수 있는 여건 변화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장·차관급 이상 월급 10%를 반납하고 4급 이상 고위 공무원 보수는 동결하기로 했다. 5급 이하 공무원 급여는 1.7%만 인상한다.
정부 건전재정 기조에 일부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 상황과 맞물려 취약계층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충분히 우려할 만하다”면서 “특히 이번 예산에서 취약계층 일자리에 관한 예산이 줄어들다 보니 이 부분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이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 경제성장률 절반은 정부부문에서 나왔으나 그 부분이 빠지게 된 데다 어려운 시기에 민간투자 부분도 어려울 수 있다”면서 “정부가 안일하게 경기 상황을 너무 낙관하는 것이 아니냐”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