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침공범죄 책임져라"…젤렌스키, 유엔 안보리 화상연설
입력 2022.08.25 15:50
수정 2022.08.25 18:58
"핵공갈 멈추고 자포리자서 철수해라"
유엔 러 대사, 젤렌스키 화상연설 반대
우크라이나가 독립 31주년을 맞이한 24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지금 러시아를 막지 못한다면 이들의 살인행위는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등 다른 나라에서 끝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CNN, 알자지라, AP통신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회의에서 화상 연설을 통해 "러시아의 미친 침략 전쟁으로 세계의 미래가 결정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공 범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도 했다.
이날 연설에선 자포리자 원전 문제도 거론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전 세계를 방사능 참사의 위기로 빠뜨리고 있다"며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가 전쟁터가 됐다. 현재 유럽과 인근 지역은 방사능 오염 위험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를 겨냥해 "핵 공갈을 조건 없이 멈추고 자포리자 원전에서 완전히 철수해야 한다"며 "국제원자력기구(IAEA) 가능한 빨리 원전을 영구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우크라이나의 독립 31주년을 언급하며 "우리는 오늘 독립기념일을 축하하고 있다. 세계가 우리의 독립에 얼마나 의존하는지 알 수 있다. 우크라이나의 독립이 바로 여러분의 안보"라고 말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6개월을 맞았다는 점, 우크라이나가 독립 31주년을 맞았다는 점을 동시에 언급하며 "전쟁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슬프고 비극적인 이정표"라 밝혔다. 또 자포리자 원전 상황에 대해서는 "자멸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이 무의미한 전쟁의 결과는 우크라이나 국경을 훨씬 넘어서도 감지되고 있다"며 "올해 안에 비료 시장을 안정시키지 못한다면 내년에도 식량이 모자랄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화상연설이 허용된 데 강하게 반발했다. 바실리 네벤쟈 주유엔 러시아 대사는 안보리 규정상 반드시 대면으로 참석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같이 밝혔다.
하지만 이의제기와 관련한 투표에서 안보리 15개 이사국 가운데 13개국이 찬성표를 던져 젤렌스키 대통령의 화상연설이 허용됐다. 중국은 기권했으며 러시아만 반대표를 던졌다.